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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이대호가 돌아왔다

롯데 4번 타자 이대호가 홈런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14일 부산 LG전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이대호. [뉴스1]

롯데 4번 타자 이대호가 홈런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14일 부산 LG전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이대호. [뉴스1]

'빅 보이'가 돌아왔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7)가 무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우리가 알던 '조선의 4번 타자' 모습으로 변신했다.
 
이대호는 14일 부산 LG전에서 홈런 2개를 터트렸다. 두 홈런은 완벽하게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2회 첫 타석에선 LG 선발 장원삼의 바깥쪽 꽉찬 공을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1볼-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였지만 침착하게 대처했다. 다음 타석에선 몸쪽 직구가 3개 연속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힘껏 잡아당겨 좌중간 관중석 중단까지 날려보냈다. 어떤 코스, 어떤 구종이든 자유롭게 밀어치고 당겨치던 이대호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이 살아난 모습이었다. 이대호가 올 시즌 1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쳐낸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4월까지 이대호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30경기에서 타율 0.279, 2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737에 머물렀다. 우리 나이 서른 여덟 살의 이대호가 부진하자 '나이는 못 속인다'는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날이 따뜻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장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홈런이 나오기 시작하자 안타도 늘어났다. 최근 10경기 중 9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때려낸 이대호는 타율 4위(0.333), 홈런 5위(8개), 타점 1위(44개)까지 치고올라갔다.
 
14일 경기 뒤 만난 이대호는 한 달 가까이 부진을 겪은 건 공인구에 대한 적응 문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KBO리그에서)홈런 300개 이상 쳐봤다. 그런데 올해는 잘 맞은 타구도 담장 앞에서 잡힌 게 많았다. 오늘도 사실 첫 번째 홈런은 안 넘어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KBO리그는 올시즌부터 반발계수가 낮아진 공을 쓰고 있어 비거리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반발력이 떨어진 공도 쳐봤다. 확실히 올해는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장타가 터지지 않자 중심타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고민도 커졌다. 이대호는 "안 좋은 공은 건드리지 말아야 하지만 4번 타자다 보니 욕심이 났다. 그러니 스윙이 커지고 타이밍도 흔들렸다. '차라리 땅볼을 쳐서 안타를 만들어야 하는 건가'란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서 팀 배팅이라도 하려고 했다. 주자가 3루에 있을 땐 2루 땅볼을 만들고, 어떻게든 맞춰서 희생플라이를 만드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4월까지 부진했음에도 타점 25개를 올린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대호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연습 때도 밀어쳤다. 나는 체격이 크지만 밀어치는 걸 좋아한다. 홈런 욕심을 버리니 안타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러니까 홈런도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타격감이 올라가자 밀어쳐서도 홈런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타점왕에 대한 질문엔 "아직 100경기나 남았다"고 웃었다.
 
이대호는 살아났지만 소속팀 롯데는 여전히 하위권이다. 14일 현재 순위는 8위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키움과는 8경기 차까지 벌어져있다. 민병헌, 아수아헤, 한동희 등 주축 선수들도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다. 이대호는 "라인업이 자주 바뀌는 건 팀에 좋지 않은 상황이다. 빨리 주전들이 돌아와서 자리 잡아야 전체적으로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사실 힘들다. 팀이 밑에 있다보니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지만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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