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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의 포커스 MLB] 오프너, 절실함으로 탄생한 전략

케빈 캐시 템파베이 감독.

케빈 캐시 템파베이 감독.


2018년 5월 20일(한국시간) 캐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깜짝' 용병술을 선보였다. 베테랑 서지오 로모를 선발투수로 기용한 것이다. 로모는 빅리그 11년 차 베테랑으로 한때 샌프란시스코 마무리 투수를 맡기도 했던 자원이다. 직전 588경기에 등판했지만 단 한 번도 선발로 마운드에 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캐시 감독이 로모를 LA 에인절스 원정경기 선발로 내세웠다.

예상을 깬 전략이었다. 로모는 1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라이언 야브로와 교체됐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다시 선발로 나와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른바 '오프너'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비슷한 모습은 있었다. 예기치 않은 선발투수의 부상을 비롯한 불가피한 이유로 긴 이닝을 던질 투수가 없을 때 '불펜데이'라는 이름으로 마운드가 운영됐다. 여러 명의 불펜 투수가 짧은 이닝을 끊어 소화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탬파베이처럼 대놓고 불펜 투수가 선발로 나와 1·2이닝을 던지고, 기존의 선발투수를 두 번째 투수로 세워 길게 던지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

잠시 소나기를 피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캐시 감독은 이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하위 로테이션 쪽에 오프너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성과도 분명했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무려 90승을 따내며 승률 0.556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다. 특히 6월 지구 강자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3연전 내내 오프너 전략을 사용해 무려 18명의 투수를 투입,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주목받았다. 이 전략을 지속해서 활용하고 성적도 잘 나오자 지난해 미네소타·텍사스·오클랜드 등이 실험적으로 오프너 작전을 이용했다.

이제 관심사는 '오프너가 수비 시프트같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선발투수가 소화하는 평균 이닝은 점점 짧아지고 완투 경기 횟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불펜 활용에 대한 분석이 점점 심화되고, 오프너 역시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전략이다.

대부분의 선발투수는 타순이 돌수록 피안타율이 높아진다. 그리고 최근 팀 내 강타자들을 전진 배치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타순이 돌수록 강타자를 상대할 확률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결국 믿을 수 있는 선발투수가 넉넉하지 못한 팀이라면 긴장감이 가장 높고 출루율이 뛰어난 상위타선 상대를 피하게 해 주는 오프너 전략이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이다.

 
라이언 스타넥(왼쪽)은 무려 29번의 오프너를 맡기도 했다.

라이언 스타넥(왼쪽)은 무려 29번의 오프너를 맡기도 했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불펜이 824⅓이닝을 소화해 이 부문에서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출발은 3승12패로 부진했지만, 곧바로 반등했다. 선발진 4명이 번갈아 부상자 명단에 오르자 밤잠을 이루지 못한 캐시 감독의 고민 끝에 나온 오프너 덕분이었다. 빠른공을 던지는 라이언 스타넥은 무려 29번의 오프너를 맡아 66⅓이닝만 투구했다.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출격한 야브로는 147이닝을 투구해 16승을 거뒀다.

성공을 거뒀지만, 사실 오프너를 처음 시도한 사령탑은 캐시 감독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현대 불펜 분업화의 초석이 된 토니 라 루사 감독과 데이비드 던컨 투수코치가 1993년 선발투수의 부상으로 비슷한 운영을 6경기에 활용했지만, 1승5패로 승률이 떨어지자 포기한 경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오프너의 소개는 캐시 감독이 적용한 2018년 5월 20일이다.

어느 팀이든 비용 효율성을 생각할 때 더 많은 승리를 따낼 수 있다면 어떤 전략이라도 차용할 것이다.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하지 못했거나 영입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오프너는 충분히 고려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시도하는 모든 팀이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민 끝에 오프너를 재소개하고 성공하게 한 캐시 감독이 2024년까지 연장 계약을 받은 '보상'을 생각한다면, 낮은 마운드에 고민하는 여러 감독에게 오프너 전략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으로 다가설 전망이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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