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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년 9개월 걸리던 판사 출신 靑 입성···文정부선 6주

'강제징용 재판관여' 의혹을 받는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지난해 9월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징용 재판관여' 의혹을 받는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지난해 9월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사들 "김영식 보면 곽병훈 전 비서관 떠오른다"
지난해 9월 6일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곽 전 비서관이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간의 '연결고리'라 의심했고 그가 청와대를 떠난 뒤 근무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압수수색했다. 
 
법원 내부에선 판사 출신인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과 그의 후임자로 법관 동료였던 김영식 변호사가 임명되자 이때가 떠오른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진보 성향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두 비서관 모두 양승태 대법원을 호되게 비판했고 사법부 독립에 목소리를 냈지만 판사 퇴임 후 청와대로 사실상 직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영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전 인천지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지난 17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임명된 김영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전 인천지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이는 법원을 떠난 뒤 비서관 임용 전 4년의 공백기간을 가졌던 곽 전 비서관의 행보와도 대조된다. 지방법원의 현직 부장판사는 "두 비서관의 문제는 청와대를 너무 빨리 갔다는 것이다. 현직 판사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4개 정부에서 법무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용된 판사 출신 변호사들의 판사 퇴임 후 공백기간을 조사했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3년차에 법무비서관실을 폐지해 제외했다. 
 
법무비서관은 총 14명이었으며 이들 중 판사 출신 비서관은 10명(71%)이었다. 남은 4명은 변호사(2명), 검사(1명), 교수(1명) 순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원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판사 출신 변호사 2명을 추가해 총 12명의 공백기간을 따져봤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앞선 3개 정부 비서관의 판사 퇴임 후 평균 공백기간은 3년 9개월로 문재인 정부 법무비서관의 '6주(김형연 직행, 김영식 3개월)'와 큰 차이가 났다. 문재인 정부와 같이 두 판사가 현직에서 청와대로 잇달아 직행한 전례는 없었다. 
 
지난 3개 정부 판사 공백기간 3년 9개월, 문재인 정부 6주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판사 출신 변호사는 "삼권분립이란 원칙 때문에 판사 출신 임용시 최소 2~3년의 공백기간을 두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 정부에서 그 인사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개 정부에서 현직 판사가 퇴임한 뒤 3개월 내에 청와대 또는 정치권으로 직행한 경우는 노무현 정부의 박범계 법무비서관(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명박 정부의 강한승 법무비서관(김앤장 변호사), 문재인 정부의 김형연·김영식 법무비서관 총 4명이었다.
 
각 정부별로 평균 공백기간을 따져보면 ▶노무현 정부=2명, 2년 3개월▶이명박 정부=3명, 4년 3개월 ▶박근혜 정부=5명, 5년 1개월 ▶문재인=정부 2명, 6주로 보수 정부에서 그 기간이 더 길었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지난해 3월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를 포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형연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지난해 3월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권력구조를 포함한 대통령 발의 개헌안 3차 발표를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형연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판사 출신을 선호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듯 지난 정부에선 판사 출신 비서관이 약진했다. 다만 이들 5명 중 4명이 김앤장 출신이라 법조계에선 '김앤장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김형연·김영식 변호사는 판사들과 법조계의 비판에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같은 국제인권법 출신 판사들 사이에서도 두 판사의 청와대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젊은 판사들 "김형연·김영식 우리에게 상처줬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긴밀한 협의가 가능했던 이유중 하나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판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라며 "현직 판사의 청와대 비서관 즉시 임명은 사법농단을 다시 일으킬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재경지법의 현직 판사도 "이번 사건으로 젊은 판사들이 정말 상처를 많이 입었다"며 "사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신일수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이명박 정부 당시 강한승 판사가 청와대로 직행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며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가운데)는 이명박 정부의 첫번째 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이명박 전 대통령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강 변호사의 모습.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강훈 변호사(가운데)는 이명박 정부의 첫번째 법무비서관을 역임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이명박 전 대통령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강 변호사의 모습. [뉴스1]

김형연 전 비서관이 판사 퇴임 직후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법관 퇴직 후 3년간 청와대 임용을 금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주 의원은 "판사가 법복을 벗자마자 청와대로 가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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