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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당신뿐이야”라는 말, 배우자가 기뻐할까?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23)
은퇴한 선배는 최근들어 부인과 자주 싸운다는 얘기를 했다. 주말 모임을 아내에게 권했는데 선약이 있다며 거절했고 끝나고 가자고 했더니 언제부터 내 스케줄 관리하냐고 짜증을 냈다는 것이다. [사진 photoAC]

은퇴한 선배는 최근들어 부인과 자주 싸운다는 얘기를 했다. 주말 모임을 아내에게 권했는데 선약이 있다며 거절했고 끝나고 가자고 했더니 언제부터 내 스케줄 관리하냐고 짜증을 냈다는 것이다. [사진 photoAC]

 
조금 오래된 이야기다. 대기업의 대표를 지내다 은퇴한 선배가 어느 날 술 한잔하잔다. 매일 바쁘다고 내 만남을 뒤로 미루던 터라 웬일이냐고 물었다. 부인과 말다툼이 있었고 최근 들어 자주 다툰다며 답답해서 전화했다는 얘기를 한다. 만나서 사연을 들어보니 주말 별장모임을 아내에게 권했는데 선약이 있어서 안 되겠다고 했단다. 모임 끝나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언제부터 내 스케줄 관리하냐고 짜증을 내서 싸웠다는 것이다.
 
내 대답은 “부인 말이 맞네”였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30대 초반에 결혼한다. 30대에는 부인과 웬만한 갈등이 있어도 사랑으로 극복한다. 40대에 들어서면 남편은 사회에서의 역할이 많아지며 남들과 경쟁하느라 가정에는 소홀하게 된다. 이때 부인은 설사 남편이 바깥 생활로 바쁘더라도 자식 뒷바라지하느라 아쉬울 틈이 없다.
 
50대에는 어떤가? 남편은 직장에서 상위 계층에 자리 잡으며 바깥 활동이 더욱 많아진다. 이즈음 아내는 자식들이 다 커서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어진다. 시간적 여유와 남편 소득의 증대로 경제적 여유도 생기니 동창이나 이웃과 어울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결국 아내는 남편과 약 20~30년을 남편 없이도 즐겁게 생활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이 “내겐 당신밖에 없는 것 같아. 이제 우리 함께 많은 시간을 가져보자”고 한다면 대부분의 부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론 은퇴 후 일정 기간은 그동안 가족을 위해 수고한 남편이 고마워서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낼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시간이 지나게 되면 남편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올 수 있다.
 
인생후반부 부부관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소 닭 쳐다보듯 한 관계, 다른 유형은 끊임없이 갈등하는 관계다. 마지막 유형은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함께 즐기는 관계이다. [사진 Freepik]

인생후반부 부부관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소 닭 쳐다보듯 한 관계, 다른 유형은 끊임없이 갈등하는 관계다. 마지막 유형은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함께 즐기는 관계이다. [사진 Freepik]

 
20년 이상을 거의 따로(?) 생활했다고 생각해 보라.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과유불급이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인생후반부 부부관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소, 닭 쳐다보듯 한 관계이고, 다른 한 유형은 끊임없이 갈등하는 관계이다. 또 다른 한 유형은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함께 즐기는 관계이다. 여러분은 어느 관계이고, 인생후반부 어떤 부부관계를 이어가고 싶은가?
 
내 자랑 좀 해보자. 우리 부부는 다행히 오래전부터 인생후반부 부부관계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준비해 왔다. 그걸 어떻게 준비했냐고? 단언컨대 '함께하는 봉사'였다. 40대부터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자주 가졌다. 내가 상대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와 상대적으로 많은 걸 가졌다는 걸 깨달았으며 무엇보다도 상대편을 배려하는 자세를 터득하게 됐다.

 
사실 나는 직장에서 한창일 때 배려나 봉사, 희생이라는 덕목보다는 경쟁에서의 승리, 일취월장, 승승장구라는 덕목에 매료돼 있었다. 그를 증명하는 사례가 있다.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장 후배들에게 어느 날 ‘인자요산, 지자요수’에 대해 말하면서 나는 물보다 산을 좋아하니 인자라고 했다. 그랬더니 부하직원이 하는 말, “팀장님은 닌자시죠”라더라.
 
산이 아니라 봉사는 닌자를 인자로 만든다. 인자가 되면 아내에게 바라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생각하게 된다. 봉사란 상대에게 주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행동이기에 이것이 가능하다. 거기다가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는 일방적이지 않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으니 이야말로 금상첨화 아닌가?
 
제주올레길을 걷고 있는 부부. 인생후반부 부부관계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오래 함께하는 관계형성이 중요하다. [사진 한익종]

제주올레길을 걷고 있는 부부. 인생후반부 부부관계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오래 함께하는 관계형성이 중요하다. [사진 한익종]

 
도대체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이 세상에 당신밖에 없다고 하는 말이 왜 덕담이 아니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내가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유일한 존재라는 말은 분명 아름다운 덕담이다. 그러나 그 말이 상대편에게 필요하지 않을 때, 또는 일방적 관계에서의 하는 말이라면 그것이 덕담일까?
 
오랫동안 따로국밥처럼 지내 와, 서로의 교집합이 적은 상태에서 당신은 나의 전부라고 한다면 그걸 구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상대방이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알맞게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배려이고, 그것이 인생후반부 부부가 견지해야 할 자세다. 그 훈련은 봉사와 기부로 가능하다.
 
화천에 내 손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할 때, 직장 선배였던 고위직 은퇴자가 자신도 고향에 땅을 사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일언지하에 아니라고 말해줬다. 부인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서. 돌아온 답이 부인은 절대로 서울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단다. 내 답이 ‘노(no)’였다는 점이 자명해졌다. 나는 전원생활이지만 남은 고역의 나날일 수 있다. 이를 깨닫는 것은 인생후반부를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이는 어느 날 갑자기 터득하는 진리가 아니다.
 
훈련이 필요하다. “내게는 당신뿐이야” “난 당신 없인 못살 것 같아”는 사실 굉장히 이기적인 발상에서 나오는 말이다. 상대편이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을 때 하는 말이라면 말이다. “누가 그래? 나는 당신 없이도 살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오로지 당신뿐이라는 말도 상황이 마련됐을 때나 효력이 있다. 그를 훈련하는 것, 부부가 함께하는 봉사이다. 이래저래 봉사는 인생 3막의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스승인 것 같다.
 
한익종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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