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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테일러의 137억짜리 진주목걸이, 누가 슬쩍 했나 봤더니

기자
민은미 사진 민은미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17)
남편인 리처드 버턴이 196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받아 발렌타인 데이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한 '라 페르그리나(La Peregrina)'로 알려진 진주목걸이. [중앙포토]

남편인 리처드 버턴이 196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받아 발렌타인 데이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에게 선물한 '라 페르그리나(La Peregrina)'로 알려진 진주목걸이. [중앙포토]

 
“세상에 목에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생전 바바라 월터스(Barbara Walters)와 인터뷰를 하면서 진주목걸이에 얽힌 황당했던 순간을 한 가지 털어놓았다. 남편 리처드 버턴과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 머물 때였다고 한다. 진주 목걸이를 선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났던 일이다.
 
그는 리처드 버턴이 1969년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받아 밸런타인데이에 선물한 진주목걸이를 착용한 채 맨발로 이리저리 방안을 거닐고 있었는데, 한순간 목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목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 진주목걸이는 ‘라 페르그리나(La Peregrina)’로 알려진, 현존하는 페어 쉐입(pear-shaped)의 천연 진주 중 최상의 질로 평가받는 것이었다. 사이즈만 해도 길이 2.5㎝, 너비 1.7㎝로 천연 진주로는 희귀하게 거대하다.
 
스페인 국왕 필립 2세(재임 기간 1556~1598년)가 첫 소유자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영국 여왕 메리 튜더(Mary Tudor)가 소유한 적도 있었는데 1553~1558년에 그려진 다수의 초상화에서 ‘라 페르그리나’를 착용하고 있는 여왕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역사적인 진주 목걸이가 호텔 룸 안에서 ‘실종상태’였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다행히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목걸이를 찾았다. 그때 “신이시여.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고 한다.
 
영국 메리 여왕의 초상화. 1554년 그려진 것으로 ‘라 페르그리나(La Peregrina)’로 알려진 진주가 펜던트로 된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400년 후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이 진주의 주인이 된다. [사진 위키피디아커먼(퍼블릭 도메인)]

영국 메리 여왕의 초상화. 1554년 그려진 것으로 ‘라 페르그리나(La Peregrina)’로 알려진 진주가 펜던트로 된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400년 후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이 진주의 주인이 된다. [사진 위키피디아커먼(퍼블릭 도메인)]

 
목걸이를 포함해 주얼리는 신체에서 이탈하는 순간 언제든 분실의 위험이 있다. 소중한 주얼리를 잃어버려 당황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두 번은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오늘은 여러 주얼리 중에서도 반지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특히 반지는 목걸이나 귀걸이와 달리 손에서 빼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손을 씻을 때, 핸드크림을 바를 때, 습관적으로 반지를 빼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백화점 화장실에서 손을 씻기 위해 수도꼭지 옆에 반지를 빼두었다가 잊고 그냥 나가버렸다. 2~3분 후 반지가 없음을 발견하고 화장실로 뛰어갔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한해 전인 2005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큰맘 먹고 산, 멜리(Melee) 다이아몬드가 한줄로 알알이 박힌 반지였다. 멜리 다이아몬드란 1캐럿을 콩알만 한 크기로 가정할 때, 1캐럿의 1/5 미만의 작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를 일컫는 말이다.
 
나에게는 무척 소중한 반지였으나 엘리자베스 테일러와는 달리 반지를 영영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잃어버리고 싶어서 반지를 잃어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무심코’ 내 몸에서 반지를 떼놓았다가 분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2006년 이후 나에겐 이런 ‘반지 5계명’(五誡命)이 생겼다.
 
2006년 백화점 화장실에서 큰맘 먹고 산 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어버렸다. 이후 나에겐 이런 '반지 5계명'이 생겼다(내용과 관계 없는 이미지 사진). [사진 diamondanddesign(Public Domain)]

2006년 백화점 화장실에서 큰맘 먹고 산 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어버렸다. 이후 나에겐 이런 '반지 5계명'이 생겼다(내용과 관계 없는 이미지 사진). [사진 diamondanddesign(Public Domain)]

 
반지 5계명(五誡命)
1. 반지는 손가락에서 빼는 순간 바로 분실할 수 있음을 ‘인식’한다.
2. 착용부터 귀가해서 보관함에 두기 이전까지 절대 반지를 빼지 않는다.
3. 불가피하게 반지를 빼놓아야 하는 경우(가령 화장실 등에서) 입으로 살짝 물고 있는다.
4. 반지를 물고 있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내 몸과 떨어지지 않는 곳(호주머니 등)에 둔다.
5. 집에서도 반지를 둔 곳이 기억이 나지 않을 경우가 있으므로 반지는 지정된 장소에 보관한다. 특히, 애완견과 같이 생활하는 경우 애완견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
 
주얼리 얘기하다가 애완견 얘기하는 게 뜬금없어 보일 순 있겠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호텔 룸 안의 어디서 진주목걸이를 찾았는지 생각하면 고개를 끄떡일지 모르겠다. 역사적인 진주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멘붕이었던 그는 애완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한동안 방안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애완견이 무언가를 씹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진주목걸이를 찾은 곳은 애완견의 입안에서였다. 다행히도 진주에 스크래치나 심한 손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녀가 2011년 79세의 나이로 사망한 뒤 이 진주목걸이는 뉴욕의 크리스티 사가 주최한 경매에서 예상가 200만~300만 달러를 훌쩍 넘는 1184만 달러(한화 137억원)에 팔렸다. 당시 진주목걸이로는 역대 최고 경매가였다. 137억원 짜리 진주목걸이가 애완견의 뱃속에 들어갈 뻔한 것이다.
 
민은미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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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