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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성을 나누고 싶다…페친과 '산막 번개'

기자
권대욱 사진 권대욱
[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29)  
봄이 곳곳에 묻어있는 산막. [사진 권대욱]

봄이 곳곳에 묻어있는 산막. [사진 권대욱]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확실한 성취를 얻는 것, 그것은 살아있음의 징표이고, 관념 아닌 실제요, 차가운 이성 아닌 뜨거운 감성이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뜨거운 감성을 누리고자 가끔 페친분들과 함께하는 산막 번개를 공고한다.
 
1. 일시: 2019년 모월 모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 장소: 강원도 원주시 귀래산막
3. 행사일정: 작업(잔디깎기+잡초제거+단지청소), 식사, 토크, 여흥
4. 신청: 선착순 10명 신청받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잔디를 깎고 석양 어스름 그늘에서 파란 뜰을 바라보는 것, 호스를 잘라 노즐을 연결하고 뿜어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 오디오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웅장한 떨림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 이 모두가 살아있음의 확실한 징표이자, 더 확실히 살고픈 강렬한 동기다. 
 
행복은 관념이 아니다. 습관이자 노력이며, 미래가 아닌 지금이다. 행복했던 순간을 인식하고, 기억하라. 그리고 반복(反復)하라. 몸으로 체득한 행복만이 오래 남는다. 몸 움직여 일해야 하는 이유이자, 산막 번개를 하는 이유다.
 
산막스쿨을 다녀간 다양한 사람들. [사진 권대욱]

산막스쿨을 다녀간 다양한 사람들. [사진 권대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다 보면 새로운 산막스쿨의 전형을 보기도 한다. 1박 2일, 16시간의 짧은 시간. 우리 부부를 포함해 총 6인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삶과 꿈, 여행, 뇌 과학, 스마트 워크, 신규사업 등 이야기는 끝이 없고 울림은 크다. 외국인 전용 산막스쿨, 에어비앤비 함께하는 여행…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꿈이 있다는 자체로 우리는 행복하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봄비 내리는 산막에서 또 하나의 꿈을 만든다.
 
일일청한 일일선(一日淸閑 一日仙). 하루라도 마음이 맑고 한가로우면 그 하루 동안은 신선이라. 주말에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니 나 잔디 깎고 풀을 베리라. 그냥 앉아 쉰다고 신선은 아니다. 좋은 마음으로 일하면 그 마음이 맑고 한가롭고, 마음 한가롭고 맑으면 그게 바로 신선 되는 길일 것이다. 무애지지에서 무경계를 산다.
 
겨우내 쌓였던 낙엽을 긁어내고, 소나무를 비롯한 수목의 가지치기를 한다. 만수산처럼 얽힌 덩굴들을 걷어내고 새싹들을 보살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바람은 살랑이고 물소리는 청아한데 어디서 나는가 향긋한 솔향. 가지째 꺾어 방으로 원두막으로 데려간다. 잠시 쉬며 먼 산 바라보고 있자니 15년 전 닭장 하나 앉히며 썼던 글구 하나가 떠오른다.
 
솔바람 물결소리
세월은 이리도 빠른데
저 어린 소나무 낙락장송 될 날을 꿈꾸는 나는 누구인가?
 
나를 신선으로 만드는 산막의 일거리들. [사진 권대욱]

나를 신선으로 만드는 산막의 일거리들. [사진 권대욱]

 
거침없는 자유의 땅 무애지지(無碍之地)에서 자유를 생각한다. 온전한 나의 삶을 생각한다. 걸림 없는 대자유의 땅이라 이름하였지만 결국은 그것을 갈망하는 자들의 땅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청산은 내게 나 되어 살라지만 나는 아직 나 되지 못하고 부질없는 꿈을 좇는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이 세상 가장 존귀한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요, 그래서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 온전할 때 행복한 것이리라.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어느 누가 당신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잠시의 주저도 없이 그것은 ‘자유’라 대답하겠노라고. 그것이 나를 나로서 온전히 살게 하고 진정한 행복을 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는 촉촉이 오는 비가 좋다. 세게 오는 비는 흙을 갉고 휩쓸어 홍수를 만들지만 촉촉이 오는 비는 대지를 적시고 땅속에 스며들어 천천히 내뿜으며 만물을 이롭게 한다. 산막에 애정하는 연못 하나. 늘 살펴보며 이러면 어쩔까 저러면 어쩔까 생각이 많다. 비 왔다고 바로 물 많아지지 않음을 보고, 품었다 모아져 내뿜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고, 수량 또한 일정치 않고 모였다 토한 뒤로는 또 모일 때까지 시간을 갖는 것을 보고 자연의 섭리 하나를 또 깨닫는다.
 
애정하는 연못, 오늘도 깨달음을 주는구나. [사진 권대욱]

애정하는 연못, 오늘도 깨달음을 주는구나. [사진 권대욱]

 
세상사에도 이 원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연못 물이 풍부해졌다. 들어오는 물이 나가는 물보다 많으면 채워지는 것이요, 나가는 물이 들오는 물보다 많으면 비워지는 것이니 재산도 지식과 지혜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연에서 배운다.
 
비 오는 산막을 뒤로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봄의 단서들은 곳곳에 넘쳤는데, 조불조불 올라오는 냉이며 쑥들이며 지금 보기는 좋다만 잔디밭엔 잡초다. 적절한 시기에 관리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쳤다. 도 닦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뽑을 수밖에. 그렇게 뽑다 보면 풀을 뽑는지 마음을 뽑는지 모를 지점이 온다. 무념무상. 내가 풀을 뽑는 것인지 풀이 나를 뽑는 것인지 모를 그런 지경을 겪어보아야 진정 풀을 뽑았다 할 것이다.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 그렇게 마음의 잡초를 뽑는 것이니, 그 힘 하나로 또 세파를 헤쳐나가는 것 일게다. 산막은 그런 곳이다. 늘 배움이 있고 가르침이 있다. 그래서 인생학교. 삶의 기술을 말하는 것 아니겠나.
 
권대욱 ㈜휴넷 회장·청춘합장단 단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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