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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학종안내서에 불만 증가…"이런것은 고쳐야"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에서 열린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진학을 위한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 및 대입 특별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진선여고에서 열린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진학을 위한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 및 대입 특별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본격적인 입시 철을 앞두고 대학들이 ‘학종 안내서’를 발표하고 있다. 대학마다 적게는 수십 쪽에서 길게는 수백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여러대학이 공동으로 학종 안내서를 발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안내서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크다. 안내서에 설명된 내용만 가지고는 입시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계량적 평가 기준 없는 학종…모든 경우의 수 가능
대학들이 고심해서 펴낸 학종 안내서에 학생과 학부모가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대학들이 학종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며 공통으로 밝힌 질문과 답변들이 유용하지 않다는 지적이 첫 번째다.
 
‘성적이 꾸준히 향상돼야 유리한가’라는 질문에 ‘하향해도 이유가 있다면 관계없다’고 답한다. ‘진로희망이 일관돼야 유리한가’라는 질문에는 ‘중도에 변화해도 관계없다’고 답한다. 사실상 모든 경우의 수가 다 가능하다는 답변인 셈이다.
 
대학들이 제각각 발표한 학종 안내서의 내용이 막상 살펴보면 모두 비슷한 것도 혼란을 가중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학종이 원하는 인재를 묻는 질문에 ‘적극적’ ‘성실’ ‘자기 주도적’ 등의 두루뭉술한 용어가 사용된다. 선발기준이 뚜렷하게 차별화되지 않다 보니 특정 대학 합격을 목표로 할 경우 학생부에 기록할 활동 방향을 잡기도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대체 어떻게 준비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학종 자체가 가진 필연적인 특징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일관된 견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종의 정성평가는 점수로 계량화해 단일한 평가 기준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원래 ‘깜깜이’가 맞다”며 “아무리 대학이 자세한 안내서를 내도 결코 불만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기준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설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학교의 한 모집단위 내에서 학생을 뽑을 때조차 여러 가지 선발 기준을 동시에 적용하는 게 가능해서다. 실제로 성적이 향상된 사례와 하향한 사례, 진로희망이 일관된 사례와 변화한 사례들이 모두 선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학마다 자체적으로는 정말로 적나라한 내부기준이 있지만, 그것은 절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율에 민감한 대학들…일반적인 합격사례 공개
대학들이 지원경쟁률을 의식해 일부러 비슷한 학종 안내서를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입시관계자는 “상위권 대학들에 학종은 한정된 자원인 우수한 학생들을 나눠 가지는 일종의 ‘파이 나누기’ 식의 입시전형”이라며 “어느 한 대학이 자신만의 인재요건을 차별화시키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다른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을 포기해 경쟁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시관계자는 “입학처 간의 지원경쟁률 경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상위권 대학들 사이에서 경쟁 대학의 지원경쟁률이 유난히 높은 해에는 동문회가 모교에 항의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학종 자체의 특성이 이렇다 보니 대학이 밝히는 합격 사례에도 한계가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학종은 학생부 전체를 정성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학 측이 합격 사례로 발표한 학생부 내 일부 요소는 수험생에게 정량적으로 ‘이 정도면 되나 보다’ 하는 감 잡기 정도의 정보에 그친다”고 말했다.  
 
합격한 학생의 학생부에 기록된 전체 내용이 어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합격사례와 비슷한 내신등급을 받고 봉사활동이나 독서 이력 등을 따라 한다 해서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다. 실제 합격 여부는 학생부 전체와 자기소개서, 면접을 총체적으로 종합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학생부를 가지고, 여러 개의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더 복합해지기만 할 뿐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대학에서 발표하는 내용이 언뜻 보기에는 구체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험생들 입장에서 놓고 봤을 때는 준비에 있어서 막연함을 느끼는 것은 그대로”라며 “대학의 지침대로 노력했다 하더라도 합격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늘 불안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합격사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이처럼 안내서만 가지고는 준비가 어렵기 때문에 일부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는 각 대학의 학종안내서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시행하기도 한다. 한 특목고 교사는 “각 대학의 학종 안내서를 깊이 있게 보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교사들이 그중에서 필요한 내용만 추려 재가공한 뒤 학교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조합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학종안내서를 실질적으로 만들려면 대학이 합격사례를 현재보다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임성호 대표는 “합격사례에서 발표하는 고교구분이나 성적 통계 등 구체적인 정보제공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러한 정보 공개가 부족하면 결국 학교보다 풍부한 입시데이터를 축적한 사교육계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정 내신등급으로 합격한 학생의 소속이 일반고인지 특목고인지, 일반고 중에서도 지역이 어디인지 등 최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야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내서의 내용과 설명회의 내용이 다를 때도 있다. 우연철 평가팀장은 “안내서에는 중요하다고 언급한 요소를 막상 설명회에서는 ‘솔직히 말하면 그 요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귀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대학들이 설명회에서 하는 ‘솔직히 말하면’ 식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안내서에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종은 합격한 학생의 후기보다 입학사정관의 자세한 설명이 더 중요하다”며 “합격한 학생이 학생부에서 중요하다고 여긴 부분과 입학사정관이 평가한 부분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객원기자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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