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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만나지도 말라"던 北, 식량 급했나···민간단체 접촉시도

지난달 초 남측 관계자들을 만나지 말라고 접촉 금지령을 내렸던 북한이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원한 민간단체 관계자는 15일 “북측 민족화해협의회가 최근 남측 민간단체에 팩스를 보내 지난달로 예정됐다가 연기했던 실무협의를 이달 말 때쯤 중국에서 진행하자고 제안해 왔다”며 “우선 세 곳의 단체가 접촉 일정을 잡았는데, 다른 단체로 확대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 곳은 6ㆍ15공동선언실천을 위한 남측준비위원회,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으로 파악됐다. 이들 단체는 25일을 전후해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할 예정이다.  
김홍걸(가운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왼쪽), 정인성 7대 종단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등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종교ㆍ민간단체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김홍걸(가운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이기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회장(왼쪽), 정인성 7대 종단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등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종교ㆍ민간단체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국내의 대북 관련 민간단체들은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양, 단둥(丹東) 등지에 파견된 북측 대표부를 통해 협력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지난달 초 북측은 남측 단체들에 “상부의 지시로 당분간 협의가 어렵다”거나 “남측과 일체의 협력사업을 중지하라. 남측과 하는 척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평양에서 예정됐던 토론회를 비롯한 방북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됐고, 실무협의도 중단됐다.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나 민족화해협의회 등 남북 협력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들이 문을 꽁꽁 닫아 잠근 것이다. 단, 북측은 통일전선부 산하의 해외동포원호위원회가 담당하는 국제단체들과의 접촉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한 달 이상 접촉을 끊었던 북측이 실무협의를 제안한 배경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내부 검열 작업이 완료됐고, 지난달 10일 통일전선부장이 교체된 뒤 후속 인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남측을 상대할 여유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단체 관계자는 “현재 남북 관계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여의치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민간 교류는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일단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측이 접촉을 제안한 남측 상대들에 대북 지원단체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북측이 대북 지원보다는 6ㆍ15 19주년 행사나 통일 관련 행사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 민화협에는 대북지원 단체를 담당하는 라인과 통일 관련 단체를 담당하는 곳이 별도로 있는데, 이번 접촉은 통일 관련 행사 분야 쪽으로 보인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정부가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화했던 시점과 북측의 접촉 제의가 맞물렸다는 점에서 식량지원 문제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4일엔 가뭄 피해 최소화를 역설한 뒤 “농작물들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업은 없다”며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치열한 자연과의 전쟁”을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0년대 초중반 정부에 식량지원을 요청하면서도 “그냥 얻어먹을 수 없으니 차관으로 하자”고 제안하며 자존심을 중시해 왔다. 그런만큼 스스로 남북 관계의 문을 닫은 북한이 먼저 식량을 요구하기 보다는 대북 지원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단체들을 통해 접촉을 재개한 뒤 식량지원 규모나 시기 등을 둘러싼 한국 내부의 분위기를 엿보겠다는 취지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의 변화가 민간단체 전반의 접촉, 또는 당국 간 접촉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측이 최근 남북 관계를 중단한 건 남측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북측이 실무협의에 나서기로 한 건 긍정적인 신호인 만큼 당국 간 접촉이나 비핵화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황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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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