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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대통령님! 대통령님!”

이가영 사회팀 기자

이가영 사회팀 기자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주세요.” “조두순 사건 재심해주세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이다. 청원을 제기하고, 동의한 이들의 마음에 공감한다. 내가 낸 세금이 좋은 곳에 쓰였으면 하고, 미래가 창창한 아이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범죄자가 처벌을 받길 원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사실 이런 문제들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다. 현행법상 재심은 형을 줄일 때만 가능하다. 12년형을 받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형을 내리기 위해 재심을 청구할 수는 없다. 국회의원 시급 역시 현행법상 입법부의 월급 조정은 입법부의 몫이다. 청원 내용대로 하려면 청와대가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무시해야 한다. 그렇기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역시 “분노가 크다고 해서 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답했을 것이다.
 
집회 취재를 가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보수 단체를 막론하고 마지막 구호는 “대통령이 해결하라”로 끝난다. 온라인 민심은 더 감정적이다. 배가 침몰했다는 뉴스에도,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는 기사에도 원인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댓글을 쉽게 발견한다.
 
순간 기우제가 생각났다. 삼국시대부터 왕이 비를 내려달라고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나라에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지변이 있는 것은 국왕이 덕이 없어 정치를 잘못한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선 태종은 “지금 하늘이 비를 주지 않는 것은 부덕한 내가 왕위에 있어서다. 왕위를 사양하고자 한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꾸준히 지적받아왔고, 해결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겠다”고 말했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 분산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그런데도 나라의 모든 일을 임금의 부덕 탓으로 돌리고, 억울하다는 백성의 신문고에 “저놈을 매우 쳐라”는 식으로 해결해주는 임금에 익숙해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이가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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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