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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의 제국’으로 가는 미국…전가의 보도 움켜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백악관은 지난 20일 “미국이 드디어 무역에서 새로운 규칙을 직접 쓰기 시작했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설명하는 자료였다.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세계 각국과의 무역에서 실리를 챙기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기조에 충실하다.  
 
이 보도자료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정보통신(IT) 기업 화웨이를 겨냥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가 안보 및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기업들과 미국 기업 간의 거래를 금지한다”며 국가비상사태 행정명령을 발효시켰다. 행정부의 조치도 착착 뒤따랐다. 미 상무부는 하루 뒤인 16일, 화웨이 및 68개의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반(反) 화웨이 전선을 제재를 통해 구축한 셈이다.  
 
재선 레이스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몇 가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있다. 트위터와 제재가 대표적이다. 트위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하는 수단이라면 제재는 실행수단이다. 미국은 현재 이란ㆍ중국ㆍ북한과 3대 외교 전선(戰線)을 구축하고 대치 중이다. 이 세 전선에서 미국이 공통으로 쓰고 있는 '무기'가 제재다.  
 
화웨이로 상징되는 미중간 무역 전쟁 [중앙일보 그래픽팀]

화웨이로 상징되는 미중간 무역 전쟁 [중앙일보 그래픽팀]

 
미국과 중국 사정에 정통한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단순히 중국의 잘 나가는 기업 하나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패권을 중국에 넘겨선 안 된다는 믿음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미국을 상징하는 ‘시장 질서 및 개인의 자유’ 와 중국의 ‘국가주도 성장 및 권위주의’가 충돌하는 아이콘이 화웨이인 셈”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3일(현지시간)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중국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과도 깊이 연계돼 있다”며 “이는 미국의 정보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했다. 단순 기업 제재가 아닌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라는 의미다.  
 
화웨이 로고

화웨이 로고

 
『미중 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중국편)』의 저자인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은 화웨이를 두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며 “단순히 5세대(5G) 통신이나 IT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누가 패권을 잡을지의 전쟁”이라고 말했다. 
 
제재가 ‘전가의 보도’가 된 것은 이란과의 전선에서다. 이란과의 외교전에서 미국은 제재의 덕을 톡톡히 봤다. 대미 외교소식통은 기자에게 익명을 전제로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입을 제한하는 제재를 하면서 ‘제재가 먹힌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미국산) 셰일가스 덕으로 미국 내 석유 가격이 이란산 원유 제재에도 불구하고 안정되면서 정치권도 대이란 제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국은 유탄을 맞았다. 미국 정부는 당초 한국을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국가로 인정해 줬다. 하지만 대이란 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이기로 결정하면서 미국은 지난달 한국을 포함한 중국ㆍ인도ㆍ일본 등 8개국에 예외국 조치를 거둬들이기로 했다. 이란의 자금줄을 더 바짝 말리겠다는 결의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달부터 이란산 원유 및 컨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을 못하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은 대이란 제재를 강화해 제대로 손을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모두에게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에서도 미국은 강경하다. 미국 의회 및 행정부와 가까운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기 위한 대북 제재 유지의 필요성에 대해선 미국 의회에서도 초당적 지지가 있다”며 “북한이 혹시라도 도발 수위를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높일 경우 바로 통과시킬 수 있는 제재 강화 법안도 마련된 상태”라고 귀띔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를 포함한 미국 행정부 내 대화파 역시 대북 제재의 필요성과 효과를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현 제1부상)이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 후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현 제1부상)이 하노이 2차 북미회담 결렬 후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에서 제재가 힘을 받고 있는 배경은 뭘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특성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외교안보진의 특성을 꼽는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제재 조치는 비용을 들지 않으면서 효과는 만점이라는 점에서 효자와 같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상대방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제재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본인의 정책 기조를 위해서라면 어떤 조치도 마다하지 않으며, 그 대표적인 수단으로 제재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진도 이를 뒷받침한다.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미ㆍ중 무역전쟁의 미국 측 대표주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김흥규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진들은 과거 미국 행정부들이 기존의 세계 질서를 신경 쓰느라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지 못했다고 비판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들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조치도 할 준비가 돼 있고, 그 첨병이 볼턴 보좌관 등”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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