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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성으로 동질성 함정 부순다” 외국 인재 모시는 기업들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6)
맥킨지에 따르면, 경영층의 민족과 인종이 다양한 기업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낸다. [사진 unsplash]

맥킨지에 따르면, 경영층의 민족과 인종이 다양한 기업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낸다. [사진 unsplash]

 
로마제국은 초기에 전쟁의 패자를 동화시키는 정책으로 성장했다. 정복한 국가의 지역 문화를 모두 수용하고 그 다양성을 인정했다. 패자에게 시민권을 주고, 능력 있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등용하면서 국력을 키우는 통치술을 발휘했다. 이런 로마제국의 역사적 교훈은 현재 글로벌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경영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이미 서구의 많은 글로벌 기업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재를 활용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냈고. 이것이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15년 맥킨지가 전 세계 상장기업 366개사를 조사한 결과 경영층의 다양성(민족과 인종) 기준으로 상위 25%의 회사는 업계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히 말해 이질성과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외모와 사고가 다른 직원과 함께 협력하며 일할 때 기존의 고정관념이 도전을 받는다. 다른 동료의 사고패턴과 충돌하면서 그동안 당연시하던 것을 의심한다. 동시에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포용적 관행이 뿌리내려 하나의 기업문화를 형성한다. 이렇게 기업에 다양한 인재가 섞이게 되면 숨어 있는 동질성 함정을 피해 혁신적 사고를 끌어낼 수 있다.
 
외국 인재 활용으로 노동력 부족 대처
노동력이 부족한 일본 기업은 이제야 다양한 인재활용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노동력 부족 문제와 더불어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금까지 기업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며 야근도 불사하는 일본 남성은 기업 성장의 주춧돌이었다. 그러나 그런 충성스러운 남성 인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젠 다른 나라의 인재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외모나 가치관이 다르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재를 데려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그만큼 일본 기업의 노동력 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외국인에게 일을 주고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일본의 남성 중심의 근로 방식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국내의 여성 인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일본식 고용 관행을 개선하고 다양한 인재가 일하도록 하는 인사정책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경제산업성은 ‘다양성 경영’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업에서 인종·국적·성·연령을 불문하고 인재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다. 경제산업성은 2012년부터 다양성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기업가치를 높인 회사를 표창하고 있다. 매년 우수기업 100개를 선발해 다양성 경영의 성공 사례도 발표한다.
 
다양성 경영을 확산하는 데 걸림돌도 많다. 우선 외국인 인재를 포용할 수 있는 조직풍토로 바꿔야 한다. 국내 인재만 익숙한 업무 방식과 인사관리 시스템도 중요한 개혁 대상이다. 풀타임 근무에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기업 문화에 외국인이 적응하기 쉽지 않다.
 
일본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1시간이다. 다른 선진국보다 노동시간이 길다. 매일 회사에 출근해 9시간 일하고 퇴근하는 획일적인 근무환경에선 외국인 인재가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주부로 가사와 양육을 책임지거나 부모를 간호해야 하고, 자기 계발과 사내활동 참여 등 유연 근무를 원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러한 직원의 개인 사정을 배려하는 근무 방식이 도입돼야 외국인 인재가 들어올 것이다.
 
'가루비'의 사원들은 정해진 자리 없이 매일 다른 자리에서 일한다. 부장이 맨 안쪽에 앉고 부하직원이 순서대로 앉는 계급이 이런 근무형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중앙포토]

'가루비'의 사원들은 정해진 자리 없이 매일 다른 자리에서 일한다. 부장이 맨 안쪽에 앉고 부하직원이 순서대로 앉는 계급이 이런 근무형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중앙포토]

 
기업의 근무 방식을 개선하려면 시간을 경영자원으로 인식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당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무의 시간 총량을 제시하고 그 시간에 최대한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근무 방식이 중요하다. 시간을 경영자원으로 인식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업무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유능하고 다양한 인재를 부를 수 있다.
 
일본식 인사관리 제도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일본의 대기업은 업무와 부서를 한정하지 않고 직원을 채용해왔다. 회사에서 교육을 통해 인재로 육성하고 승진 경쟁을 유발해 업무 동기를 부여해 왔다. 직원은 잔업을 마다치 않고 일하며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받았다. 이렇게 직무를 한정하지 않는 고용 제도는 기업이 성장하는 시대에는 문제가 없었다.
 
반면에 서구의 기업은 직원이 명확한 직무를 갖고 일하는 고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낡은 고용 제도 아래에선 육아·병간호 휴직자, 경력 채용자, 외국인, 고령자 등은 일하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은 명확한 직무가 없이 부서를 이동하며 근무하는 일본식 고용제도에 적응하기 힘들다. 전문분야의 커리어 의식이 강한 인재라면 더욱 그렇다.
 
직무형 고용제도 도입 선결돼야
SCSK(주)는 4개 카테고리의 350여 종류의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사진 SCSK(주) 리쿠르트 홈페이지 캡쳐]

SCSK(주)는 4개 카테고리의 350여 종류의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사진 SCSK(주) 리쿠르트 홈페이지 캡쳐]

 
일본 기업은 다양성 경영에 적합한 인사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직원의 개인 사정을 배려하고,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며, 장래 커리어를 관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일본의 인사관리 전문가들은 직무형 고용방식을 채택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명확한 직무를 기준으로 고용하는 기업은 다양한 인재창고를 가지고 혁신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기업은 어떻게 다양성 경영을 실천할 수 있을까. 단순히 인재를 모은다고 바로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기업들은 ‘다양성 추진실’이라는 전담조직을 만들지만, 권한이 없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한다. 개인의 능력을 끌어내고 다양성을 살리려면 경영자의 헌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컨설팅 회사 어니스트앤 영이 1000명의 회사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백인 남성의 3분의 1이 다양성 경영을 추진하는 직장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 간 알력과 마찰이 생기고, 팀워크가 흔들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영층은 다양성 경영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생각하고 추진해야 한다. 외국인 인재를 모셔오고 여성 인력을 늘린다고 해서 다양성 경영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인재가 자발적으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일본 기업은 다양성 경영으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SCSK㈜는 그 대표적인 회사다. 이 회사는 장기적인 경영전략 관점에서 다양성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졌다. 해본 적이 없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혁신은 다양한 가치관이 부닥치는 속에서 탄생하는 법이다. 일본 기업의 다양성 경영은 장래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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