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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혁의 B트레이닝] 브레이크 역할하는 햄스트링, 왜 다치는가

지난달 30일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서 한화 정근우가 1루까지 달린 뒤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30일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서 한화 정근우가 1루까지 달린 뒤 다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스포츠 부상의 약 15%가 햄스트링을 다치는 경우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미식축구와 육상이 월등히 많다. 그런데 야구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미국 스포츠 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1년 햄스트링 부상을 경험한 메이저리거는 50명, 마이너리거는 무려 218명에 달했다. 실제 메이저리그의 '연부 조직 손상(soft-tissue injury)' 중 1위가 바로 햄스트링 부상이다.

KBO 리그에서도 올 시즌 햄스트링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근우(한화) 박경수(kt) 이형종(LG) 러프(삼성) 모창민·베탄코트(이상 NC) 정영일·최승준(이상 SK) 이용찬(두산) 등 적지 않은 선수가 스프링캠프와 시즌 초반 햄스트링 부상을 경험했다. 다른 부상보다 월등히 비율이 높은 편이다. 과연 햄스트링을 다치는 원인은 무엇일까.

햄스트링은 엉덩이와 무릎 관절을 연결하는 허벅지 뒤쪽 부분의 근육이다. 동작을 멈추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같다. 빠르게 달리는 스프린트 과정에서 허벅지 안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은 엔진,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시속 200km로 달리던 스포츠카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으면 대형 사고가 나는 것처럼 대퇴사두근보다 햄스트링의 근력이 많이 약할 때 큰 부상과 직결된다. 불충분한 워밍업·유연성 저하·고관절의 가동성 감소·코어 근육의 약화 등 햄스트링 부상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최근 메이저리그의 많은 구단은 선수들에게 영양과 휴식을 통한 '회복'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햄스트링을 포함한 부상 대부분이 바로 '피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수의 연구 논문을 통해 피로가 햄스트링 부상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밝혀졌다.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마이너리그의 훈련이 짧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선수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다. 피로를 줄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부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넥센 출신의 이지풍(현 kt) 트레이닝코치는 과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닝은 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넥센에 햄스트링 부상자가 없는 이유는 바로 '러닝하지 않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언급했다. 선수들의 피로도를 줄여 부상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그의 주장은 매우 타당하다. 오래전부터 러닝을 중요시하던 국내 야구계와 상반되는 내용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경기 전 과도한 러닝이나 무리한 훈련은 선수들의 피로도를 높인다. 야구는 일주일에 6경기, 한 시즌에 144경기나 치러야 하는 고된 스포츠다. 회복이 타 종목보다 더욱 중요하다. 더구나 햄스트링은 피로에 굉장히 취약한 근육이다. 달릴 때 엔진 역할을 하는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은 길을 걷고 계단을 올라갈 때, 자전거를 탈 때 등 일상생활에서 늘 사용된다. 하지만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햄스트링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피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엔진보다 브레이크가 약할 때 사고가 난다. 야구선수라면 강한 브레이크를 만들어야 한다. 올바른 보강 운동 없이 무작정 뛰는 것은 마치 브레이크 없는 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굉장히 위험하다. 싱글 레그 데드 리프트와 노르딕 레그 컬 같은 햄스트링의 신장성 수축을 유발하는 보강 운동이 효과적이다. 신장성 수축이란 근육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힘을 내는 것을 말한다.

국내 프로야구계는 그동안 러닝을 중요시했다. 러닝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러닝은 선수들의 피로도를 증가시켜 햄스트링 부상 위험만 높일 뿐이다. 그런데도 국내 구단의 많은 지도자와 프런트 고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많은 러닝을 요구한다. 반대로 영양과 휴식을 통해 회복을 강조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야구선수의 햄스트링 부상 재발률은 20%로 매우 높은 편이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또다시 햄스트링 부상을 경험한다.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한 신체 부위가 바로 햄스트링이다. 올바른 예방법만 준수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허재혁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트레이너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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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