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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택배기사들 주 84시간 일해…새 운동화 석달 못간다"

지난 16일 서울 충정로2가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김태완 위원장이 택배기사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6일 서울 충정로2가 택배연대노조 사무실에서 김태완 위원장이 택배기사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한민국은 택배 천국이다. 4만여 택배기사가 하루 1000만 개를 실어나른다. 2000만 가구(통계청 2017년)를 기준으로 치면 한 집이 이틀에 한 번꼴로 택배를 받는다. '아이들이 아빠보다 택배(선물)를 기다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인터뷰]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

택배 천국은 택배기사 덕에 가능했다. 한 명이 하루 250개를 나른다. 그렇게 일하고 한 달에 얼마를 가져갈까. 택배 시장점유율 절반을 차지한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만2000여 택배기사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 월평균 578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차량운영비 등을 뺀 '순소득'은 433만원이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택배 할 만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수일 후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택배연대)는 월 329만원이라고 반박했다. 2016년 12월 노조원 3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근거다.
 
김태완(49)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대한통운의 수치가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매출이다. 기름값·차량유지비·대리점수수료·부가세·통신비·식비 등 운영비를 빼고, 차량 감가상각비·보험료 등을 제하고 가져가는 돈은 월 300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통운이 '매출'이라고 했으면 할 말이 없지만, 소득이란 표현은 틀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충정로2가 택배연대 사무실에서 김태완 위원장을 만났다.
 
월 500만원과 300만원, 누구 말이 맞나
"현장에선 '기가 찬다'는 반응이다. 매출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소득이라는 표현은 틀렸다. 또 1억 이상 버는 택배기사가 500명이 넘는다고 했는데, 그건 정말 특별한 경우다. 부부나 가족이 같이 배송하는데 사업자를 한 명만 받았다든지, 회사의 배려로 아주 특별한 현장에서 집화(택배를 수집하는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 등이다. 배송으로 한 달 1억을 하려면 1만2000개(1개당 배송료 800원) 이상을 배달해야 한다. 하루 500개씩 25일 일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택배 기사는 하루 몇 시간 정도 일하나 
"2015년 인권위, 2016년 택배연대 설문조사, 2017년 노동권익센터 조사 결과 13~15시간으로 나왔다. 주 84시간이다. 새로 산 운동화가 석 달을 가지 못한다. 휴일·야근 수당을 고려해 계산하면 택배 노동자의 시급은 현재 최저임금(835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3월 택배사의 단가 인상 선언 후 택배기사에게 변화가 있었나  
"대리점·지점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일부 고객사는 택배 단가가 올렸다. 하지만, 가격 인상으로 이탈한 고객사도 있다. 회사 입장에선 단가가 오른 대신 물량은 적어 중개비용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택배기사 배송료는 그대로다. 또 고객사 이탈로 수입이 줄어든 기사도 있다."
 
택배 단가가 오른 곳의 배송료는 왜 오르지 않았나
"구간별로 배송료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택배 단가가 1700원~2000원이면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배송료는 800원이다. 즉 택배 단가가 기존 1700원에서 1900원으로 오르더라도 기사에게 떨어지는 배송료는 같다. 소비자는 온라인쇼핑몰에서 택배비로 2500원을 지불하지만, 실제 택배사로 들어오는 돈은 1700원 정도다. 나머지는 온라인쇼핑몰이 가져가는 '백마진'이다."
  
'백마진'은 어떻게 생겼나  
"택배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년 동안 택배 단가가 지속해서 하락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택배법이 없다 보니 이런 관행을 바꿀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이 지난 1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생활물류서비스법' 입법을 촉진하는 기자회견에서 국토부 장관 면담 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 택배연대]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이 지난 16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생활물류서비스법' 입법을 촉진하는 기자회견에서 국토부 장관 면담 요청서를 들고 있다. [사진 택배연대]

국토부는 지난 3월 택배·퀵서비스 종사자를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사업법' 입법계획을 밝혔다. 택배·퀵서비스 산업 발전과 종사자·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업자 책임 강화를 골자로 내세웠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지난달 발표한 택배기사 소득에 대해 "최근 택배기사 1만2000명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더 있다"고 말했다. 택배 단가 인상에 대해선 "현재 고객사와 협상 중이지만 원활하게 진행을 못 하고 있다"며 "단가가 인상되면 택배기사 수수료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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