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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처럼 합동 쇼케이스로 선수 뽑아야 ‘클린 야구’

이태일의 인사이드피치
지난 3월 4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루카스오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NFL 스카우팅 컴바인에서 드래프트 대상 선수가 테스트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4일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루카스오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NFL 스카우팅 컴바인에서 드래프트 대상 선수가 테스트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선수 스카우트는 구단 전력 구성을 위한 선수 수급의 젖줄이다. KBO 리그 구단은 선수를 영입하는 몇 가지 루트를 갖고 있다. 아마추어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신인 드래프트, 구단과 구단 사이의 트레이드와 FA(자유계약선수제도), 주전이 될 만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격년제로 진행 중인 2차 드래프트, 그리고 자유계약을 통한 외국인선수 영입 등이다. KBO 리그 선수, 감독들이 그라운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10개 구단의 스카우트와 구단 관계자는 다음 세대 유망주 수급을 위한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 경쟁을 통해 영입한 선수들을 보다 잘 구축된 육성시스템을 통해 주전급, 또는 스타급 선수로 만들어 내는 경쟁력이 곧 구단의 역량이다. 오늘의 스카우트 경쟁력은 내일 10개 구단 전력의 우열을 가른다.
 
KBO 리그는 올 시즌 유난히 일찍 상, 하위 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구단 전력의 양극화가 화두가 됐다. 구단의 전력이 양극화한다는 것은 그해 전력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도 있지만, 지난 수년간 선수 수급 제도를 통해 유망주를 확보하는 능력, 육성 시스템에서의 우열이 확연하게 갈라져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의 준비가 내일의 우열을 가르는 것처럼, 오늘의 우열은 어제의 준비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력 평준화돼야 박진감 넘쳐 흥행  
 
서로 상대적 경쟁을 벌이는 구단들은 보다 유리한 제도를 통해 선수를 스카우트하기를 원한다. 연고지 고교 유망주를 구단별로 우선해서 뽑는 1차 지명 제도를 놓고 대도시 구단과 나머지 구단들이 첨예한 대립을 펼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전 세계에서 유별나게 수도권에 인구와 문화가 집중된 우리 환경은 야구 유망주도 대도시에 몰리게 만들었다.
 
구단들이 서로 유리한 제도를 통해 유망주를 스카우트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리그 사무국은 그 전력평준화를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력평준화에 실패한 리그는 뻔한 경기 결과를 만들어 낸다.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리그는 실패한다.
 
선수 스카우트는 구단과 구단 사이의 경쟁이지만, 리그로서는 주인공이 출현하는 등용문이다. 중요하고 커다란 무대다. 그 무대를 통해 내일의 스타가 출현하고,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신인의 등용문 드래프트 제도를 리그 전력 평준화에 가깝게 만들고, 그 무대를 화려하게 만들어 흥행 요소로 구조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NFL 스카우팅 컴바인에서 측정하는 각종 분야

NFL 스카우팅 컴바인에서 측정하는 각종 분야

성공한 리그의 대명사 NFL(프로풋볼리그)은 선수 스카우트 쇼케이스 ‘NFL 스카우팅 컴바인( Scouting Combine)’을 매년 운영한다. 수퍼보울이 끝난 뒤 인디애나폴리스 루카스오일 스타디움에 32개 구단 관계자가 모두 모이고, 드래프트 대상 선수 약 330명을 초청해서 일주일간 벌이는 체력·인성 측정 테스트 쇼케이스다. 1940년대 후반부터 30년간 댈러스 카우보이스 단장·사장을 지낸 텍스 스크램의 제안으로 82년부터 비슷한 캠프가 진행됐고, 85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통합됐으며 87년부터 인디애나폴리스로 장소가 단일화됐다.
 
우리 프로야구 스카우트와 마찬가지로 1년 내내 선수들을 관찰하는 이들이 일정 장소에 선수들을 초대하고 다들 모여서 공개적인 쇼케이스를 하는 목적은 흥행, 효율, 콘텐트 상품화다. 풋볼은 다른 종목에 비해 신인 임팩트가 큰 종목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KBO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KBO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매년 어느 유망주가 어떤 기량을 갖고 어느 팀에 등장하느냐가 큰 주목을 받는다. 아마추어 때부터 조명을 받은 유망주는 당연히 스카우팅 컴바인에서 그 존재감을 알리고,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다른 유망주가 혜성처럼 나타나기도 한다. 32개 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체력은 물론 인성과 태도 등을 공개된 무대에서 각종 테스트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표 참조)
 
이런 통합 공개 무대의 긍정적인 효과로 무엇보다 스카우트 과정이 투명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그 시장이 좁고, 인맥에 의해 각종 판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스카우트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지역, 학교 선배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다른 역학에 의해 그 지명이나 입단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일부 트라이아웃의 경우 선수가 미리 특정구단과 입을 맞춰 고의로 실력을 숨긴다는 의혹도 있었다. 공개된 스테이지에서는 이런 담합이 발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경우 어떤 구단과 선수가 누구를 속이는지 추후라도 밝혀낼 수 있다. 스카우트의 ‘클린베이스볼’을 위해서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투명한 합동 측정은 필요하다.
 
 
NFL은 베테랑 선수들 쇼케이스도
 
또 하나 장점은 콘텐트의 상품화다. NFL은 스카우팅 컴바인의 각종 테스트 장면, 인터뷰, 해설 프로그램을 자체 네트워크인 NFL 네트워크를 통해 30시간 이상 편성하며 전국방송 ESPN과 ABC에서도 주요 장면을 라이브로 중계한다. 이런 콘텐트 상품화를 통해 팬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이벤트의 값어치가 올라가며, 각종 기업광고가 스폰서십 형태로 참여한다. 올해 스카우팅 컴바인은 통신사 버라이즌이 네이밍 스폰서였다. 스포츠리그는 순위 경쟁을 통한 우승팀 가리기에 그치면 안 된다. 문화와 전통을 만드는 콘텐트 산업이 돼야 한다.
 
NFL은 신인 드래프트 후보를 대상으로 한 스카우팅 컴바인 이외에 2015년부터는 ‘베테랑 컴바인’을 열어 황혼기의 FA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다시 기회를 주는 이벤트도 시작했다.  2016년부터는 ‘프로 플레이어스 컴바인’으로 이름을 바꿔 젊은 선수들에게도 참가 기회를 넓혔다.
 
KBO 리그 스카우트 문화는 공개적이거나, 투명한 성향보다는 첩보전 성격이 강하다. 유망주에 대한 정보부터 그 선수의 특별한 능력이나 성향 등이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알 때 그 값어치가 더 크다’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KBO 리그는 통합 마케팅을 비롯해 ‘함께 일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러나 리그 차원에서 보면 함께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리그라는 개념, 상생의 명분,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우리 프로야구도 공개된, 투명한 통합 체력장 형태의 스카우팅 이벤트를 고려해 볼 만하다.
 
이태일 전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야구전문기자를 거쳐 인터넷 네이버 스포츠실장을 지냈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대표이사로 7년간 재직한 뒤 지금은 데이터업체 스포츠투아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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