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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관세맨’ 트럼프에 떠는 한국 경제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1988년 12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 영화 ‘카사블랑카’에 소품으로 나온 피아노 경매가 열렸다. 입찰 막바지에 두 사람이 격렬하게 붙었다. 부동산개발업자 도널드 트럼프와 일본인 컬렉터의 대리인이었다. 상대에게 피아노를 빼앗긴 트럼프는 이 일을 계기로 일본 경제의 급부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한 일화다. 트럼프는 일본의 성장이 미국의 희생을 딛고 이뤄진 것으로 이해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듬해 방송에서 “나는 관세에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일본산 수입품에 15~20% 관세를 매기자”고 주장했다. 대미 무역 흑자국인 한국과 서독도 “미국을 약탈하는 나라”로 지목했다.
 
어제 들은 듯 익숙한 표현들이다. ‘일본’을 ‘중국’으로만 바꾸면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지난 1년간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숱하게 내뱉은 주장 그대로다. 트럼프가 어언 30년 전 ‘관세’라는 무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은 그만큼 관세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대 국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일본이 중국으로 바뀌었듯, 타깃이 중국에서 다시 한국, 베트남, 유럽연합(EU)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지금도 ‘관세맨’ 트럼프 때문에 주요 국가들이 울고 웃는다. 지난주 트럼프 는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했다. 덕분에 한국도 한숨 돌리게 됐다. 한국 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미 관세 장벽까지 올라가면 한국 수출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공급사슬이 파괴되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인다. 한국도 그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2.8%에서 올 3월 2.6%로 낮춘데 이어 2개월 만에 추가로 내린 것이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81%다. 관세전쟁을 시작한 미국은 27%, 중국도 38%에 그친다(2017년 세계은행 통계). 무역전쟁 당사자보다 한국 경제가 더 타격을 입기 쉬운 구조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올 1분기 뒷걸음질 쳤다. 실질 GDP 증가율은 -0.3%(전분기 대비)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3.2%(연율 환산), 중국은 1.4% 성장했다. 무역의존도 82%인 독일 경기가 하강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 언론은 미국 경제가 순항하는 한 트럼프의 관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관세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위한 지렛대로만 쓰일 것이라는 기대는 오산이라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 짐이 더 얹어졌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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