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한라산 자락에 들어선 상상나라, 제주 탐나라공화국 개국

 손민호의 레저터치 
제주 탐나라공화국이 개국했다. 강우현 전 남이섬 대표가 제주에 내려간 지 5년 만에 내놓은 '상상나라'다. 사진 속 풍경은 원래 풍경이 아니다. 땅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파낸 흙으로 산을 쌓았다. 손민호 기자

제주 탐나라공화국이 개국했다. 강우현 전 남이섬 대표가 제주에 내려간 지 5년 만에 내놓은 '상상나라'다. 사진 속 풍경은 원래 풍경이 아니다. 땅을 파서 연못을 만들고 파낸 흙으로 산을 쌓았다. 손민호 기자

지난 17일. 제주 탐나라공화국이 개국했다. 강우현(66) ㈜남이섬 전 대표가 제주도에 내려간 지 5년 만이다. 2014년 2월 남이섬을 떠났으니, 정확히 따지면 64개월 만에 ‘제주 남이섬’을 세상에 내놓은 셈이다. 17년째 그를 지켜본 인연으로 개국 행사에 초청됐다.
 
탐나라공화국이라. 이름부터 설명해야겠다. 제주의 옛 이름 ‘탐라’와 발음이 비슷한 ‘탐나다’를 합친 다음 ‘공화국’을 붙였다. 국가가 아닌 것이 국가 시늉을 한다. 이와 같은 형태를 ‘초소형국가체(Micronation)’라 부른다. 자체적으로 국가·국기·화폐 등 국가 상징도 만든다. 애들 장난 같다고? 현재 전 세계에는 120개가 넘는 마이크로네이션이 있다. 
탐나라공화국 강우현 대표. 남이섬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 제주도에서 두 번째 나라를 세웠다. 손민호 기자

탐나라공화국 강우현 대표. 남이섬 신화를 일군 주인공이 제주도에서 두 번째 나라를 세웠다. 손민호 기자

국내에는 남이섬이 있다. 스스로 ‘나미나라공화국’이라고 부른다. 남이섬 배가 뜨는 가평 선착장은 ‘출입국관리소(Immigration)’라 적혀 있으며, 남이섬 곳곳에 휘날리는 만국기 중엔 나미나라공화국 국기도 있다. 
 
그러니까 탐나라공화국은 남이섬 신화를 일군 강우현 대표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세운 나라다. 한 번의 역모로는 모자라 제주도에서 두 번째 역모를 감행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강우현 대표 특유의 장난기를 이해하지 못하고선 탐나라공화국의 재미와 의미를 알아채지 못해서다.
제주 탐나라공화국 보세구역 '출입국관리소' 풍경. 갤러리처럼 꾸며놨다. 여기에서 비자나 여권도 발급하고(입장권도 판매하고), 현무암을 녹여 만든 기념품도 판매한다. 손민호 기자

제주 탐나라공화국 보세구역 '출입국관리소' 풍경. 갤러리처럼 꾸며놨다. 여기에서 비자나 여권도 발급하고(입장권도 판매하고), 현무암을 녹여 만든 기념품도 판매한다. 손민호 기자

탐나라공화국에 입장하면 출입국관리소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자유로이 다닐 수 있다. 공화국 안쪽을 돌아보려면 비자나 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입장권을 사야 한다. 
 
출입국관리소 어귀에 시커먼 전기 가마가 놓여 있다. 어쩌면 흉물스러운데, 탐나라공화국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이 가마가 현무암을 녹인다. 강우현 대표는 제주도에 내려오자마자 낮에는 땅을 파고 밤에는 돌을 녹였다. 용암이 굳어 현무암이 됐으니 현무암을 녹이면 용암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13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자 현무암이 녹기 시작했다. 그는 직접 구운 도자에 점액질의 현무암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썼다. 만들고 보니 독특한 기념품이 됐다. 
 사진 왼쪽이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오른쪽이 한 번 녹인 현무암. 손민호 기자

사진 왼쪽이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오른쪽이 한 번 녹인 현무암. 손민호 기자

 녹인 현무암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기념품. 접시도 탐나라공화국 가마에서 직접 구운 것이다. 손민호 기자

녹인 현무암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기념품. 접시도 탐나라공화국 가마에서 직접 구운 것이다. 손민호 기자

5년 전. 그는 나무는 없고 풀만 무성한 중산간에서 생각을 거꾸로 했다. 역발상. 강우현 대표의 주특기다. 땅에 무언가를 세우려고 하지 않았다. 허구한 날 땅만 팠다. 처음에는 용암이라도 찾는 줄 알았다. 용암은 물론 못 찾았고, 대신 연못을 만들었다. 제주는, 비가 많아도 물이 적다. 빗물이 괴지 않아서다. 하여 비닐을 깔고 빗물을 받았다. 그렇게 100개 가까운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을 파다 쌓인 흙은 산이 되었다. 중산간이 산수화 같은 풍경으로 거듭났다. 남이섬처럼 또 하나의 인공 자연이 빚어졌다. 
 땅을 파서 연못을만들고 연못 복판에 제주도 모양의 섬을 만들었다. 손민호 기자

땅을 파서 연못을만들고 연못 복판에 제주도 모양의 섬을 만들었다. 손민호 기자

 화룡점정. 땅을 파다 보니 길이 생겼고, 굽은 길을 따라 용 머리를 닮은 모퉁이가 만들어졌다. 손민호 기자

화룡점정. 땅을 파다 보니 길이 생겼고, 굽은 길을 따라 용 머리를 닮은 모퉁이가 만들어졌다. 손민호 기자

 돌을 쌓다 보니 이런 모양도 만들어졌다. 토끼와 공룡. 하동대 옆에 조성한 가짜 동물원 '하동물원'의 풍경이다. 손민호 기자

돌을 쌓다 보니 이런 모양도 만들어졌다. 토끼와 공룡. 하동대 옆에 조성한 가짜 동물원 '하동물원'의 풍경이다. 손민호 기자

땅을 파다 보니 길(道)이 생겼다. 길(道)에서 노자의 『도덕경』을 떠올렸다. 무턱대고 노자의 고향 중국 허난성(河南省)을 찾아갔다. 중국허난성문화청이 노자 도서를 선물했다. 그 책으로 노자예술관을 지었다. 책이 모이자 책 욕심이 일었다. 지난해 헌책 30여만 권을 모아 헌책축제를 열었다. 그 책들이 지금은 거대한 책 놀이터로 거듭났다. 남이섬에서도 이런 식이었다. 먼저 돌을 던지고 길을 물었다. 탐나라공화국에는 시방 120개가 넘는 시설이 들어서 있다. 물론 모두 손수 일궜다.
노자예술관 내부 모습. 사진 아래 진흙 조형물 뒤의 책들이 중국허난성문화청이 보내온 것이다. 그 위의 책들은 지난해 헌책축제 당시 기증받은 책들이다. 손민호 기자

노자예술관 내부 모습. 사진 아래 진흙 조형물 뒤의 책들이 중국허난성문화청이 보내온 것이다. 그 위의 책들은 지난해 헌책축제 당시 기증받은 책들이다. 손민호 기자

제주 탐나라공화국 '호롱궁'. 재활용한 폐기물로만 만든 공간이다. 녹인 소줏병과 깨진 도자 조각 등으로 장식했다. 제주 탐나라공화국도 남이섬처럼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했고, 온갖 쓰레기를 다시 썼다. 손민호 기자

제주 탐나라공화국 '호롱궁'. 재활용한 폐기물로만 만든 공간이다. 녹인 소줏병과 깨진 도자 조각 등으로 장식했다. 제주 탐나라공화국도 남이섬처럼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했고, 온갖 쓰레기를 다시 썼다. 손민호 기자

“개장을 시작했다고 합시다. 5월은 국제도자워크숍, 6월은 노랑축제, 7월은 아이스크림축제… 이렇게 매달 축제를 열고 그때마다 개장식을 할 거거든. 재밌잖아. 매번 달라지는 느낌도 들고. 참, 내 유언은 읽었지요? 비석 세웠잖아. 뭘 더 바라겠어. 재미있게 놀다 가면 되지. 제주 사람도 모르는 제주를 만들어놓고.”
이용정보
 제주 탐나라공화국 여권

제주 탐나라공화국 여권

제주 탐나라공화국은 비자나 여권을 발급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비자(1일 입장권) 1만원, 여권(1년 입장권) 2만원. 비자나 여권을 발급받으면 탐나라공화국 직원이 진행하는 스토리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