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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의 날’ 돼버린 ‘스승의 날’?…일부선 “폐지하자” 주장도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8회 스승의 날 유공교원 정부 포상 전수식에서 한 수상자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8회 스승의 날 유공교원 정부 포상 전수식에서 한 수상자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연합뉴스]

초등 2학년 딸을 둔 직장맘 김모(36·서울 송파구)씨는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학원 강사들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김씨의 딸은 현재 바이올린·피아노·영어·수학을 배우는데 한 사람당 5만원 내외로만 선물을 준비해도 20만원 정도가 들었다. 담임교사에게 줄 선물은 아예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김씨는 “정작 고마움을 표현해야 교사들에게는 꽃 한 송이, 캔 커피 하나 주지 못하고 학원 강사에게만 선물하니 스승의 날이 ‘강사의 날’이 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스승의 날을 맞아 담임교사 대신 학원 강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나면서 교사에게는 선물을 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에게는 학생이 카네이션을 주는 것도 금지됐다. 하지만 학원 강사는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100만원 이상 고가의 선물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초2 딸을 둔 직장맘 이모(37·서울 은평구)씨는 “교사와의 형평성 문제를 생각하면 학원 강사에게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맞는데, 아이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스승의 날 풍경이 달라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스승의 날은 특정 직종의 사람을 지칭해 불편한 감이 있다. 학생회장이 주는 카네이션만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지침도 어색하다. 차라리 교육의 3주체인 교사·학생·학부모가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다. 이 청원에는 현재 3620명이 동의한 상태다. 또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도 최근 교육부에 스승의 날 대신 ‘교사의 날’을 제정해 교사의 전문성과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날로 만들자고 요청했다.
스승의 날 이미지

스승의 날 이미지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된 건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한 게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건은 2008년 249건에서 지난해 501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중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절반(48.5%) 가까이 됐다. 교권침해는 교사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교총이 최근 교원 54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4%가 교원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65.6%는 교권이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교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이달부터 전국 최초로 교사에게 업무용 전화번호(투폰)를 지급하기로 했다. 경남·서울교육청은 올해 하반기부터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나 휴대전화 번호를 줄 예정이다.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학부모에게 알려져 퇴근 후 민원에 시달리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교원의 업무시간 이후 휴식을 보장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 대표 발의했다. 근무시간 외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자는 내용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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