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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심하게 해도 상처받지 않는 아내, 그 이유는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9)
연애 시절,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나누던 대화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대화에는 나만 있고 너는 없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내 입장만 고려해 이야기했던 것이죠. 지금은 대화를 할 때 내 이야기가 상대방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일지 고민합니다. [사진 photoAC]

연애 시절,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나누던 대화에서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대화에는 나만 있고 너는 없었습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내 입장만 고려해 이야기했던 것이죠. 지금은 대화를 할 때 내 이야기가 상대방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일지 고민합니다. [사진 photoAC]

 
남편과 연애 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저는 뒤늦게 대학원을 다니며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던 때였죠. 새로운 사람을 자주 만나다 보니 남편과 대화에서도 당시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은 당신이 말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나는 전혀 알 수 없다는 내용의 말을 꺼냈습니다. 당신이 재미있어하니 관심을 갖고 들어보려 하지만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길게 듣고 있자니 집중도 잘 안 되고 솔직히 재미도 없다는 것이 말의 요지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처음에는 서운한 마음이 먼저 올라옵니다. 나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지 않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셈이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비로소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즈음 서로 간에 오가는 대화의 대부분이 새로운 사람들에 관한 나의 관심사였던 거죠. 결국 대화에 나만 있고 너는 없었던 겁니다. 그 후로 혹시 지금 나누는 대화가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닐까 간혹 생각해 보게 되었죠. 물론 늘 영양가 있는 이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관계의 윤활유가 됩니다. 하지만 어떤 주제이든 일방적인 이야기는 상대방을 지치게 하죠.
 
결혼 생활이 지속하면서 둘만의 대화가 여전히 재미있는 커플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에 지쳐가다 보면 부부간의 대화가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어느 순간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되는 거죠. 혹시 필요한 말들마저 내 입장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요즘 ‘옥주부’라는 별명을 얻으며 요리왕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는 개그맨 정종철 씨의 이야기를 얼마 전 접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기 전에는 솔직히 이 분이 갑자기 웬 요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역시나 적잖이 그런 말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관련되어 SNS에 올라온 그의 글을 읽으며 많은 부부에게 있을 수 있는 상황이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결혼하고 여느 부부처럼 알콩달콩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하지만, 아이가 셋이 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답니다. 식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돈을 더 벌기 위해 일을 쫓아다니기 시작한 거죠. 들어오는 일을 마다치 않고 전국을 다니면서 경제적으로 살림은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이 그의 가족은 힘들어지고 있었죠. 가족을 위한다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핑계로 밖으로만 돌던 정종철 씨는 알 리 없었습니다. 쉬는 날이면 아이 좀 봐달라는 아내의 말에도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나를 쉬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였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엔 일이 일찍 끝나도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이 힘들고 귀찮아졌습니다. 일찍 가봐야 아이를 봐야 하고 재미없고 힘들고 따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겁니다.
 
그렇게 점점 사이가 소원해 지고 있던 어느 날, 늘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나오는데 아내가 인사조차 없더랍니다. '이제 인사도 안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문을 탁 열고 나서는데 아내에게 문자가 도착합니다. ‘가방 속을 보세요’라는 짧은 문자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가방을 열어보니 아내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편지는 일종의 유서였습니다. 정종철 씨는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고, 이후 다른 인생을 살게 됩니다. [사진 unsplash]

가방을 열어보니 아내의 편지가 있었습니다. 편지는 일종의 유서였습니다. 정종철 씨는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고, 이후 다른 인생을 살게 됩니다. [사진 unsplash]

 
가방 안에는 아내의 편지가 담겨있었습니다. 긴 편지의 요지는 ‘당신은 아내인 나보다 아이들보다 본인을 더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내가 없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읽으며 손이 떨리고 눈물이 고인 정종철 씨는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는 말을 수십 번 이어갑니다.
 
그리고 일과 활동을 중단하고는 아내 곁에 머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무작정 옆에 있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처음엔 그저 옆에 있을 뿐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랍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난 아내를 모르고 살았구나’ 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해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던 어느 날 잠들기 전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내일 뭐 먹을까?”
그리고 그 날부터 아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음식 중의 하나를 아침 일찍 일어나 요리하게 됩니다. 아내는 음식을 보고 기뻐했죠. 처음엔 아내가 정말 먹고 싶던 음식이었나 보다 생각했지만, 정말 기뻐했던 이유는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비로소 알게 됩니다. 바로 내 말을 내 남편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기쁨이었죠. 그 후 정종철 씨는 옥주부가 되어 매일매일 가족을 위해 시간을 보내며 이전보다 돈독한 부부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드라 머레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커플이 다투고 나서 상처를 받는가는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 여부로 갈린다고 합니다. [중앙포토]

산드라 머레이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커플이 다투고 나서 상처를 받는가는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 여부로 갈린다고 합니다. [중앙포토]

 
미국 뉴욕주립대 심리학과 산드라 머레이 교수는 행복한 커플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173쌍의 커플을 상대로 200문항의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설문을 통해 각 커플의 성향과 현재 관계에 대해 자세히 물었죠. 그리고 3주간 매일 그 날 있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을 일기에 쓰도록 했습니다. 분석 결과 커플이 싸운 날의 기록을 살펴보니 완전히 패턴이 다른 두 종류의 연인으로 구분이 되었답니다.
 
한 종류의 커플은 서로가 다툰 날 상처를 쉽게 받고 그 강도를 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반면 다른 커플은 다투었다고 하더라도 살짝 기분이 좋지 않을 뿐 크게 상처받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머레이 박사는 두 종류의 커플의 가장 큰 차이는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에 있다고 말합니다.
 
크게 상처받지 않는 커플은 다투더라도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다거나, 혹은 나에게 서운한 것이 있는지 돌아보기는 하지만 이를 관계에 대한 불신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상처를 크게 받는 커플의 경우 싸움 자체의 원인을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갈등의 상황은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어떻게 풀어가는지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돈독하게 만들기도 하죠. 혹시 두 사람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오늘 잠들기 점 어떤 질문을 해보시겠습니까? 정종철 씨가 아내에게 던진 “내일 뭐 먹을까?”처럼 작은 질문 하나가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는 확신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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