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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찾아온 '오월 폭염'… 계절의 여왕이 사라졌다

기자
성태원 사진 성태원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45)
지난 16일 광주광역시에는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서울·춘천 등도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광주시 북구 문흥근린공원에서 학생들이 물줄기에 몸을 적시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16일 광주광역시에는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서울·춘천 등도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광주시 북구 문흥근린공원에서 학생들이 물줄기에 몸을 적시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5월 폭염(33℃가 넘는 더위)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올해 첫 폭염 특보(주의보)는 15일 광주에서 내려졌다. 이는 2008년 6월 폭염 특보를 시작한 지 11년 만에 가장 빠른 것이다. 기존의 기록 5월 19일보다 4일이나 앞섰다.
 
올 두 번째 폭염 특보는 23일 오전 11시 대구와 영남내륙 등지에 발령됐다. 이어 24일 오전 11시 서울에도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주의보는 경기, 강원, 전남, 경북 등지로 확대됐다. 주말(25일)까지 영남내륙과 중부내륙, 동해안 등지에 폭염 특보가 더욱 확대·강화될 수 있다는 예보까지 나와 있다.
 
한반도에 5월 폭염 특보가 일상화되고 있고 갈수록 그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5월 폭염주의보는 2014년 5월 31일 처음 내려졌다. 이어 2015년 5월 25일, 2016년 5월 19일, 2017년 5월 19일로 4년 연속 5월에 발효됐다. 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해엔 5월을 하루 넘긴 6월 1일에 내려졌다. 2013년 까지만 해도 6월 중·하순에 내려졌던 폭염 특보가 2014년부터는 아예 5월로 당겨져 사실상 6년째 이어지고 있다.
 
폭염 특보는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주의보)이거나 35℃도 이상(경보)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내려진다. 한 마디로 ‘특별히 조심해야 할 무더위가 예상될 때’에 발령된다고 보면 된다.
 
5월 폭염 특보가 5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리네 계절 감각마저 바뀌고 있다. 이젠 “5월에 때 이른 여름 더위가 찾아왔다”라거나 “깜짝 폭염이 찾아왔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무르익은 봄을 즐기기에 딱 좋고 신록도 보기 좋아 ‘계절의 여왕’이니 ‘신록의 계절’이니 부르던 5월은 이제 옛날얘기가 된 것 같다. 5월의 반쯤은 아예 여름 날씨가 점령했고, 산과 들은 이미 제법 짙은 녹음(綠陰)으로 채워졌다.
 
 
5월 서울 기온 추이가 저간의 사정을 반증하고 있다. 기상청의 일별 지상관측 자료에 따르면 이달 11일(토)~18일(토) 8일 중 13, 14일 이틀을 뺀 6일 동안 영락없는 초여름 날씨가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최고기온은 11일 28.3℃, 12일 28.9℃, 13일 22.8℃, 14일 26.9℃, 15일 28.0℃, 16일 30.0℃, 17일 28.3℃, 18일 25.9℃ 등을 기록했다. 일 평균기온은 11일 20.3℃, 12일 21.6℃, 13일 18.7℃, 14일 19.6℃, 15일 20.7℃, 16일 23.5℃, 17일 23.6℃, 18일 22.8℃를 각각 나타냈다.
 
2017년과 2016년에도 그랬다. 2017년 5월 첫째 주(4월 30일~5월 6일) 서울 일 최고기온은 4월 30일 27.8℃, 5월 1일 28.3℃, 2일 28.0℃, 3일 30.2℃, 4일 27.5℃, 5일 27.0℃, 6일 19.3℃ 등을 기록했다. 일 평균기온은 4월 30일 19.3℃, 5월 1일 20.1℃, 2일 20.7℃, 3일 21.5℃, 4일 21.0℃, 5일 20.9℃, 6일 14.9℃ 등으로 나타났다. 2016년 5월 중순(5월 16일~22일)에도 여름 더위가 출몰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한낮에 30℃ 안팎의 여름 더위가 이어지자 “아니 벌써 여름이야?”라며 놀랐다. 7월 중순쯤 나타나는 기온 분포가 5월 초·중순에 출몰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렇다면 여름은 어떻게 정의할까? 기상학에서는 좀 더 세밀하게 여름 정의를 내린다. 일 평균기온이 20℃를 넘기고 일 최고기온도 25℃ 이상인 날씨가 이어지면 ‘초여름’으로 규정한다. 일 평균기온이 20℃를 넘고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인 가운데 강수량이 집중되는 시기는 ‘장마’라고 부른다. 일 평균기온이 20℃ 이상이면서 일 최고기온이 30℃ 이상이 계속되면 ‘한여름’으로 정의한다. 한여름은 지났지만 일 평균기온이 여전히 20℃를 넘고 일 최고기온이 25℃ 이상일 때는 ‘늦여름’으로 본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수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이른 더위가 찾아온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수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24 절기상 여름은 입하(5월 6일쯤)부터 입추(8월 8일쯤)까지다. 여름을 입추까지로 규정하는 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최근의 5월 폭염이 5월에 들어 있는 여름 절기(입하와 소만)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또 천문학적으로는 하지(6월 22일쯤)부터 추분(9월 23일쯤)까지를, 달력상으로는 양력 6~8월을 대개 북반구의 여름으로 간주한다.
 
문제는 기존 봄~여름 구간의 기온 패턴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에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제 한반도의 봄은 기껏해야 3~4월 두 달 정도로 짧아지는 대신 여름은 5~9월 사이의 약 4개월로 길어지고 있다.
 
기상 당국 분석에 따르면 1912년~1920년 한반도의 여름 일수는 연평균 95일이었던데 비해 2011~2018년 여름 일수는 126일이었다. 약 100년 만에 여름이 무려 한 달가량 길어졌다는 통계다. 이를 반영하듯 여름 시작 시기가 남부지방은 5월 중순, 중부지방은 5월 하순으로 당겨지고 있다는 게 기상 당국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최근 3개월 기상전망을 통해 “이번 여름(6~8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었던 터라 벌써 걱정이 된다. 이젠 6월을 기다릴 것도 없이 5월 중순쯤이면 여름이 시작된다고 보고 대비를 해 나가는 게 좋겠다. 폭염과 열대야, 열사병, 폭우, 습기 등 여름 불청객에게 지지 않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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