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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가 주변국과 단교하자…어린이날 헬륨풍선 사라졌다

헬륨 가스가 든 헬륨 풍선. 최근 헬륨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이벤트 업체를 중심으로 헬륨 풍선 판매를 중단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중앙포토]

헬륨 가스가 든 헬륨 풍선. 최근 헬륨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이벤트 업체를 중심으로 헬륨 풍선 판매를 중단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중앙포토]

 
# "도매가 14만원 하던 헬륨가스가 최근 50만원에도 구하기 힘들어졌다. 헬륨 풍선 판매를 부득이하게 중단한다." 한 인터넷 이벤트 업체는 어린이날 이전인 이달 초 헬륨 풍선 판매 중지를 이렇게 공지했다. 이 업체는 "헬륨 공급이 원활해지면 헬륨 풍선 다시 팔겠다"고 덧붙였다.  
 
# 국내 대형 조선사인 A사는 용기 누설 테스트에 쓰이는 기체를 암모니아에서 헬륨으로 바꾸는 공정 개선 작업을 진행하다 최근 중단했다. 올해 초부터 헬륨 가격이 급등해서다. A사 관계자는 “헬륨 가격이 한동안 상승할 것으로 보여 공정을 개선해도 비용 절감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어린이날 헬륨 풍선이 사라지고, 반도체·조선 등 산업체에선 헬륨가스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들어 헬륨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47L(리터) 한 통 기준 국내 헬륨 가스 도매가격은 지난해 연말 18만원 수준에서 이달 초 5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헬륨 필수 사업장이 아닌 생일파티 등 각종 이벤트 행사장에선 헬륨 풍선이 사라지고 있다. 헬륨 가격 급등으로 인해 헬륨 풍선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인터넷 이벤트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헬륨 가격 상승에 따른 헬륨 풍선 품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에 앞서 2012~2013년 세계적인 헬륨 부족이 이어지면서 도쿄 디즈니랜드는 헬륨 풍선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 한 이벤트 업체가 이달 초 내건 헬륨풍선 판매 중단 공지문.

국내 한 이벤트 업체가 이달 초 내건 헬륨풍선 판매 중단 공지문.

 
헬륨 가격 급등은 한국뿐만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전역에서 900여개가 넘는 상점을 운영하는 파티용품 판매점 파티 시티(Party City)는 올해 들어 45개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미국 민영 CNN은 지난 10일(현지시각) "사업을 빠르게 키우던 파티 시티 45곳이 올해 들어 폐점한 건 이례적"이라며 "이는 평년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세계적인 헬륨 부족 현상의 전조"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헬륨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중동의 정치 상황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꼽는다. 헬륨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얻는데 미국에 이어 카타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헬륨을 생산한다. 문제는 카타르산 헬륨 수출길이 2017년 중동 외교 분쟁으로 막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통해 헬륨을 수출했다. 하지만 카타르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과 단교하면서 수출길이 좁아졌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은 헬륨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에 있어 헬륨 가스가 꼭 필요한데 중국이 반도체 생산을 늘리자 헬륨 수입량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이 찾아온 지난해 한국의 헬륨 수입량은 처음으로 2000t을 넘어섰다. <그래픽 참조> 결론적으로 중동에서 시작된 헬륨 가격 폭등이 미국을 지나 한국으로 찾아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세계최초 EUV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생산에 있어 꼭 필요하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세계최초 EUV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헬륨은 반도체 웨이퍼 생산에 있어 꼭 필요하다. [뉴시스]

 
헬륨 가격 상승 여파는 국내 산업계에도 찾아왔다. 항공우주 업계는 헬륨 가격 급등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헬륨 없이 항공기 엔진 시험 과정을 진행할 수 없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헬륨 가격 급등으로 인해 당장 엔진 생산에 있어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헬륨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급등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헬륨 가격 상승은 기업의 제조 공정도 바꾸고 있다. 세계적인 헬륨 생산은 정체된 반면 수요는 급등해서다. LG디스플레이는 일부 제조 공정에서 쓰이는 헬륨을 질소로 바꿨다. 헬륨의 공급이 제한적인 탓에 가격 상승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헬륨은 공급이 제한적인 측면이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질소를 대신 사용하고 있다"며 "헬륨이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일부 공정은 미리 물량을 예측해서 장기계약 공급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생산에 차질은 없다면서도, 헬륨 가격 상승을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본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에서 헬륨이 꼭 필요하지만,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이라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헬륨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에 영향이 없는 수준"이라며 "원자재 중 일부만 차지하기 때문에 가격상승을 주도할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스 업계에선 헬륨 가격이 단기간에 제자리를 찾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영식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세계적인 수요 증가에 따라 헬륨 수입 물량이 현저히 줄어 국내 가격이 2~3배 폭등하고 있다"며 "헬륨 부족 현상은 향후 2~3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기헌·윤상언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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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