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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200원 코앞인데…정부, 구두개입 선긋는 까닭

22일 서울 외국환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192.8원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1195.7원을 기록한 뒤 주춤하는 모양새다. [뉴스1]

22일 서울 외국환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192.8원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1195.7원을 기록한 뒤 주춤하는 모양새다. [뉴스1]

달러당 원화 가치는 지난 17일 1195.7원까지 하락(환율 상승)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그러자 지난 2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금융시장의 지나친 쏠림으로 변동성이 확대할 경우 적절한 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을 유지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22일 달러당 원화 가치는 1192.8원으로 1200원 문턱에서 주춤한 모양새다.
 
홍 부총리의 이런 발언에 대해 외환 실무를 맡은 기재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한 원칙을 강조한 수준이지 구두 개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13일엔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이 “(원화 가치 하락 폭이) 주변국과 비교해 과한 수준이 아니다”고 평가한 뒤 원화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정부가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화 가치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간접개입·직접개입으로 나뉜다. 현재는 충분한 간접개입(구두개입) 수준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한국은행 출신의 한 연구원은 “구두개입에도 단계가 있다”며 “정부가 최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건 ‘현재 시장이 비정상’, ‘환율 불안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것보다는 한 단계 아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래도 충분한 구두개입으로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정부는 환율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곤 했다. 이명박 정부 초대 경제팀을 이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환율이 국익에 부합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는 “어느 나라도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나라는 없다”며 수시로 시장에 개입해 ‘환율주권론자’라고 불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가 직접 달러를 사고파는 등 직접 개입하는 수단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노골적 환율 압박이 거세지면서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건 안 되지만, 시장 안정을 위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은 국제 사회에서 충분히 용인된다”며 “그러나 지금은 구두개입은 물론 직접개입에 대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가치가 1200원 목전인데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최근 경기를 감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외환 당국 관계자는 “최근 수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이 정도는 괜찮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품 가격이 내려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4개월째 0%대인 상황에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으로 인한 경제 침체)’을 막는 효과도 있다. 원화가치가 내리면 수입 물가는 비싸지는 게 일반적이다. 재정 투입이나 인위적인 시장 개입 없이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원화가치 급락은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환율이 나라 경제 체력과 대외 신인도를 평가하는 대외 ‘성적표’란 측면에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환율이 정부가 개입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원화가치 급락으로 경제가 나빠진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노동·규제 개혁 같은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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