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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본색? '황교안의 언어' 23만자에 담긴 ‘경제‘와 ’투쟁‘ 투트랙

자유한국당이 17일로 황교안 대표 체제 80일째를 맞는다. 취임 후 황 대표는 여러 장소에서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정치인의 언어는 그의 가치관과 철학을 반영한다. 지난 15일까지 황 대표가 각종 당 회의와 의원총회·장외집회·페이스북 등을 통해 말한 23만여자의 공식 메시지를 분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경제 관련 단어로 나타났다. 자주 언급된 단어를 20위까지 추려보면 경제(698회)ㆍ민생(247회)ㆍ원전(169회)ㆍ시장(143회)ㆍ기업(141회)ㆍ일자리(133회) 등 6개 단어가 20위 안에 포진했다.
 
나머지 한 축은 대여투쟁 성격의 단어들이 차지했다. 독재(246회)·좌파(199회)·심판(135회)·투쟁(130회) 등 4개 단어가 빈출 단어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 관련 단어와 대여투쟁성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단어는 일상적인 정치 관련 용어였다. 국민·정권·자유한국당·정부·정치·대통령·문재인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황 대표가 전국을 순회하는 ‘민생투쟁 대장정’을 시작한 지난 7일 이후만을 따져봐도 이같은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민생(83회)을 필두로 경제(62회)·원전(33회)·정책(33회) 등이 자주 거론됐다. 황 대표는 16일 열린 대장정 중간결산 성격의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경제 실정의 폭격을 맞은 민생폐허의 현장이었다”며 경제 문제를 집중 언급했다.
 
투쟁(23회)ㆍ좌파(21회)ㆍ독재(17회) 등도 여전히 순위권에 있었다. 4일과 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안보(21회)가 새로 포함된 정도가 이전과 다랐다. 결국 황 대표의 메시지는 ‘경제’와 ‘대여 투쟁’의 두 축으로 요약되는 셈이다.
 
김병준ㆍ홍준표 비교해도 황교안의 특징 뚜렷
황교안 홍준표 김병준(왼쪽부터). [연합뉴스·뉴시스]

황교안 홍준표 김병준(왼쪽부터). [연합뉴스·뉴시스]

 
이같은 ‘황교안 언어’는 과거 한국당 당권을 거머쥐었던 인사들의 메시지와 비교했을 때 꽤 차이가 있다.
 
황 대표의 경제 관련 언급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보다 많았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메시지 분량(29만자)이 황 대표(23만자)보다 많았음에도 경제(448회)·시장(136회)·기업(112회) 등의 언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 전 위원장은 좌파ㆍ독재ㆍ투쟁과 같은 대여투쟁성 강경 메시지는 자주 언급하지 않았다. 좌파는 딱 2차례 쓰였다. 독재(4회) 대신 상대적으로 온건한 독선(8회)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였지만 이같은 단어도 빈출 어휘는 아니었다.
 
강성 발언이 많았던 홍준표 전 대표의 어휘도 역시 황 대표의 말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홍 전 대표가 낸 공식 메시지 41만자 가운데 경제(436회)ㆍ기업(408회) 등의 단어가 언급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황 대표에 비해 언급 비율이 높지 않을 뿐더러 북핵(341회) 등 안보 이슈와 비슷한 수준에서 다뤄졌다.
 
좌파(267회) 등 강경 투쟁성 단어가 자주 등장한 건 황 대표와 유사하다. 다만 사회주의(116회)라는 단어를 자주 쓴 건 홍 전 대표 만의 특징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대표는 오히려 사회주의를 9번 밖에 거론 안했다.
 
경제ㆍ투쟁 투트랙은 의도된 전략일까
9일 오전 울산시 북구 매곡산업단지 내 한국몰드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문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전달받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울산시 북구 매곡산업단지 내 한국몰드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문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전달받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황 대표가 경제 이슈를 집중 거론하면서 동시에 정부ㆍ여당을 향해 강성 발언을 하는 게 당 차원의 의도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좌파독재’ 등 대여강경 투쟁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경제실정을 집중 비판하면서 중도층을 끌어모으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 김세연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음 총선 프레임은 경제 망친 정당 vs 경제 살릴 정당”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관계자도 “경제 이슈에 집중하는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라며 “대표 발언에도 그런 전략이 녹아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경제 이슈에 총력 집중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높다. 안보 이슈는 북ㆍ미의 태도에 따라 상황이 급변하는 등 불확실성이 높고 정보 접근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김준석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경제 실정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경제 문제를 지적하며 독재 프레임을 조합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황 대표가 ‘좌파’와 ‘독재’ 같은 단어를 자주 쓰는 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는 일반적으로 법치ㆍ질서ㆍ안정 같은 단어를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장외투쟁 수순이다보니 투쟁ㆍ독재ㆍ좌파 등의 단어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좌파, 사회주의 등의 단어를 써 대립각을 강하게 세우다 보면 표현이 점점 과격해질 수 있다. 그러면 중도층 포섭에 악재가 될 수 있어 좋은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영익ㆍ임성빈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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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