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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국민 앞으로 돌아온 ‘버스 대란’ 청구서

‘대란’ 직전까지 갔던 버스 사태가 고비를 넘겼다. 지자체별로 노사 합의에 성공하거나 파업이 유보되면서 시민의 발이 묶이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자세와 능력은 실망스러웠다. 근로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이란 달콤한 과실만 선전했을 뿐, 정책 부작용과 대책은 나 몰라라 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요금 인상으로 풀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지자체는 중앙정부 지원을 늘리라며 맞섰다. 지자체장들은 부담스러운 요금 인상의 독배를 먼저 들지 않겠다며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선택한 해법은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였다. 정부 요구에 따라 경기도는 9월부터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을 200원과 400원 올리기로 했다. 광역직행버스(M버스)를 포함한 모든 광역버스에 대해서는 준공영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자체 소관 업무인 버스 운송사업에 국비 지원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주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면서 노선 버스를 특례 업종에서 제외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리를 외면하더니 결국 국민 앞으로 청구서를 보냈다.
 
요금 인상과 함께 준공영제 확대가 제시됐지만 문제가 만만찮다. 준공영제는 민간 운수업자와 지자체가 수입을 공동 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재정으로 메꿔주는 제도다. 교통 복지 향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돈이다. 지난해 준공영제를 채택한 전국 8개 시·도에서 지출된 비용은 1조원이 넘었다. 2004년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의 경우 그동안 버스회사 적자 보전에 3조7000여억원을 썼다. 요금 인상이 4년째 동결되면서 최근 지원액도 급격히 느는 추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은 준공영제가 확립돼 요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준공영제 비용도 결국 시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세금이 투입되는데도 제대로 된 감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친인척을 유령 직원으로 등록해 자금을 빼돌리는가 하면, 장부를 조작해 부정 지원금을 타내는 경우도 적발됐다. 매출과 수익, 인건비 등 주요 경영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자손만대 흑자가 보장되는 ‘버스 재벌’을 낳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위해 버스 준공영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회계 감독과 함께 노선 입찰제 도입이나 인센티브 확대 같은 경쟁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부는 시민 불편을 담보로 한 버스노조 요구를 국민 세금으로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내년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근로시간 축소로 인한 임금 감소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욱 문제 될 소지가 크다. 저임금 노동자가 몰려 있는 데다 사업주들의 지급 능력은 부족하다. 현장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더 심각해질 텐데, 정부 대책은 제대로 있는지 걱정이다. 지금 같은 식이라면 버스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이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근본적이고 면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번 버스 사태 같은 난맥상은 반복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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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