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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김현철 “난 노래 못해, 가수 아냐…음악 만드는 사람”

13년 만에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둔 가수 김현철. [사진 Fe엔터테인먼트]

13년 만에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둔 가수 김현철. [사진 Fe엔터테인먼트]

가수 김현철(50)이 13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그는 23일 미니앨범 ‘10th-프리뷰(preview)’를 시작으로 올가을 정규 10집 발표까지 예고했다. MBC FM4U ‘오후의 발견’(2007~2008, 2013~2018)의 DJ와 예능 ‘복면가왕’(2015~) 패널로 꾸준히 음악을 매개로 대중과 만나고, 서울종합예술학교 실용음악예술학부 겸임교수로 10년째 강단에 서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작 본업인 가수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던 그가 다시 앨범을 꺼내 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이유 없이 음악 재미 없어져” 
16일 서울 이태원동에서 만난 김현철은 “2006년 9집 ‘토크 어바웃 러브(Talk About Love)’를 내고 나서 특별한 이유 없이 음악이 너무 재미없어졌다”며 “다행히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어서 있던 악기도 다 처분하고 스튜디오도 정리했었다”고 고백했다.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 만든 1집 ‘춘천가는 기차’(1989)는 지난해 ‘한국 대중음반 명반 100’ 12위에 선정되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달의 몰락’(1993) 등 히트곡이 나올수록 되려 욕심과 부담감이 더해진 탓에 음악이 변질되고 있단 생각도 그가 쉽사리 운을 떼지 못하게 붙드는 이유였다.  
  
그가 다시 악기를 사들이고 음악을 만들게 된 것은 ‘시티팝(City-pop)’ 덕분이다. “2017년 9월 조동진 선생님 추모공연이 있던 날 한 기자한테 전화를 받았어요. ‘시티팝’이라고 들어봤냐고. 그래서 시티팝이 뭐냐, 아이스크림 이름 같다 했는데 제가 시티팝의 대표주자라는 거예요.” 동아기획 출신으로 ‘조동진 사단’의 막내였던 그는 1집 수록곡 ‘오랜만에’, 4집 ‘왜 그래’(1995) 등 아메리칸 재즈를 접목한 도회적인 음악을 선보여왔다.  
 
시티팝은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시대에 유행한 도회적인 분위기의 음악으로, 한국에서도 2~3년 전부터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잊고 있었는데 작년에 일본에서 무역 회사를 하는 후배가 전화가 와서는 일본 아마추어 DJ가 형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1집 앨범에 있는 노래들을 가끔 튼다면서.”
 
후배 가수 죠지와 함께 무대에 오른 가수 김현철. [사진 네이버 온스테이지]

후배 가수 죠지와 함께 무대에 오른 가수 김현철. [사진 네이버 온스테이지]

여기에 지난해 9월 20세기 한국 시티팝 재조명 프로젝트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이 시작되고, 그 첫 번째 주자로 죠지가 재해석한 ‘오랜만에’를 들으며 그의 가슴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죠지랑 같이 온스테이지 공연을 하는데 그때 정말 오랜만에 음악을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팔았던 악기도 다시 사고 그동안 조각조각 만들어둔 음악도 찾아보고 라디오DJ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했죠.”
 
“시티팝 뭔지 몰랐다…재평가 신기” 
오랫동안 웅크려 있던 그가 기지개를 켜자 선후배들도 반색하고 나섰다. 그를 깨워준 죠지와 함께 부른 ‘드라이브(Drive)’가 미니앨범의 첫 트랙을 장식하고, 마마무 화사와 휘인이 부른 ‘한사람을 사랑하고 있어’가 더블 타이틀곡이다. 데뷔 때부터 오랜 인연을 쌓아온 옥상달빛과는 ‘웨딩 왈츠’를, 신인가수 쏠과는 ‘투나잇 이즈 더 나잇(Tonight  Is The Night)’를 불렀다. 5곡 중 오롯이 혼자 부른 곡은 ‘열심’이 유일하다.  
 
“사실 저는 제가 가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옛날에는 그랬던 적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고 칭하기엔 민망하더라고요.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가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는 제가 만든 음악은 다 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나보다 더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나요.”
 
16일 서울 남산케미스트리에서 미니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가수 김현철

16일 서울 남산케미스트리에서 미니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를 하고 있는 가수 김현철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봐도 가수 못지않게 제작자로서 역량이 도드라진다. 음악감독을 맡은 영화 ‘그대 안의 블루’(1992) OST도 큰 성공을 거뒀고, 장혜진 3집 ‘비포 더 파티’(1994), 이소라 1집 ‘난 행복해’(1995) 등 프로듀서로서도 승승장구했다. “이상하게 여자 가수들과 더 잘 맞긴 한 것 같아요. 가사가 여성적이어서 그런가. 옥상달빛 김윤주는 십센치 권정열하고 2014년에 결혼할 때 제가 주례를 봤어요. 그래서 축가를 한번 같이 불러보면 좋겠다 싶었죠. 만들어둔 발라드 곡을 RBW 김도훈 대표가 듣고는 마마무가 부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쏠은 우연히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잘해서 제가 수소문해서 찾아갔어요.”
 
그렇게 발품을 판 곡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특히 ‘투나잇 이즈 더 나잇’은 30년 차 가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 후배들과 함께 부른 노래에서는 맑고 신선한 매력을 자랑한다면, 박영선 목사가 쓴 『하나님의 열심』을 읽고 만든 ‘열심’은 사뭇 진지한 참회록 같다. 벌써 30년 차에 접어든 사람이 ‘열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의외라는 말을 건네자 그는 “13년이나 쉬지 않았느냐”며 “내게는 30주년보다 10집이 갖는 의미가 더 크다”고 답했다.  
 
“10집도 30년 후에 좋은 평가 받길” 
‘복면가왕’에서 패널로 활약하고 있는 김현철. [사진 MBC]

‘복면가왕’에서 패널로 활약하고 있는 김현철. [사진 MBC]

“10집으로 음악적 커리어의 방점을 찍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더 오래 걸렸는지도 모르죠. 1집 때처럼 LP로 꼭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럼 A면 23분, B면 23분을 담는 게 최적인데 46분은 너무 짧고, 더블 LP로 92분을 만들고 싶어서 미니앨범을 먼저 내고 정규를 가을에 내기로 한 거예요. 그런데 한꺼번에 다 들고 나오긴 너무 무거우니까 나눠서 낸 거죠. 이번엔 테이프로도 발매할 예정인데, 10집 내고 나면 1~10집까지 캐비넷에 넣고 닫아버리려고요.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 후부터는 좀 더 자유로운 형태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0집에는 최백호ㆍ새소년ㆍ정인ㆍ박정현ㆍ백지영ㆍ박원ㆍ오존 등이 참여한다.  
 
지난달 9~10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어게인, 학전 콘서트’의 일환으로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진행한 그는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관객들이 저를 보고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관객들을 봐서 너무 좋았어요. 그 좋은 걸 왜 안 하고 살았는지 몰라요. 앞으로는 공연도 좀 자주, 많이 하려고요. 이제 음악이 다시 재밌어지기 시작했는데 열심히 해야죠. 30년쯤 해보니까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30년 전에 만든 1집이 지금 다시 평가받는 것처럼 지금 만든 10집이 30년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정성껏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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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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