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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선] 이재명 국무회의 참석시킨 문대통령의 포용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여권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아온 이재명 경기지사가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서울시장 외에 광역자치단체장이 비정기적으로나마 국무회의에 참석할 길이 열린 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이 지사가 지난달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와 검토한 끝에 앞으로 국무회의에서 경기도 관련 사안이 논의될 경우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적용되나”는 질문에 그는 “당장”이라며 “며칠 전 이 지사를 만나 ‘국무회의에 고정참석은 안 되지만 사안별로 참석할 수 있게 하겠다’고 얘기해줬다”고 답했다.
 
의미 있는 결정이다. 경기도(1350만명)는 서울(980만명)보다 인구가 많은 전국 최대 지자체다. 경기지사는 서울시장과 달리 장관급이 아니라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지만, 규모를 고려하면 참석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의 결정은 합리적이다.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문재인 청와대가 ‘포용’ 정신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이재명은 잘 알려졌듯이 친문 세력으로부터 극도의 비토를 당해온 정치인이다. 2년 전 대선 경선 때 문재인 후보와 혈투를 벌였다는 이유로 친문 지지층은 이재명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 자리를 두고 이재명이 친문 전해철과 싸운 끝에 승리하면서 친문 세력의 감정은 더욱 악화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명이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는 처지가 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을 쫓아내라”는 친문 세력 압박에 출당·제명을 검토했을 정도였다. 지난 16일 이재명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자 민주당이 “판결을 존중한다”는 모깃소리 수준의 ‘환영’ 논평을 낸 것도 친문들 눈치를 본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달랐다. 여권 소식통은 “개헌 불발로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장이 참석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이었다. 그 뜻을 생각하면 경기지사의 국무회의 참석이 맞는 방향이다. 이런 공감대가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등 참모진에서 이뤄졌고 문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열혈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이재명의 국무회의 참석을 결정한 건 잘한 일이다. 현 정부는 친문이 워낙 독주하다 보니 “(정권이) 안희정·이재명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안이박김’ 살생부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 아니었나. 이번 조치가 민주당이 ‘문주당(친문이 주인인 당이란 뜻)’에서 벗어나 다양한 계파가 선의의 경쟁을 하는 통합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청와대가 보여준 또 다른 유연성은 놀랍게도 일본에 대한 것이다. 3·1절을 앞둔 2월 말.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노영민 비서실장으로부터 “들어오라”는 전갈을 받고 청와대를 찾았다. 노 실장은 야스마사 대사에게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식에서 발표할 기념사 중 일본 관련 대목(“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을 보여줬다. 청와대가 일본 대사에게 미리 대통령 연설문을 보여준 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 설명이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한·일관계를 과거의 대결 구도로 돌이킬지 모른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사전에 일본 대사를 불러 ‘과거 책임 묻자는 게 아니라 미래로 가자’는 기념사 내용을 설명해준 거다, 야스마사 대사가 ‘신임장 제정받으러 왔을 때 빼고는(청와대 온 게) 처음이다. 고맙다’고 하더라.”
 
이뿐 아니다. 경기도의회가 학교 기자재에 ‘일본 전범 기업 제품’ 딱지를 붙이는 조례를 추진했을 때와 민노총이 부산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려 했을 때도 청와대는 총력을 다해 이들을 말렸다. 직접 호소하거나 외교부·민주당을 통해 전방위로 뛴 끝에 ‘자제’를 끌어낸 것이다. 그러나 지지층을 의식해 이런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적지 않은 국민이 현 정부가 대책 없이 ‘반일’에 올인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지만, 이 정부 역시 드러나지 않게 국익은 챙기고 있는 셈이다.
 
내친김에 좀 더 과감한 ‘국익 드라이브’를 주문하고 싶다. 문 대통령은 최소한 우리 대법원이 일본 전범 기업에 내린 징용 배상 판결만큼은 일본이 이행하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외교는 현실이다.  6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코앞에 닥쳐있다. 여기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맹탕으로 끝난다면 양국 모두의 재앙이다. 원칙과 현실을 조화시켜 빈사 상태인 한·일관계를 되살리는 멋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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