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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北 식량지원으로 악순환 끊어야…농민들도 바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뉴스1]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뉴스1]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대북식량지원을 빨리 해서 악순환 흐름을 끊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전 장관은 14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한은 미사일을 또 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내 여론도 나빠지고 그야말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인데, 그 흐름을 대북식량지원을 빨리 하는 것으로 해서 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다. 북한은 벌써 두 번째 미사일 발사를 했고, 최근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식량지원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입장을 내놨다”며 “물론 그것이 북한의 공식 매체가 아니고, 당국의 목소리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식량지원을 계기로 우리의 대북 영향력을 빨리 회복해야 할 텐데 정부가 너무 미적거리는 것 같다”며 “지금 북쪽은 굉장히 식량난에 허덕이고, 더구나 올해 봄 모내기나 밭작물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비가 안 오고 있어 금년 농사도 뻔하다. 이럴 때는 우리가 미리 알아서 세계식량계획(WFP)가 발표하자마자 움직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청와대는 국민의 의견을 더 듣겠다는 입장 아닌가’라는 질의에 “의견 들어봐야 어차피 반대하는 쪽은 반대한다”면서 “어차피 대북문제는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우선) 추진하면서 반대하는 쪽을 설득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북한 식량이) 150만 톤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사실 농림부는 100만 톤씩 들어내고 싶어 한다. 비축미를 올해 100만 톤 정도 들어내면 금년도 추곡수매가가 확 올라가기 때문에 농민들은 참 좋다”며 “농민들 입장에서는 대북 쌀 지원이 40만 톤, 50만 톤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쌀 100만 톤 정도를 북한에 보내버리는 것을 바란다”고도 했다.
 
이어 “(정부가) 농민들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데, 무슨 통일부 정책 자문들하고 여론 수렴한다고 하는 건 번지수가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전혀 무관하게 대한민국 정부 내에서 행정명령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사실은 미국에 물어볼 것도 아니다. 북한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초창기에 바로 열어버렸으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중에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면 행정명령이기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와 무관한 것이고 미국이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했으면 되는 것인데 처음부터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참모진들이 너무 점잖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지난 4일과 9일 단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것에 대해 “대남용이 아닌 대미용 군사적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해서 벼랑 끝 전술을 쓰면 물 밑으로 협상을 제의해왔다는 성공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연말까지 기다리자니 답답하고 국내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빨리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내고 싶은 생각에 일을 벌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으레 미국이 뒤로 나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안 나오니까 5일 있다가 사거리를 늘려서 또 쐈다”며 “조금 더 위협적이 되면 이번에는 나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으로 쐈을 것이다. 그런데 벌써 5일이 됐는데 오늘 내일 중으로 특별한 미국의 움직임이 없으면 북한은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한 번 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대내용으로도) 우리가 이렇게 자위수단이 확실하다, 특히 미사일 발사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표정이 매우 밝다는 것은 우리 무기가 대단하구나, 미국은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장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비핵화 대화 재개 가능성에 관해 “(앞으로) 한 달여 사이에 북미 간에 뭔가 빠른 속도로 물밑 대화를 통해서 접점을 만들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사카에서 끝내고 서울에 온다고 하면 남북 정상회담, 또는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가 확 살아나겠지만, 그게 없으면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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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