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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흥행 1위 '어벤져스:엔드게임' 재관람 열풍 이끈 관객은…

지난 11일 CGV 용산 영화관에서 열린 어벤져스 코스프레 행사. 개성 강한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이 깜짝 등장, 정교하게 분장한 전문 코스프레팀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의정부고등학교]

지난 11일 CGV 용산 영화관에서 열린 어벤져스 코스프레 행사. 개성 강한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이 깜짝 등장, 정교하게 분장한 전문 코스프레팀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의정부고등학교]

 
“어벤져스가 타이타닉을 침몰시켰다.”

 
‘어벤져스:엔드게임’(감독 조 루소‧앤소니 루소, 이하 ‘어벤져스4’)이 ‘타이타닉’(1997)을 제치고 전 세계 흥행 2위에 오르자,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보낸 장난스런 축전이다. 지난달 24일 개봉 이래 '어벤져스4'의 전 세계 극장수입은 25억 달러(약 3조원)를 넘어섰다. 캐머런 감독의 또 다른 영화이자 전 세계 흥행 1위를 지켜온 ‘아바타’(2009, 전 세계 극장수입 약 28억 달러)도 머잖아 침몰시킬 기세다. 
 
국내에서도 '어벤져스4'는 외화로는 10년 만에 1300만 관객을 돌파, 19일 누적 관객 1341만명을 넘어서며 '아바타'(1333만 관객)를 제치고 역대 외화 1위에 올랐다. 다만, 이는 영화진흥위원회가 2011년 도입한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아바타'의 배급사 공식 집계 관객 수(1362만명)와 29만명 가량 차이가 있다. '어벤져스4'는 역대 극장가 흥행 순위에서도 19일 '베테랑'(2015, 1341만4200명)를 제치고 역대 5위를 차지했다. 
 
제임스 캐머론 감독이, '어벤져스:엔드게임'이 22년 만에 자신의 영화 '타이타닉'을 밀어내고 세계 흥행 2위를 차지한 것을 축하하며 공개한 이미지. [사진 제임스 케머론]

제임스 캐머론 감독이, '어벤져스:엔드게임'이 22년 만에 자신의 영화 '타이타닉'을 밀어내고 세계 흥행 2위를 차지한 것을 축하하며 공개한 이미지. [사진 제임스 케머론]

 
1300만 흥행 만든 재관람 열기 
2008년 ‘아이언맨’ 1편을 시작으로 이번 영화까지, 미국 제작사 마블의 수퍼 히어로 영화 22편이 한국에서 모은 관객 수는 이제 1억 2000만명에 육박한다. ‘마블민국’다운 이런 흥행에는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20~30대 관객들의 재관람 열풍이 한몫했다. 
이번 영화는 시리즈 3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에서 세계의 절반을 없애버린 악당 타노스(조시 브롤린)에 맞선 히어로들의 최후 반격을 그렸다. 몇몇 캐릭터에겐 시리즈에서 하차하는 마지막 영화다. 그런 애틋함 때문일까. 멀티플렉스 체인 CGV에서는 개봉 2주차에 이미 재관람률이 8.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국 CGV 흥행 10위권 영화 평균 재관람률(1.9%)의 4배를 웃돌았다.   
 
영화를 보고 또 보며 새로운 해석과 얘깃거리를 공유하는 놀이문화는 10대 관객까지 사로잡았다. 극장들이 선보인 다채로운 굿즈‧이벤트도 표심을 부추겼다.  
11년 전 시리즈의 포문을 연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이번 영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개인사를 그려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1년 전 시리즈의 포문을 연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이번 영화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개인사를 그려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코스프레 상영회로 뭉친 관객 어벤져스
지난 11일 서울 CGV 용산 ‘어벤져스4’ 코스프레 상영회엔 히어로 복장을 하고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전문 코스프레팀에 이어 완벽한 스파이더맨 차림의 초등학생도, 마법의 돌 ‘인피니티 스톤’ 여섯 개가 박힌 영화 속 건틀렛을 고무장갑과 형형색색 병뚜껑으로 재현한 성인 관객도 보였다. 매년 개성 강한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도 기상천외한 히어로 분장으로 참여했다. 대부분 고3 수험생인 이들은 “이번 영화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나왔다”고 전했다.  
 
"22편 다 합쳐 70~80번 봤죠" 
“11년간 함께한 시리즈의 마무리를 머리와 가슴에 남기고 싶었어요.” 이번 영화를 여덟 번 관람한 20대 대학원생 이상원씨의 말이다. 국내 최대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를 통해 만난 그는 “중학생 때 ‘아이언맨’을 봤고, ‘어벤져스’는 고등학교 영화동아리 친구들과 단체로 봤다”면서 “전작들을 집에서 다시 본 것까지, 22편 다 합쳐 70~80번은 본 것 같다. 이번 영화도 첫 관람 땐 자막을 읽느라 집중을 못 해서 두 번째부턴 인물‧표정 위주로 봤다”고 했다.  
 
‘어벤져스4’를 여섯 번 관람했다는 30대 자영업자 김정우씨는 “마블 시리즈는 영화마다 스토리가 다 연결되기 때문에 대사 하나도 놓칠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엔 잘 모르고 봤던 장면도 개봉 후 전작을 복습하고, 새롭게 업데이트된 정보나 인터뷰를 찾아 읽으며 다시 보니 더 재밌었다”고 돌이켰다. 
 
전편에선 수염을 길렀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맨얼굴과 눈물은 예고편 출시 당시 여러 해석을 낳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누구도 예상못한 선택을 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편에선 수염을 길렀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맨얼굴과 눈물은 예고편 출시 당시 여러 해석을 낳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는 누구도 예상못한 선택을 한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인터넷이 관객과 평론가의 벽 무너뜨려 
어릴 적 부모와 함께 시리즈에 입문하거나, 극장 개봉 이후 케이블TV와 VOD, 유튜브 총정리 영상 등으로 마블 히어로물을 접하면서 ‘입덕(팬이 된다는 뜻)’했다는 이들도 많았다.
 
‘익스트림무비’를 운영하는 김종철 편집장은 “90년대엔 영화비평이 평론가나 전문가들 영역이었다면 지금은 인터넷 발달로 일반 관객이 더 많은 정보를 열성적으로 찾고 나누면서 그 벽이 무너졌다”며“한국에서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이었던 마블 히어로물도 이런 문화적 흐름에 발맞춰 성장한 지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예매전쟁에 고가 암표, 예매대행 알바도…
지난달 내한해 서울에서 아시아 팬 이벤트에 참석한 조 루소, 안소니 루소 감독과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수장,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 '캡틴 마블' 브리 라슨. 이런 내한 행사도 표심을 더욱 자극했다. [일간스포츠]

지난달 내한해 서울에서 아시아 팬 이벤트에 참석한 조 루소, 안소니 루소 감독과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수장,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 '캡틴 마블' 브리 라슨. 이런 내한 행사도 표심을 더욱 자극했다. [일간스포츠]

대장정의 결말을 그린 만큼, 이번 영화는 사전 예매량도 사상 최다인 230만장에 달했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한편,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를 이에 최적화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보려는 관객이 몰리면서 개봉 초기 예매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예매사이트를 하염없이 '새로 고침'하며 취소 티켓을 노리는 ‘취켓팅’은 기본, 2만~4만원의 수고료를 받고 예매 오픈 시간에 맞춰 티켓을 사는 구매 대행 아르바이트까지 성행했다. 아이맥스 명당 좌석은 10만원대 불법 거래 티켓까지 나왔다.  
 
유명 미국 프로풋볼선수, 스포일러했다가…
“취소표를 겨우 구해 둘째 날 아이맥스 조조로 보고 ‘스포’에서 해방됐다”는 30대 남성 관객은 “상영관 출구에 있던 극장 직원이 (스포를 안 당하려) 귀를 막고 있더라”고 귀띔했다. 익스트림무비는 개봉 이후 일주일간 신규 회원 가입을 막기도 했다. “일부러 가입해 ‘스포’를 포함한 제목을 기습적으로 올리고 탈퇴하는 ‘어그로’가 워낙 많았다”고 김종철 편집장은 설명했다.  
 
미국 프로풋볼 선수 리센 맥코이는 70만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스포일러 영상을 게재해 일부 네티즌이 그의 퇴출 운동까지 벌였다. 홍콩에선 영화관을 나오며 결말을 크게 외친 남성이 관람을 기다리던 관객들에게 집단 구타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끊으라는 등 스포일러에 당하지 않기 위한 지침까지 나돌았다. '어벤져스4'의 감독인 루소 형제가 직접 “6일부터 스포일러 금지령을 해지한다. 마음껏 대화를 나누라”면서 스포 전쟁에 중재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이 개봉 초 팬들에게 스포일러 금지를 부탁하며 쓴 편지. [사진 루소 형제 트위터 캡처]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이 개봉 초 팬들에게 스포일러 금지를 부탁하며 쓴 편지. [사진 루소 형제 트위터 캡처]

 
다양성·도덕적 올바름 품은 마블의 미래는
전 세계적인 ‘마블앓이’ 속에 ‘어벤져스4’는 중국에선 역대 외화 흥행 기록을 모조리 경신했다. 한국에선 북미·중국·영국 시장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흥행이 잘됐다. 이런 폭발적인 호응이 후속 시리즈에도 이어질지는 지켜볼 문제다. 
 
곧이어 인피니티 워 이후의 모험담을 그린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이 오는 7월 개봉할 예정.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할 새 마블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는 한국배우 마동석도 캐스팅 물망에 올랐다.
 
7월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7월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지금까지 마블 스튜디오는 수장 케빈 파이기 등이 시리즈 전체 스토리와 세계관을 정밀하게 구상하며 완성도를 지켜왔다. 이에 더해 앞으로 더 많은 다양성을 확보할 방침을 수차례 알렸다. 이미 흑인‧여성 히어로를 내세운 ‘블랙팬서’(2018)와 ‘캡틴 마블’(2019)을 성공시켰다. 성소수자·아시아계 캐릭터의 등장도 예고했다. 일각에선 “메시지가 영화적 재미와 잘 버무려지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환영하는 목소리도 크다. 
 
“대부분의 마블영화를 두 번 이상 봤고 이번 영화는 네 번째 관람했다”는 30대 전문직 여성 관객은 “가상의 배경을 내세우는 DC 히어로물과 달리, 마블은 뉴욕‧서울 같은 실제 지명을 사용한 현실감이 매력적이다. 그런 마블이 현재의 페미니즘‧난민‧인종차별 이슈를 영화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말을 이었다. 
 
“제 친구의 네 살배기 딸이 마블영화를 좋아해서 할머니한테 캐릭터 이름을 다 외워 설명해줄 정도예요. 이런 여자아이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히어로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지난달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흥겨운 춤을 추며 등장했다. [뉴스1]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지난달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흥겨운 춤을 추며 등장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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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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