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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치적 임명직 인사는 ‘만사’이지만 ‘망사’될 수도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고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정무직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장을 임용하는 인사는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안이다. 역대 정부에서 정실이나 선거 논공행상에 따라 임용할 때 코드인사, 낙하산인사, 인사권 남용 등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했다. 그래서 정치적 임명직의 인사가 정권의 ‘만사’(萬事)가 되거나 ‘망사’(亡事)가 되기도 한다.
 
경력직 공무원은 공개시험 성적, 업무 실적, 경력, 전문성 등 실적주의 기준으로 임용한다. 하지만 정치적 임명직은 추가로 정치적 성향 등을 고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치적 임명직은 대통령의 국정 비전과 정책 기조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고 행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운영해야 하기에 대통령과 정치적 성향과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경력직 공직자들을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민주적 책임성을 확보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정치적 임명직이 도덕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경력직 공직사회를 외부에 개방하고 더 투명하게 하고 국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하고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함으로써 정책 성과와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를 높이게 된다.
 
반면 정치적 임명직이 도덕성과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정부 업무처리의 전문성과 능률성이 떨어지고 정권 교체 때에는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도 사라진다. 특히 이들이 전문성 없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충성도에 의존할 경우 정부 정책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집권층의 특수 이익을 반영하는 부정부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많은 문제와 한계를 안고 있다. 첫째, 인사권자의 의사에 따라 정치적 임명직 후보를 물색하기에 인재의 객관적 기준이나 물색 범위를 정하기가 어렵다. 설사 사전에 정해진 인사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특정 후보에 대해서 완화하거나 무시될 수도 있다. 둘째, 정치적 성향 기준에 맞는 인물 중에서 이미 높아진 국민의 기대 수준을 만족하게 해줄 후보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병역·부동산·세금·국적·연구윤리 등에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공개되는 과거 발언까지 추가돼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셋째, 적극적으로 적임자를 찾을 인력과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청와대와 여당의 핵심 소수집단이 관여하고 소관 부처 장관이 관여하지 못하면서 물색 범위가 좁아지고 시간에 쫓기어 최적의 인물을 추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임명직 임용을 위한 몇 가지 개선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청와대가 정치 행정 분야의 고위직 인사의 인명록을 지금보다 광범위하게 수집해야 한다. 전임 정부의 인명록도 방기·폐기하지 말고, 인물을 추가하고 기록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승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소관 장관 및 차관의 추천이나 관계 부처 공무원, 공공기관, 이해관계 집단의 추천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인사 추천과 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부서가 각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평판을 확인하기 쉽지 않으니 해당 인물과 직접 접촉하고 관계했던 집단의 평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검증기준과 항목이 점점 높아져서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에 대해 일정 시점을 정해 과거의 것은 불문에 부치거나 검증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는 논의가 정치권과 언론에서 시작돼야 한다. 넷째,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정책 성향이나 업무 경력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 신상 관련 검증을 중계방송하지 않는다면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 정치적 임명직 인사의 전범(典範)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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