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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가도 영혼은 보낸다" 영화 '걸캅스' 수상한 예매

‘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 조직의 일망타진에 나선 두 여경, 올케 미영(라미란)과 시누이 지혜(이성경)의 활약상을 그린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걸캅스’는 디지털 성범죄 조직의 일망타진에 나선 두 여경, 올케 미영(라미란)과 시누이 지혜(이성경)의 활약상을 그린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나는 그 시간에 자고 있겠지만 남은 내 ‘영혼’이 대신 관람해주겠죠”
회사원 염지원(26)씨는 지난주 일요일(19일) 영화 ‘걸캅스’의 심야 영화 표 5장을 예매했다. 자신이 예매해 못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좌석은 맨 앞줄을 골랐다. 염씨는 “‘걸캅스’는 대형 배급사가 상영하는 몇 안 되는 여성 중심의 오락영화”라며 “여성 중심 문화 콘텐트의 대중적인 보급을 위해 최소 손익 분기점을 넘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혼’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영혼보내기'로 검색하자 걸캅스 영화 예매 내역들을 인증한 사진들이 올라와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인스타그램에 '#영혼보내기'로 검색하자 걸캅스 영화 예매 내역들을 인증한 사진들이 올라와있다. [인스타그램 캡쳐]

가성비와 가심(心)비를 뛰어넘어 미닝아웃(meaning out)이 20·30세대 소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닝아웃은 뜻이나 가치를 뜻하는 미닝(meaning)과  사회적 소수자가 벽장에서 나온다는 의미의 커밍아웃(coming out)을 합성한 신조어다. 
미닝아웃 소비자는 자신의 정치ㆍ사회적 신념을 소비행위로 표현한다. 최근 극장가에서 활발한 ‘영혼 대신 보내기’ 가 대표적 사례다. 좋아하는 영화의 흥행을 바라는 마음에 인기 없는 앞 좌석이나 구석자리를 구매해 직접 가지 않고 ‘영혼’을 보낸다. 지난 9일 개봉한 ‘걸캅스’엔 염씨와 같은 젊은 여성의 이러한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염씨는 “유튜브와 SNS를 이용하면서 대중문화의 정치적 역할이 그 어떠한 세대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내가 소비하게 될 콘텐트 시장이 나를 시작으로 조금이라도 정화될 수 있다면 영화 표 5장 값인 5만원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1일 현재 ‘걸캅스’는 누적 관객 수는 130만 8000명이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80만명이다. 
텀블벅 '캠페인' 카테고리에 들어가있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 홈페이지 캡쳐]

텀블벅 '캠페인' 카테고리에 들어가있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 홈페이지 캡쳐]

사회적 가치를 내포한 소비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패션·뷰티 업계가 가장 발 빠르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마리몬드와 협업으로 한정판 세럼을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준비한 물량을 며칠 만에 완판했다. 마리몬드는 인권을 위해 행동하고 폭력에 반대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가 디자인한 동백꽃 휴대폰 케이스를 가수 수지가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업체다. 아이소이 관계자는 “마리몬드 협업 세럼이 순식간에 동이나 발 빠르게 추가 생산을 진행하고 이번 달 말까지 앙코르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식적 소비는 산업 현장의 변화를 끌어내기도 한다. 최근 콩고기와 같은 식물성 대체육 개발이 활발해지고 편의점에 비건 푸드(채식주의 식품)가 등장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닭의 수면시간을 보장하고 식물성 사료를 줘 키운 닭고기(하림), 환경보호를 위해 분리배출이 쉬운 팩에 든 우유(상하목장)와 같은 제품이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미닝아웃 트렌드는 자아의식이 강하고 의견과 취향을 드러내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가톨릭 대학교 김경자 교수(소비자학과)는 “미닝아웃소비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가 결합해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이 생기면서 쉽게 지지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10주년 기념으로 마리모드와 콜라보 상품을 내 대박을 냈다. [사진 아이소이]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10주년 기념으로 마리모드와 콜라보 상품을 내 대박을 냈다. [사진 아이소이]

영혼보내기운동과 같은 미닝아웃 소비가 지나치게 과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김 교수는 “지지하는 사람이 자기 돈을 들여서 그 뜻을 전파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갑론을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미닝아웃은 대규모 자본이 조직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일부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확장하는 소비형태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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