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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30세, 90년대생이 ‘독거노인’이라고?

중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을 '00허우(00后)'라고 부르는데, 이들이 요즘 그들의 바로 앞 세대인 90허우(90后; 90년대생을 이르는 말로, 한국에서는 y세대라고 부른다)를 놀리듯이 쓰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바로 ‘90허우 독거노인(90后空巢老人)’..!
 
90허우는 2019년 한국 나이 기준, 최대 이제 막 30살에 접어든 이들이다. 이미 취직을 하여 요직을 차지한 이들도 있고, 중국의 창업 붐에 힘입어 이미 사업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최근 인구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90허우는 총 1억 8천만 명에 육박한다고 하니, 사회에서 그들이 발휘하는 영향력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대체 왜 00허우는 90허우를 가리켜 ‘독거노인’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중국 메신저 위챗(중국어 발음 ‘웨이신; 微信’)의 2018년 사용자수는 10억 명으로, 한국의 카카오톡만큼 사람들 사이에서의 ‘필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되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중국 최대 메신저인만큼 위챗이 이따금 발표하는 데이터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데, 그 중 올해 초에 발표한 <2018년 위챗 연도보고서(微信年度数据报告)>는 각 나잇대 별로 선호하는 이모티콘, 클릭 기사 등을 분석하였다. 사실 00허우가 90허우를 ‘독거노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지만, 위챗의 보고서가 발표된 후 보고서에 나온 90허우의 특징을 근거로 다시 한 번 90허우 독거노인과 관련된 글이 SNS상에 떠돌았다. 이에 위챗 보고서와 각종 데이터를 중심으로 90허우가 ‘독거노인’이 된 이유를 살펴보도록 한다.
울면서 웃는 삶
2018 위챗 연도보고서(微信年度数据报告)에서 분석한 90허우(后)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티콘 [출처 위챗 공식계정]

2018 위챗 연도보고서(微信年度数据报告)에서 분석한 90허우(后)가 가장 좋아하는 이모티콘 [출처 위챗 공식계정]

위챗의 보고서 내용 중에는 연령대 별 선호하는 이모티콘을 선별한 부분이 있는데,그 중 90허우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바로 ‘울면서 웃는 이모티콘’이라고 한다. 위챗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깊은 밤에도 잠 못 이루고, 높은 집값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대머리가 될까봐 공포에 떨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가장 비싼 마스크 팩을 하고, 가장 고급진 차를 마시며 건강 관리에 굉장히 신경 쓰며, 여행을 추구하고, 고양이 기르는 데 몰두한다. 이러한 그들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SNS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울면서 웃는 이모티콘)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위챗의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90허우는 가장 ‘늦게’ 기상하는 연령층이라고 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90허우가 각종 논란과 구설수에 오른 이유와 관련이 있다. 이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특히나 안 좋은 꼬리표들이 많이 붙어 있는데, 그나마 좋게 표현한 ‘개성 있는 세대’부터 ‘위축된 세대’, ‘무너진 세대’, ‘귀차니즘 만렙(懒癌集中营; 직역하면 귀차니즘 집중 수용소)’ 등등 전혀 귀엽지 않은 수식어가 붙는다. 어째서 이런 꼬리표가 붙은 걸까? 그들인 진짜로 베짱이처럼 ‘게을러서’ 그런 것일까?
 
사실 그들이 늦게 기상하는 이유는 게을러서가 아니라 다른 연령대보다 ‘더 늦게 잠들어서’ 그렇다. 약 70%의 90허우가 새벽이 되어서야 잠드는데 그 이유는 다양하다. ‘일’도 물론 그 원인 중 하나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바로 ‘보복성 밤샘(报复性熬夜)’.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보복성 밤샘’이란 낮에 본인의 생각보다 잘 지내지 못했거나 불만족스러운 생활을 한 경우 밤에 이를 보충하는 것을 말한다. 밤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잠들기에는 아까워서 늦게 잠드는 것이다. 낮에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 썼던 시간을 밤에 순전히 본인만을 위해 쓰는 것. 이게 바로 요즘 90허우가 게으름뱅이라는 오명을 쓴 진짜 이유다.
 
앞서 그들은 건강관리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고 했으나 본인을 위한 시간을 밤에 쓰기 위해 되려 건강을 해치고 있다. 아이러니한가? 그렇기에 그들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새벽 2시까지 술 마시고 놀다가도 집에 돌아와서는 값비싼 팩을 하고, 고급 차를 마신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90허우벌써탈모시작되다
2018년이 갓 지났을 때 90허우는 다시 한번 해시태그를 달며 사람들의 동정을 샀다. 알리젠캉(阿里健康; 알리바바 그룹의 헬스케어 플랫폼)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모발 보호 상품 구매 비율 중 무려 36.1%를 차지하는 게 90허우라고 한다.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받고자 밤에 본인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건강이 악화되고, 탈모가 이른 시기에 시작된 것이다. 이제 막 서른에 접어들었는데 벌써 대머리라니,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매일 2시간 이상 통근, 매달 한번은 꼭 여행가기
북경의 통근 상황 [출처 왕이(网易新闻)]

북경의 통근 상황 [출처 왕이(网易新闻)]

위챗의 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90허우는 대중교통을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세대로 월평균 25회로 집계되었다. 작년에 <통근, 지금 1000만 명의 베이징 청년을 ‘죽이고 있다’(通勤,正在“杀死”1000万北京青年)>라는 글이 화제가 되었다. 글에서는 “어떤 이는 새벽 3시인데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는 새벽 5시인데 벌써 출근하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직장인의 통근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90허우는 통근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길’에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한 달에 한 번 여행을 간다, 그들의 낭비한 시간을 충전하기 위해.
연애하느니 고양이나 키울래  
2017년 솔로(单身)이면서 고향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남녀 비율 [출처 塔塔前任啊 위챗공식계정]

2017년 솔로(单身)이면서 고향을 떠나 생활하고 있는 남녀 비율 [출처 塔塔前任啊 위챗공식계정]

2017년 통계에 따르면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29~39세 청년수가 총 5,800만 명으로 이 중 64%는 남자, 36%는 여자로 나타났다.
'90허우독거노인(90后空巢老人)'을 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 [출처 중국쳥년신문(中国青年新闻) 공식웨이보]

'90허우독거노인(90后空巢老人)'을 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 [출처 중국쳥년신문(中国青年新闻) 공식웨이보]

#90허우독거노인(90后空巢老人)
90허우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자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고 만족해 한다. 그래서 00허우들은 90허우들의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며, 아이도 없는 상태’를 풍자해 독거노인(空巢老人)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심지어 이 단어는 중국의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백과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와 소후닷컴에 ‘불교계(佛系)’를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이미지 [출처 소후닷컴]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와 소후닷컴에 ‘불교계(佛系)’를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이미지 [출처 소후닷컴]

#불교계(佛系) + 상문화(丧文化)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90허우는 애완동물을 기르며 외로운 삶을 달래며 애완동물 관련 경제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 중, 80허우와 90허우의 비율이 73%에 달하며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생활방식은 ‘불교계(佛系; 그대로 모든 것을 수용하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는 모습을 묘사)’나 ‘상(丧; ‘상실하다’, ‘실망하다’라는 뜻으로 희망 없이 살아가는 90허우의 암울한 문화를 일컫는 말)’이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되며 암울하고 상실한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한국에서 90년대생들을 ‘N포 세대’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00허우는 90허우와 얼마나 다를까?
2019년 중국 대학생 소비 조사 보고(2019全国大学生消费调查报告) 중 '비필수 지출 항목 TOP5', 초록색은 남자, 빨간색은 여자 대학생의 지표를 나타낸다. [출처 반도닷컴(半岛都市报)]

2019년 중국 대학생 소비 조사 보고(2019全国大学生消费调查报告) 중 '비필수 지출 항목 TOP5', 초록색은 남자, 빨간색은 여자 대학생의 지표를 나타낸다. [출처 반도닷컴(半岛都市报)]

최근 중국의 취업 플랫폼에서 중국 10만 명의 00허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2019년 중국 대학생 소비 조사 보고(2019全国大学生消费调查报告)>의 결과를 발표했다. 필수적인 소비(식사, 교재 구매 등) 외에 00허우 남자들은 ‘사회관계’에, 여자들은 ‘화장(혹은 치장)’에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계 생활방식을 향유하는 90허우와는 달리 그들은 잘 꾸미고 사람들과 만나 함께 놀러 다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틱톡(Tik Tok), 15초 이하의 짧은 영상 클립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세계 00허우에게 사랑받고 있다. [출처 앱스토어 캡처]

틱톡(Tik Tok), 15초 이하의 짧은 영상 클립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전세계 00허우에게 사랑받고 있다. [출처 앱스토어 캡처]

그들은 소통과 공유, 그리고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수요를 딱 맞춘 어플이 바로 중국의 동영상 공유 어플, 틱톡(TikTok)이다. 틱톡을 사용하면 일반인도 빠르게 동영상을 제작 가능하고, 다양한 효과를 넣어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다. 게다가 재생시간이 짧아 지루하지 않고 댓글 기능도 있어 자유로운 소통도 가능하다. 그들이 원하는 3박자를 고루 갖춘 틱톡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 00허우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으로도 사람들과 끊임없이 활동하며 지내는 00허우가 보기에 90허우의 불교계 삶은 무료하고 적적해 보이는 것일까.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00허우 배우 어우양나나(欧阳娜娜),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그녀는 유투브에 영상을 올려 팬들과 소통한다. [출처 바이두백과]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00허우 배우 어우양나나(欧阳娜娜),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그녀는 유투브에 영상을 올려 팬들과 소통한다. [출처 바이두백과]

00허우는 TV보다는 한국의 유투브와 같은 비리비리(哔哩哔哩)와 같은 영상 플랫폼을 보며 자랐고 스마트폰 없는 세상은 경험해보지 않은 그야말로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라 할 수 있다.
 
2018년에 텐센트가 발표한 <텐센트 00허우 연구 보고(腾讯00后研究报告)>에 따르면, 75%이상이 부모의 의견보다는 ‘인플루언서’나 ‘친구’의 의견에 더 귀 기울이며, 본인 스스로의 개성과 취향이 뚜렷하다. 이들이 보기에 “무엇이든지 그저 괜찮다(都行)”고 말하는 불교계(佛系) 90허우는 그저 삶에 지친 노인과 같아 보이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주관이 뚜렷하고 개성이 통통 튀는 00허우가 최대 10년 차의 90허우를 봤을 때 그저 삶에 지친 이들로 보일지 모른다. 물론 모든 00허우가 90허우를 ‘노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며, 이 또한 별다른 의미없이 단순히 빠르게 지나가는 수많은 유행어 중 하나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아야 이제 막 서른에 접어든 이들에게 이런 별명이 붙었고 그 단어가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백과에 등재되었다는 것, 그 자체를 바라봤을 때 사회가 그들을 ‘늙은이’로 몰아가는 것은 아닐까.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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