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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센병”“사이코패스”“괴물”…증오 키우는 막말 정치

정치권의 험한 말들이 끝없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인들이 앞다퉈 자극적인 말로 지지층의 주목을 받으려는 경쟁을 벌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제는 ‘막말 배틀’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더는 한국 정치에 품위나 상생 같은 것을 기대해선 안 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충돌 사태와 함께 거칠어지기 시작한 말들이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을 거치며 흙탕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라고 비난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도둑놈들한테 국회를 맡길 수 있겠냐”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은어를 사용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을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악당(타노스)에 빗대어 “문노스”라고 했다.
 
급기야 써서는 안 될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가려 한다며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했다. 16일에는 김현아 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한센병”을 언급했다가 사과했다. 5·18 기념식 후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는 영화 대사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자극적인 말들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하다. 백이면 백, 소속 정당이나 정파의 지지층을 향하고 있다. 통쾌하고 자극적일수록 열광하는 지지자들에게 더 큰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 돼버렸다. 상대편이나 중간 지대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상대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막말로 흠집을 내려는 시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막말 파문이 있을 때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징계안을 내기 전에 자신들은 마이크 앞에서 어떻게 발언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데, 다들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이런 상황은 한국 정치가 협치(協治)의 정신을 잊은 채 갈수록 진영화돼 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무조건 우리 편이 이기면 된다’는 식의 진영논리가 현 정부 들어 공고해지고 있다. 언어는 사고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극적인 말들은 공론의 장(場)을 오염시킨다. 험하고 거친 말들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합리적 토론은 발붙이기 어렵다. 갈등과 증오를 증폭시키며 분열의 사회를 만들 뿐이다.
 
자라나는 세대가 보고 배울까 두렵다는 말도 식상할 지경이다. 품격 있는 언어로 한 사회의 토론 수준을 올리는 것도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 중 하나다. 상대 정치인을 비판할 때도 얼마든지 풍자와 반어의 수사법을 활용할 수 있다. 당장 떠오르는 말이 거친 말들밖에 없다면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치인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말 없는 다수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들은 누가 형편없는 실력으로 나쁜 말에만 기대어 정치를 하는지 기억하고 있다가 선거에서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 부실한 정책만 늘어놓고 막말로 승부를 보려는 정당에 대해서도 응징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대표라는 정치인들이 잘못하면  결국 주권자인 시민들이 매를 드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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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