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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국제학교 “외화 아끼고 인재 양성” vs “위화감만 키워”

표류하는 ACS제주 국제학교 설립
이석문 교육감(왼쪽)이 지난달 12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에서 질의받고 있다. [사진 제주도의회]

이석문 교육감(왼쪽)이 지난달 12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에서 질의받고 있다. [사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과 싱가포르의 국제학교 운영법인인 앵글로차이니즈스쿨(이하 ACS)의 한국법인인 ACS제주가 국제학교 설립 승인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ACS제주가 대규모 민간 투자금을 끌어들여 서귀포시의 제주영어교육도시에 국제학교를 세우겠다고 나섰지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부정적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제주영어교육도시에 2021년까지 7개 국제학교를 세워 동북아 글로벌 교육허브를 만들겠다던 제주도의 구상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CS제주는 2020년 10월 개교를 목표로 지난해 2월 제주교육청에 설립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교육청 국제학교설립운영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보완과 반려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류 보완 후 이뤄진 2차 심사에서도 재반려하는 등 1년 넘게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앞서 개교한 다른 국제학교와 달리 ACS는 민간 자본이 세우기 때문에 자금의 투명성과 조달 방안, 운영기관 등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석문 교육감은 지난달 12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공적 영역 안에서 관리·감독하기에 제도적 한계가 있어 (ACS 개교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류 미비 이유 반려, 27일 3차 심의
 
이에 대해 ACS제주·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은 “정부가 수립한 영어교육도시 기본 계획에 어긋난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기본 계획에는 총리실 산하 제주도지원위원회가 2013년 7월에 기존 국제학교 4곳 외에 순수 민간 자본 출자의 국제학교 3곳을 더 설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JDC는 이에 따라 2021년까지 민간 투자 방식의 국제학교를 유치하려고 하고 있지만, 교육청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가운데 27일 3차 심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교육청과 심의위는 ‘교육의 영리화’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법 제189조에 따르면 제주도에선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받아 영리법인 학교를 세울 수 있다. 그럼에도 ACS제주는 이익을 본국에 보내지 않고 있는 기존 국제학교 4곳처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4개 국제 학교는 ACS제주와 달리 자기자본을 투자해 설립했다.
 
교육청은 ACS 설립으로 교육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실제로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 취지와 달리 기존 국제학교는 이른바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국제학교 수요가 몰리면서 주변에 부촌이 형성되고 부동산 가격 상승, 위화감 조성 같은 사회적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강시백 제주도의회 의원(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제주 국제학교에 다니는 재학생 다수는 서울·수도권 출신”이라며 “이른바 ‘강남엄마’들이 제주지역 학부모와 마찰을 빚으며 위화감을 키워 민심이 흉흉하다”고 지적했다.
 
 
“장학금 늘리고 교육 격차 줄일 것”
 
그렇다고 국제학교에 대놓고 날을 세우진 못하고 있다. 국제학교가 제주에 안겨주는 경제적 이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JDC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어교육도시 조성 이후 제주에 유입된 인구는 7605명이었다. 이들이 생활비·학비로 제주에서 쓴 비용만 연간 약 2400억원에 이른다. 국가적으로는 외화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6년 내놓은 ‘제주 영어교육도시의 파급효과 실증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교육도시 조성 이후 유학 수요 흡수와 이에 따른 외화 절감액이 2587억원(2015년까지 누적 기준)에 이른다. 보고서는 또 “국제학교가 7곳으로 늘어나면 학생 9000여 명이 유입되고, 이에 따른 소득창출효과가 연간 368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원 제주도교육감 대변인은 “국내 학생 수(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어 마구잡이 식의 학교 신설은 의미가 없다”며 “앞으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교육청은 2021년까지 공교육에 IB(국제공인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특목고에서 소수만 누리고 있는 선진 교육을 공교육에 도입해 교육 평등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다만 국내 토종 고교 중 IB 학교로 인정받은 곳은 경기외고가 유일하다. IB를 도입·운영하기까지 까다로운 심사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비용도 꽤 들기 때문이다.
 
ACS제주는 이를 고려해 제주지역 일반 학교가 IB를 도입하고 공교육 교사를 IB 교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ACS가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ACS 교내에 교사 교육훈련센터를 짓고 워크숍을 여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ACS제주 총괄학교장 내정자인 롭 버로우 교장은 “다양한 형태의 장학금을 늘리고 외국어·예체능 썸머캠프를 운영하는 등 제주 인재를 기르고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박정식·신윤애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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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