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취재설명서] "장자연의 '마음 속 매니저', 이젠 말해주시길 바랍니다"



 

'고 장자연님이 단순 우울증에 의한 자살은 아니란 것만 세상에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속의 매니저'였던 제가 할 수 있는, 제가 해야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장자연 문건 작성을 도운 연예기획사 대표 유 모 씨의 최후 진술서입니다.

장자연 문건을 세상에 알려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 모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제출한 내용입니다.

이 재판에서 유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유 씨야말로 장자연 문건의 실체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이후 유 씨는 언론 접촉을 피했습니다.

지난 13개월 간 조사한 '장자연 사건'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 최종 보고서 채택을 사흘 앞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검 진상조사단은 사건 관련자 80여 명을 조사했지만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이 가장 문제일까요.

윤지오 씨의 거짓 증언 논란? 아니면 최근 불거진 조사단 내부의 알력일까요?

사실, 이 사건이 알려진 건 유씨가 공개한 4장의 문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건 외에도 이른바 사회 유력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된 '장자연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문제는 조사단이 이 리스트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기 힘들었다는 겁니다.

왜일까요.

해당 리스트를 가장 잘 알고 있을 유씨의 수사 진술과 재판 증언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누구와 성상납을 하였다고 말을 들었다.'

먼저 2010년 9월 10일,
장 씨의 소속사 대표 김 모 씨와
장 씨의 문건 작성을 도운 연예기획사 대표 유 씨의 폭행 등 사건에 대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공판조서입니다.

판사와 유 씨의 문답이 오갑니다.

 


유 씨는 장 씨로부터 구체적으로 "나는 술집 여자보다 못한 사람이다"라며 누구와 성상납을 하였다고도 말을 들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지인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2009년 3월 15일 장 씨와 친분이 깊었던 지인 이모 씨의 분당경찰서 진술조서입니다.

 


이 씨는 장 씨가 어떤 사람들에게 성상납을 강요당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소속사 대표가 영화감독, 재벌들에게 잠자리를 강요했다고 들었다고 답합니다.

다만, 강요는 받았지만 잠자리를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리스트' 형식 문건, 유씨는 알고 있다

다시 유 씨의 명예훼손 사건 변론요지서입니다.

 


유 씨는 문건 작성 후 2009년 3월 1일 신사동에서 장 씨를 만나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내용은 자신에 대한 당부와 소속사 대표 김 모 씨와 관련해 조심해야할 사람들이었다고 말합니다.
(JTBC 4월 23일)


유 씨와 윤지오 씨의 2009년 3월 12일자 통화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나옵니다.

 


유 씨 자신은 경찰에 목록은 넘길 생각이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틀 전 10일자 통화에서는 이름을 비교하는 듯한 대화가 오갑니다.

 


유 씨가 갖고 있는 이름들과 윤 씨가 갖고 있는 명함을 비교하는 내용입니다.

이름이 적힌 목록이 있었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유 씨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문건과 편지 등을 모두 태웠다고 주장했습니다.

 


▶달라진 진술들

그런데 유 씨는 2012년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사와 판사의 질문에 비슷하지만 다른 얘기를 합니다.

 


주의해야할 사람이 아니라 자기를 도와줄 때 조심해야될 것들이 적혀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윤지오 씨와의 통화에서 사람 이름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유 씨는 장 씨가 문건 작성 당시 말했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판사가 유 씨의 말이 계속 바뀌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사건 당시 유 씨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지,
나중에 말을 바꾼 것인지는 유 씨만 알고 있습니다.

이 공판은 유 씨가 장자연 문건을 공개해
장 씨 소속사 대표 김 모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지 석 달 뒤였습니다.

▶윤지오 씨에게도 문건을 보여준 유 씨

2010년 6월 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소속사 대표 김 씨와 문건 작성을 도운 유 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윤지오 씨는 문건을 봤다고 말합니다.

 


판사의 질문에 이름만 적힌 종이가 있고 어느 언론사에 누구라는 식으로 적혀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도 윤 씨는 '리스트' 형식 문건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 씨에게 문건을 보여준 유 씨의 경우
윤 씨가 문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장자연 문건을 알린 혐의로 피소된
자신의 2010년 9월 명예훼손 재판에서의 발언입니다.

 


유 씨가 윤 씨에게 문건과 이른바 '리스트'를 다 보여줬는지
일부만 보여줬는지는 JTBC 취재진이 갖고 있는
유 씨의 기록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2009년 3월 15일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한 윤 씨 조서입니다.

 


경찰이 윤 씨가 차에서 봤다는 복사본의 내용을 묻는데, 윤 씨는 기존 언론에 공개된 장자연 문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름만 적인 종이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건 초기 수사기관에서는 '리스트'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1년여 뒤 재판 과정에서 등장한 셈입니다.

윤 씨는 이에 대해 수사관의 질문에 맞춰 대답했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논란은 또 있습니다.

윤 씨가 김수민 작가에게 '리스트'를 본 적은 없고
경찰 조사를 받다가 유명한 사람의 이름이 적힌 문서를 봤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JTBC 4월 23일 보도)


윤 씨가 '리스트' 자체를 보지 못했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주장입니다.

윤 씨가 말하는 '리스트'에 적혀 있던 인물 수가 30명에서 50명까지, 말이 바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리스트를 둘러싼 논란

설령 윤 씨가
이른바 '리스트'를 봤다고 하더라도
10년이 지난 지금 기억이 정확한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에서 '리스트'에 대해서
유 씨와 원본을 본 유족 진술은 비슷한데,
윤 씨만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는 겁니다.

과거사 진상 조사단은 윤 씨 진술이
일부 신빙성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리스트'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리스트'가 실제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성격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접대를 위한 리스트인지, 유 씨가 말했던대로
조심해야할 인물들인지, 장 씨의 피해사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겁니다.

때문에 조사단은 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해
A씨가 말한 인물, A씨와 B씨가 공통적으로 말한
인물 등으로 나눠 13명의 리스트를 만들어
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JTBC 5월 14일)


이를 두고 조사단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정식 수사가 아닌 조사 과정에서 나온 단서들이므로,
진상규명 작업의 결과물로 남길 필요가 있다는데에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논란

유 씨는 조사단 종료를 두 달 가량 남기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계속해서 조사를 거부하다 지난 3월 27일, 조사단이 기습적으로 찾아가 이뤄진 비공개 면담에서
"장자연이 처음에 문건에 심하게 성폭행 당한 내용도 썼는데, 그것은 내가 지우라고 했다. 성폭행 당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한 겁니다.

그런데 유 씨는 말을 바꿨습니다.

4월 12일 전화통화에서는
"당시 조사단원들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 사실이 없고, 장자연이 하소연하듯이 처음에 그런 비슷한 말을 하긴 하였는데, 되묻지도 않았고, 장자연이 '당했다'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JTBC 4월 30일)


'술에 약을 탔다'는 내용은 문건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유 씨는 여기에 또 말을 더했습니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5월 3일 추가 면담에서 "(장씨가) 정확히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성추행 혹은 그와 유사한 단어를 사용하며 '그런 일이 있다'고만 했을 뿐, 추가적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내용들은 전화통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복수의 조사단원이 참여한 면담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유 씨가 처음에 조사단원들에게
잘못 이야기를 한 것인지,
뒤에 말을 바꾼 것인지, 진실은 유 씨만 압니다.

또 다른 논란만 남았습니다.

수사기록 등을 보면 유 씨 역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왔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럼에도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문건 작성을 도왔고, 장자연 씨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유 씨는 어쩌면 실체적 진실을 잘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유 씨뿐 아니라 누군가의 용기로 장자연 사건이
논란을 넘어 실체에 다가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Copyright by JTBC(http://jtbc.joins.com) and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