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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목줄 안 채워 6000만원 물어낸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갑자기 뛰어든 대형견 2마리를 보고 놀란 50대 남성이 넘어져 무릎에 장애가 생기자 개 주인이 6000여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15일 부산지법에 따르면 직장인 이모(58)씨는 2016년 5월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녹산동 한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갑자기 달려든 대형견 2마리를 보고 피하려다 넘어졌다. 오른쪽 무릎을 바닥에 부딪힌 이씨는 무릎 관절 후십자 인대가 찢어졌다. 이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무릎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이 바람에 직장까지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직장인이던 이씨는 월 46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었다.
 
이씨는 문제의 대형견을 키우고 있던 폐기물업체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마당에서 대형견 2마리를 키우고 있었고, 이날 목줄을 풀어놓은 게 화근이었다. A사 직원이 없는 사이 대형견 2마리는 인근에 있는 자전거 도로까지 나가게 됐다. 사고 당시 목격자가 없어 대형견이 이씨를 공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대형견을 피하려다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 민사3부는 이 사고의 책임을 대형견 주인에게 70%, 이씨에게 30%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형견이 이씨를 공격했는지가 불분명하고, 모든 손해를 개 주인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이씨가 대형견을 피하려다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 주인에게 70%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이씨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나이인 ‘가동 연한’을 만 60세로 적용했다. 여기에 이씨의 월 소득을 기준으로 입원 기간을 고려한 손해배상액은 4718만원이었다. 견주는 손해배상액의 70%인 3302만원과 위자료 500만원을 더해 3800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하라고 1심 재판부는 판결했다.
 
이씨는 2018년 8월 항소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자의 가동 연한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연장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은 대법원 판결을 적용해 이씨의 가동 연한을 65세로 상향했다. 이로써 이씨가 개 주인에게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1심보다 2300만원가량 늘어난 6111만원이 됐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2심 재판부는 가동 연한을 연장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씨 입장에서는 연장된 가동 연한이 적용돼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피해를 좀 더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6~2018년 119 구급대가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한 환자는 6883명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5종의 맹견에 대한 목줄과 입마개가 의무화돼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동물자유연대 심인섭 부산지부 팀장은 “‘우리 개는 순하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또 법적으로 맹견 종을 늘려서 견주들의 책임을 의무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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