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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쌍둥이딸 말 맞다면 천재”

피고인석에 선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는 선고가 끝나자 짧은 숨을 내쉬었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40여분간 이어진 선고를 듣던 그는 법정을 나서며 잠시 휘청이기도 했다.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은 이른바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현씨에게 업무방해죄 유죄와 함께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딸의 말이 사실이라면 딸은 천재”라며 현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씨가 시험지를 어떻게 유출했는지 특정되지 않은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증거’에 비춰볼 때 쌍둥이 딸이 미리 알게 된 답에 의존해 시험을 봤거나 참고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아버지 현씨를 통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가 숙명여고의 정기고사 등 업무를 상당히 방해하고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크게 4가지를 현씨의 유죄 근거로 삼았다.
 
①‘답안지 금고’ 비밀번호도 알았다
 
현씨에겐 정기고사 시험지 결재 권한이 주어졌었다. 결재 시간은 대개 짧았지만 종종 50분 이상 현씨 혼자 시험지를 갖고 있을 때도 있었다. 법원은 현씨가 시험 전 답안을 보관하던 교무실 내 금고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금고는 현씨 바로 뒷자리에 있었다. 판사는 “다른 사람이 없다면 현씨가 자리에서 몇 발짝 움직이지 않아도 금고를 열어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② 시험 전 왜 교무실에 혼자 있었나
 
현씨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다. 정기고사 직전 주말에 홀로 학교에 나와 초과근무를 했다. 이때 현씨는 초과근무 대장에 기록도 남기지 않았고 노트북에서 업무 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현씨가 2018년 4월 20일 일과 후 교무실에 남았을 때 주위 상황을 살피는 폐쇄회로(CC)TV 영상도 증거로 봤다. 법원은 “현씨 마음먹기에 따라 금고 속 답안을 체크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③ 내신은 최상위, 모의고사는?
 
딸들의 급격한 성적 상승도 유죄판단의 근거가 됐다. 두 딸의 내신 성적은 2017년 1학년 2학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올라 2학년 때는 최상위권이 됐다. 1학년 1학기 종합석차 121등의 쌍둥이 언니, 59등을 한 동생은 2학년 1학기가 되자 각각 인문·자연계열 1등으로 올라섰다. 재판부는 내신에 비해 오르지 않은 모의고사 성적을 의심했다. 또 쌍둥이 딸이 선택형(오지선다형) 문제에 비해 서술형 문제를 유독 많이 틀린 점도 의심스런 정황으로 봤다. 재판부는 “서술형 답안까지 유출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성공했더라도 답안을 외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④ “깨알답안·암산 만점”
 
법원은 “시험지에 적힌 ‘깨알 답안’과 메모지에 적힌 숫자도 유출된 정답을 적은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밝혔다. 시험 전후 답이 바뀐 경우 딸들은 대부분 바뀌기 전 정답을 썼던 점도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인정됐다.
 
쌍둥이 동생이 만점을 받은 물리1 과목에도 주목했다. 동생은 대부분 암산으로 답을 골랐다. 앞서 물리 교사는 “일부 문제를 암산으로 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쌍둥이 딸의 말이 맞다면 이는 쌍둥이 딸이 천재일 가능성”이라며 “하지만 1학년 1학기 성적 등으로 볼때 쌍둥이는 평범한 학생이지 선천적 천재는 아니다. 후천적으로 1년 안에 상식을 넘는 천재성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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