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와인에 가장 무서운 적은 지구온난화

지난달 한국을 찾은 스페인 가족 경영 와이너리 ‘토레스’의 5대 경영자 미겔 토레스 마자섹이 대표 프리미엄 와인 ‘마스 라 플라나’를 소개하고 있다. 내년에 설립 150주년을 맞는 토레스는 스페인 와인을 국제적 수준으로 올려놓은 영향력 있는 와이너리로 손꼽힌다. [오종택 기자]

지난달 한국을 찾은 스페인 가족 경영 와이너리 ‘토레스’의 5대 경영자 미겔 토레스 마자섹이 대표 프리미엄 와인 ‘마스 라 플라나’를 소개하고 있다. 내년에 설립 150주년을 맞는 토레스는 스페인 와인을 국제적 수준으로 올려놓은 영향력 있는 와이너리로 손꼽힌다. [오종택 기자]

“좋은 와인은 양조장이 아니라 포도밭에서 나온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스페인 대표 와이너리 ‘토레스(Torres)’의 5대 경영자 미겔 토레스 마자섹(45)의 말이다. 와인은 포도로 만들고, 포도는 절대적으로 땅과 공기 그리고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좋은 와인을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좋은 환경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가꾸고, 이를 양조해 맛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당연한 과정을 잊고 그럴듯한 브랜딩과 화려한 수사로 와인을 포장하려는 시도가 흔한 요즘, 토레스가 말하는 ‘기본’은 울림이 크다.
 
내년이면 설립 150년이 되는 토레스는 스페인의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이너리로 손꼽힌다. 1970년대 이전 와인 업계의 변방이었던 스페인 와인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5대째 이어지는 가족 경영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기업 규모도 상당하다. 보유한 와인 브랜드는 30여 개가 넘고, 포도밭은 수 천만㎡, 연간 와인 생산량은 약 4백만 병, 매출은 3억 달러(한화 약 3500억원)에 이른다.
 
요즘 토레스는 이런 기업 규모에 맞지 않게 작은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그 의미는 크다. 스페인 토착 포도 품종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다. 이를 위해 스페인 카탈루냐 인근의 작은 포도밭을 매입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겔 토레스 마자섹 CEO는 이같은 행보에 대해 “우리 와인의 품질에 대한 검증은 이미 마쳤다. 이제는 스페인 토착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으로 스페인 와인 본연의 모습을 선보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토레스는 이미 많은 포도밭을 소유했는데 작은 와인 산지를 또 찾는 이유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우리는 매년 100m씩 높은 곳의 포도밭을 매입하고 있다. 이번 세기가 끝날 때쯤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 평균 기온이 5℃ 오른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 소유한 포도밭에서 현재의 포도 품종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진다. 예전 와인 메이커들은 ‘필록세라’라는 병충해를 가장 두려워했다. 지금은 지구온난화가 가장 두렵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미리 대비하는 와인 기업은 생소하다.
“미래에 대한 준비다. 아버지(4대 미겔 토레스) 때부터 지구온난화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서늘한 포도밭을 매입해 포도나무를 심고 잘 자라는지 연구 중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쪽 피레네 산맥은 주로 스키장으로 사용될 만큼 해발고도가 높은데, 여기 산자락의 땅도 사서 연구 중이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소개한 ‘마스 데 라 로사’도 새로 발견한 포도밭에서 만든 와인이다.
“맞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유명 와인 산지인 프리오랏 지역의 해발고도 550m에 자리한 2헥타르(약 6000평)의 작은 포도밭이다. 매해 생산량이 수천 병 정도밖에 안 되지만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덕분에 이 지역의 테루아(와인 재배를 위한 제반 조건을 총칭하는 말)가 그대로 반영된 훌륭한 품질의 와인이 탄생했다.”
 
서늘한 땅을 찾는 것 외에 포도와 기후 관련의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기존 포도나무 중에서 유독 열매가 늦게 맺는 품종을 추려내 유전자 복제를 한다. 더우면 포도가 빨리 익는데, 천천히 자연스럽게 익어 열매가 늦게 맺히는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야 풍미가 좋다. 또한 지금보다 평균 기온이 높았던 중세시대 때 포도 품종을 복원해 접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이고  단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탄소 발자국을 2020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줄이는 것이 목표다.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 전기는 최대한 태양광 에너지 패널을 설치해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열을 이용하거나, 포도 농사를 짓고 남은 부산물을 모아 열을 생성시키는 바이오매스(생물 연료) 에너지도 활용하고 있다. 또 되도록 무게가 적게 나가는 와인병을 사용하고, 포장 부피를 줄여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줄이고 있다. 포도밭 외에도 지속해서 나무를 심어 약 1500헥타르(약 450만평) 정도의 숲을 가꾸고 있다.”
 
대체 에너지 개발의 경우 기초 설비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대체 에너지 설비에만 지난 10년간 1000만 유로(한화 약 130억 원)를 투자했다. 포도 품종 연구를 위한 실험 시설을 구축하고 새로운 연구를 하는 데만 한 해 약 150~250만 유로(한화 약 20~30억 원)를 사용한다. 확실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은 토레스가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 경영 기업이기 때문이다.”
 
어떤 와인을 만들고 싶나.
“최근 프리미엄 와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공장처럼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늘었다. 이들은 맛보다 눈에 확 띄는 레이블로 시선 끌기를 한다. 토레스는 그런 트렌드를 쫓아갈 이유가 없다. 우리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와인을 만들 것이다. ‘마스 데 라 로사’처럼 와인을 마셨을 때 산지를 떠올릴 수 있는 특색 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다.”
 
‘최고의 와인’이란.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와인이다. 와인만큼 주관적인 것이 또 있을까.”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