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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 평화당 유성엽 “바른미래당 왜 그렇게 한가하나"

 
정당의 아침은 회의로 시작한다. 평일 아침엔 최고위원회의, 정책조정회의, 원내대책회의 등이 돌아가며 열린다. 이런 회의에서 당의 현안과 정국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언론에 메시지를 내보낸다. 그런데 지난 16일 오전 민주평화당의 국회 회의실은 텅 비어 있었다. 북적북적한 다른 4당 회의실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평화당 관계자는 “많은 의원이 지역구에 가 있어서 회의를 못 열었다”고 했다. 
 
16일 오전 텅 빈 민주평화당 회의실 모습. 다당제를 주장하는 뒷걸개가 눈에 띈다. 윤성민 기자

16일 오전 텅 빈 민주평화당 회의실 모습. 다당제를 주장하는 뒷걸개가 눈에 띈다. 윤성민 기자

 
텅 빈 회의실 옆방 원내대표실에는 축하 난이 주르륵 놓여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유족회 이사장’, ‘정읍시장’, ‘전북대학교’ 등 발송처도 다양했다. 지난 13일 평화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성엽 의원(3선, 전북 정읍ㆍ고창)에게 온 화분들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원내대표실로만 온 화분이 100분(盆) 정도 되고, 의원실로 온 화분도 꽤 된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축하난과 텅 빈 회의실. 이 대조적 풍경은 유 신임 원내대표의 처지와 비슷하다. 당내 선거에서 처음 당선되며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올랐지만, 평화당은 5당 중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는 ‘제3지대론’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제시했다.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손잡고 신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유 원내대표를 지난 16일 밀착마크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신임 원내대표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온 축하난들이 원내대표실 한켠에 세워 있다. 윤성민 기자

민주평화당 유성엽 신임 원내대표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온 축하난들이 원내대표실 한켠에 세워 있다. 윤성민 기자

 
아침 당 회의가 안 열렸다.
의원총회를 자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동 바이버(메신저) 방이 있다. 거기에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대변인이나 정책위의장 선임에 대한 내 의견을 보내고 의원들에게 의견을 보내달라 했다. 굳이 국회가 열리지도 않고, 당장 시급하게 머리를 맞대고 정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회의를 위한 회의를 여는 것은 내가 원치 않는다.
 
의원들이 당에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평화당이 만들어지고 당이 꽉 짜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가 원내대표 되기 전부터 원심력이 작용하는 듯했다. 구심점을 향해서 꽉 묶이고 짜이는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당을 뭉치게 하겠다는 목표는 있지 않나.
지금 상태에서 더 뭉치고 자강하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를 찾아서 새로운 행보를 찾아가는 게 필요하다. 나는 원내대표 선거 나왔을 때부터 ‘이대로는 다 공멸’이라고 했다. 지금 바른미래당도 한 지붕 두 가족, 세 가족 싸움만 하다 보면 공멸이고, 우리도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에서 2~3석이나 당선될까 싶다. 무소속 의원들도 무망하고.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제3지대로 모이고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평화당 장정숙 의원(맨 왼쪽)과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도 함께했다. [뉴스1]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방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평화당 장정숙 의원(맨 왼쪽)과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도 함께했다. [뉴스1]

자연스레 ‘제3지대론’으로 주제가 이어졌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신환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평소 넉살 좋기로 유명한 유 원내대표는 오 원내대표와 함께 온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빨리 다시 뭉쳐야죠”라고 농을 던졌다. 이 부대표는 국민의당 출신이다.
 
유 원내대표는 그리곤 옆에 있던 평화당 장정숙 의원을 “바른미래당 소속이에요”라고 소개하며 좌중을 웃게 했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지만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장 의원을 바른미래당이 풀어주지 않아 당적이 애매한 상태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짧은 만남에서도 제3지대 구성에 대한 메시지를 수차례 던졌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강대석 기자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강대석 기자

 
바른미래당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
오신환 의원이 당선된 것은 우향우의 결과다. 국민의당에서 분열할 때부터 우려했던 일인데 이제라도 바른미래당의 중도개혁 세력이 생각을 다시 해야하지 않겠느냐 본다.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온전하게 횡단해서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것은 역사의 후퇴이고 반동이다. 가운데 있는 제 3세력이 사분오열되고 지리멸렬하니까 국민의 관심과 주목의 대상에서 멀어져 버렸다. 민주당에 실망해서 떠나는 민심이 한국당으로 횡단하지 않고 중간에 쏟아져 내리게 해야 하고, 쏟아져 내리는 민심을 흘리지 않고 받아내는 넓고 큰 그릇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이 현재 당을 유지해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고 의원총회에서 약속했다.
지켜지겠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을 지키겠다고 발표도 했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인 상태에서 내가 볼 땐 그렇게까지 못 간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과의 회동자리에 참석했다 나서고 있다. [뉴스1]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이 16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과의 회동자리에 참석했다 나서고 있다. [뉴스1]

 
평화당 일부 의원들은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인 박주선ㆍ김동철 의원 등과 자주 만나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은 노출을 꺼린다. 새로운 당을 만들려는 시도를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탐탁지 않게 봐서다. 지난달 16일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합당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했지만, 기자들이 모였다는 소식을 듣고 김 의원은 불참했고 박 의원은 일찍 자리를 떴다.
 
평화당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노출을 꺼린다.
지금 그렇게 한가한가. 내가 볼 때는 다 죽어있는 사람들이 노출돼서 더 죽을 게 있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몸부림을 치면서 변화를 구하고 또 그걸 이뤄가도록 힘을 모아가는 게 필요한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의 결과는 뻔한 길인데, 뭘 두려워하고 뭘 무서워하는 건가.
 
언제 바른미래당에서 탈당이 시작될 것으로 보나
인내심 싸움이라고 보는데, 아마 한국당에서 크게 (바른미래당 의원들을) 땅길지도 모른다. 바른미래당에서 의미 있게 많이 땅기면 1당을 보장할 수 있고 기호 1번을 갖고 내년 총선에서 싸울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나온 바른미래당 의원들 마음 한구석에는 한국당으로 넘어가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거다. 거기에 맞물려서 한국당에서 적극적인 1당 정책으로 나가다 보면 거기에 호응해서 바른미래당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제3지대론’은 ‘도로 국민의당’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지금은 ‘도로 국민의당’ 비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게 기본이다. 국민의당에서 잘못된 헤어짐, 또 국민의당에서 나간 사람들과 바른정당의 잘못된 만남을 거치면서 제3세력이 사분오열돼 있고 지리멸렬돼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3지대로 정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난 13일 민주평화당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정동영 대표, 박지원 의원 등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13일 민주평화당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정동영 대표, 박지원 의원 등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유 원내대표는 당선되자마자 국회 판을 흔들었다. 지난달 30일 어렵사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에 “본회의에서 부결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말해서다. 그러면서 전체 의석수는 “316~317석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선거제 개편 논의를 지난해 말로 원점 회귀시키는 발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편의 ‘타임 스톤’을 쥐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마블 영화에서 등장하는 타임 스톤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마법의 돌이다.
 
선거제 개편안은 이미 여야 4당 합의한 것인데, 약속을 깨는 건가.
지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은 현실적으로도 통과될 수가 없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반대한다고 한다. 그리고 지방 중소도시 의석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잘못됐다. 호남 7석, 영남 8석이 줄어든다. 지금보다 훨씬 의석 많이 가져가는 정의당은 이해가 가지만 왜 우리나 바른미래당이 그걸 덜컥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받지 말아야 할 것을 허겁지겁 합의했는데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민주평화당 회의실에 걸린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보라매공원 연설 사진. 선거제 개편은 김 전 대통령 꿈 중 하나였다. 윤성민 기자

민주평화당 회의실에 걸린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울 보라매공원 연설 사진. 선거제 개편은 김 전 대통령 꿈 중 하나였다. 윤성민 기자

 
그럼 어떻게 선거제 개편을 해야 하나.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방 중소도시 지역구 축소를 막아낼 수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려면 전체 50석 정도 늘려야 한다. 세비를 50% 감축하고, 국회의원 50명 늘리자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수 늘리는 데 국민 반대가 크다.
설득이 큰 과제다. 국회의원 수를 좀 더 늘리면 오히려 국회의원의 특권이 사라지는 결과로 나타난다. 동시에 국민소환제도 도입해서 문제 있는 사람들은 소환해야 한다.
 
선거제 개편 어떻게 전망하나.
다음 달 말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해산된다. 6월 안에 정개특위에서 뭔가 의결하긴 어려울 거다. 그러면 법안이 행정안전위원회로 넘어갈 텐데, 행안위 명단을 보니 표결 부치면 과반수 안 될 것 같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고창군에서 온 공무원을 만나 한빛원전 온배수 문제 관련 건의 사항을 듣고 있다. 윤성민 기자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고창군에서 온 공무원을 만나 한빛원전 온배수 문제 관련 건의 사항을 듣고 있다. 윤성민 기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제가 개편되면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가 선거제 개편에 반대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선거제 개편으로 지역구 의석수가 28석 줄어들면 그의 지역구인 정읍ㆍ고창은 인구가 적어 옆 지역구와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본인 지역구 통합으로 다음 총선에서 낙선할 것 같아서 선거제 개편에 반대하느냐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답변 역시 직설적이었다. 그는 “내 지역구가 다른 지역구까지 합쳐져도 나는 3선 의원으로서 인지도를 가진 입장에서 두렵지 않다. 개인의 문제가 걱정되는 것은 아니다. 무소속으로도 2번 당선되고, 국민의당 만들자마자 나가서 당선되고 민주당과 표차가 2배 이상 차이 나게 당선됐다”고 말했다. 그의 거침없는 화법은 정치권에 작지않은 풍파를 예고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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