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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구난방 검경 개혁…국민은 헷갈린다

신체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검찰과 경찰 개혁이 오락가락 중구난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다간 개혁은 고사하고 ‘개악(改惡)’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문무일 반발하자 경찰 개혁안 전격 발표
초심으로 돌아가 검찰 권한 분산시켜야

파열음과 이상 신호는 지난달 말 검찰 개혁 법안이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에 태워질 때부터 나기 시작했다. 제 1야당을 배제한 채 여야 4당이 대통령 공약 사항인 공직비리수사처 설립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선거법과 연계해 밀어부치자 자유한국당은 ‘졸속’, ‘야합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출장중이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경찰 권한 비대화가 예상되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반대 입장문을 냈다. 그동안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특수 수사 등의 직접 수사 기능을 줄이는 대신,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회는 외면했고 법무부장관은 거꾸로 된 대책을 내놓았다. 문 총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을 흔드는 손으로 정치 권력을 지목했다.
 
그로부터 나흘 만인 그제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경찰 개혁안을 내놨다. 이는 검찰 반발에 대한 땜질 성격이 짙다.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통제하는 권한이 수사권과 기소권이다. 검경 개혁의 핵심은 수사·기소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수사 과정에서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합의안을 마련하더니 개혁 대상인 검찰의 총장이 공개 반발하자 경찰 개혁안을 뚝딱 내놓은 것이다. 도대체 국가수사·형벌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이긴 한 건지, 수사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이해득실 다툼 속에서 옥상옥의 수사기구가 또 하나 늘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검경 개혁안들에 국민들은 어지럽고 헷갈린다.
 
경찰 개혁안엔 행정 경찰과 수사 경찰을 분리, 신설되는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맡기며 자치경찰제를 확대시행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대로라면 경찰서 1층에 지방 경찰, 2층에 국가 경찰, 3층에 수사 경찰이 한지붕 세가족으로 동거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질 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총장은 물론이고 공수처장, 국가수사본부장까지 최종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대통령과 청와대가 인사권을 쥐고 있어서 대통령 친인척, 측근 인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건 합리적 의심의 범주에 속한다. 수사본부장직에 법학·경찰학 교수도 지원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이하다. 제2의 조국 민정수석이나 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인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게 아니라면 이건 무엇 때문인지 묻고 싶다.
 
국가의 수사권과 기소권, 형벌권의 근간을 정비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다시 고치기가 쉽지 않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해 국민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겠다는 검경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정부도, 청와대도, 야당도, 검찰도, 경찰도 눈앞의 실리에만 급급해서는 국가 백년대계를 세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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