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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은 지팡이 잡은 힘의 소유자, 臣은 위를 쳐다보는 ‘노예’ 뜻 담겨

[한자 진면목] 君臣(군신)
옛 왕조 시대에 임금과 그 신하를 일컫는 말이 군신(君臣)이다. 임금을 지칭하는 君(군)이라는 글자의 초기 꼴은 지팡이를 잡고 있는 손, 그리고 명령이나 주술(呪術)을 뜻하는 요소가 합쳐져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그런 명령이나 주술을 집행하는 힘(지팡이)의 소유자라는 의미를 얻었으리라 본다. 글자 君(군)은 이후의 꾸준한 연역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남을 지배하는 임금, 왕조적인 권력의 꼭짓점인 제왕(帝王)의 새김을 획득했을 듯하다. 그밖에 다른 갈래의 흐름은 일정한 성취, 또는 덕망을 갖춘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로써 군자(君子) 등의 단어로 자리를 잡았을 테다. 그럼에도 왕조 권력의 틀 안에서 차지하는 ‘임금’으로서의 의미가 아주 강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와 몸체를 이루면서 위와 아래의 관계에 놓이는 글자가 臣(신)이다. 사람의 눈을 세로로 세운 모습으로 우선 나온다. 머리를 숙인 채 위를 쳐다보는 눈이다. 그로써 먼저 얻은 새김은 ‘노예’다.
 
한자 초기의 갑골문(甲骨文)에서 이 글자는 아주 많이 등장한다. 전쟁에서 항복했거나, 아니면 상대에게 붙잡힌 포로다. 따라서 글자의 초기 새김은 ‘남성 노예’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로부터 다시 얻은 뜻은 포로나 노예를 감독하는 ‘우두머리 노예’다. 다시 그로부터 연역해 획득한 새김이 임금에 충성을 바치는 신하(臣下)다.
 
임금은 군왕(君王), 군주(君主), 국군(國君)으로서 남을 지배하는 권력자다. 다른 모든 이의 위에 서는 존재라고 해서 그 행태를 군림(君臨)이라는 말로 적는다. 억조창생(億兆蒼生)의 생사(生死)를 쥐었다 폈다 하는 위상이다.
 
수많은 백성과 함께 임금을 모시는 신하 그룹은 보통 신민(臣民)으로 적는다. 신하를 따로 떼서 지칭할 때는 신료(臣僚)라고 적을 수도 있다. 임금에게 반드시 충성을 다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 스스로 굴종을 택해 그 자리에 서는 경우를 신복(臣服)이라고 한다.
 
임금에게 신복을 했다고 하지만 겉만 그런 경우가 많다. 속으로는 제 속셈만 챙기면서 간사하게 구는 신하는 간신(奸臣)이다. 아양만 떠는 경우는 영신(佞臣)이다. 아예 반기를 들 정도면 반역하는 신하라고 해서 역신(逆臣)으로 적었다.
 
능력이 빼어난 경우는 능신(能臣), 덕망이 뛰어나면 현신(賢臣)이다. 그로써 충절이 돋보이면 충신(忠臣)이다. 높은 자리의 대신(大臣), 임금의 총애로 권한이 막강한 권신(權臣)도 있다.
 
그러나 ‘신하’의 본래 바탕은 노예다.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신분이다. 우리 행정을 떠맡은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임금과 신하’의 옛 관념을 한 치라도 지녀서는 곤란하다. 청와대의 독주에 그저 납작 엎드리기만 하는 우리 행정 관료들의 처신을 보면서 떠올려본 말들이다.
 
하영삼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장·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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