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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먼 ‘백신장사’ 2년 만에 처벌

서울 송파구 한국백신 사옥.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한국백신 사옥. [연합뉴스]

2017~2018년생 두세 살배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악몽’으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갓난아이에게 안전한 BCG 백신을 맞추려고 발만 동동 굴렀던 때를. 그런데 당시 ‘백신 품귀 사태’의 원인이 한 백신 회사의 욕심 때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을 추적해봤다.
 
◆‘질병의 왕’ 결핵=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으로 꼽힌다. 최근 200년 동안 약 10억명이 결핵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무적은 아니다. BCG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 BCG 접종을 하면 발병률이 5분의 1로 줄어든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생후 한 달 내 신생아에게 BCG를 접종하도록 권고하는 이유다.
 
◆‘불주사’와 신문물=BCG 백신은 두 종류다. 피내용(주사형)과 경피용(도장형)이다. 피내용은 흔히 말하는 ‘불주사’다. 접종하면 팔뚝에 흉터가 생긴다. WHO는 주사로 정확한 양(약 0.05㎖)을 주입할 수 있는 피내용 BCG 백신 사용을 권고한다. 정부는 피내용 BCG 백신을 국가 필수 예방접종 백신으로 지정해 무료 지원해 왔다. 그런데 ‘신(新)문물’인 경피용 백신이 등장했다. 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뒤 바늘 9개가 박힌 주사 도구를 이용해 두 번에 걸쳐 세게 눌러 접종하는 식이다. 하지만 접종비를 포함해 7만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흉터가 남지 않아 인기를 끌었다.
 
◆시장 독점한 한국백신=한국은 BCG 백신을 전량 수입한다. 덴마크 SSI의 피내용 백신과 일본 JBL의 피내용·경피용 백신 3종이다. SSI 백신은 엑세스파마, JBL 백신은 한국백신이 각각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고 수입한다. 한국백신의 국내 BCG 백신 시장 점유율은 최근 5년간 50% 이상이었다. 문제는 엑세스파마가 SSI 내부 문제로 2015년 9월 피내용 백신 공급을 중단하면서 불거졌다. 이때부터 한국백신이 국내 BCG 백신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품귀 사태=2016년 9월, 독점 시장을 활개하던 한국백신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경피용 백신을 맞은 유아의 허벅지 뼈에 염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다. 경피용 백신 판매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국백신은 피내용 백신 공급을 줄였다. 2017년엔 피내용 백신 수입을 끊었다. ‘백신 품귀 사태’가 일어난 배경이다.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무료로 예방 접종(피내용)을 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었고, 경피용은 안전성 문제가 찜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 10월부터 경피용 백신에 대한 임시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품귀 사태는 지난해 6월 막을 내렸다. 국가 예산 140억원이 투입됐다. 이 기간에 한국백신의 BCG 백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늘었다.
 
◆남은 과제=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독점 수입·판매하는 고가의 BCG 백신(경피용) 판매를 늘리기 위해 무료 BCG 백신(피내용) 공급을 중단한 한국백신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9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대표이사 등 임원 2명은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신생아를 볼모로 독점 이윤을 챙긴 회사는 처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무서운 질병으로부터 자녀를 지키기 위한 필수 접종 백신조차 전량 수입하는 상황에서, 언제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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