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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읽기] 독립서점, 전통시장, 그리고 자본주의

장강명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

소설가로 일하다 보니까 가만히 있어도 독립서점 소식이 들려온다. ‘어느 서점이 어디로 옮긴다더라’는 정보에서부터 ‘어느 서점 사장님이 강연료 입금을 깜빡깜빡한다’ 같은 뒷얘기까지. 출판계 지인 중에 독립서점을 차린 이도 있고, 차렸다가 문을 닫은 이도 있다.
 
고백하자면 독립서점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 다소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봤더랬다. 망할까, 망하지 않을까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우려했던 게 있었다.
 
독립서점을 지탱하는 큰 힘이 도서정가제이고, 도서정가제 도입의 큰 명분 중 하나도 작은 서점 지원이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고객들은 책을 어느 이상으로 할인받을 수 없게 됐는데, 독립서점들은 과연 그만큼의 다른 가치를 사회에 내놓을 수 있을까? 단순히 영세 서점을 돕는 게 목적이라면 그냥 서점 주인들한테 지원금을 직접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런 의심이 있었다.
 
도서정가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양론이 있고, 최근 몇 년간 독립서점들이 거둔 성과도 금액으로 측정할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그래도 통계로 보나 체감하기로나 독립서점이라는 문화현상 자체는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많이 생겼고,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이들 독립서점이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이 하지 못했던 역할을 한다.
 
독립서점 앱 운영업체 퍼니플랜이 발표한 2018년 현황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5곳이 넘는 독립서점에서 독서모임을 운영 중인데 이는 전해보다 43% 늘어난 수치다. 북 토크나 워크숍·공연·낭독회를 실시하는 독립서점도 14~32% 가량 늘었다.
 
이것이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의 고객들이 놓친 소비자 이익만큼의 가치에 해당하는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방향은 분명 옳다고 본다. 이런 소규모 공동체 활동은 단순히 책을 사서 읽는 것과 다른 정서적 만족감과 유대감을 제공하고, 지역사회를 보다 풍요롭고 건강하게 한다. 나는 요즘 독립서점들을 ‘잘 될까’가 아니라 ‘잘 됐으면’ 하는 눈으로 본다.
 
내가 몇 년째 줄곧 ‘이건 아닌 거 같은데’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정부 사업이 있다. 특히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에 그런 마음이 커진다.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이다. 올해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기에 들이는 돈은 5370억 원이다. 그 중 시설 현대화와 주차장 확대에 2660억 원이 쓰인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같은 사업에 수천억 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이렇게 시설을 개선하고 주차장을 늘리면 대형마트에 가던 사람이 전통시장을 찾게 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공사 뒤에도 여전히 마트가 더 편하고 믿음직스러울 것 같은데 말이다.
 
지난 설을 앞두고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은 4500억 원어치다. 이중 정부 보조금이 450억 원에 해당한다. 이 상품권으로 ‘깡’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차라리 그냥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정부 보조금을 직접 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인 것 아닐까.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들을 돕지 말라는 게 아니다. 대형마트는 할 수 없는 전통시장만의 사회적 역할을 찾아내 거기에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소매시장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한 장소에서 만나고 관계를 맺게 해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제활동의 장소 이상이므로.
 
자본주의는 엄청나게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이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그 효율성이다. 이 놀라운 효율성은 역동적인 생산과 주어진 한계 안에서 최대 만족을 보장하는 소비로 이어진다. 이를 부정하는 사회는 뒤처지다 마침내 무너진다.
 
반면 자본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효율성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삶에서 효율성 외에도 인권·윤리·사랑·우정·진실·아름다움·교양·공동체 의식 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그 가치들은 서로 긴장 관계에 있고, 가끔은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한다. 효율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현대인은 누구나 자본주의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는다. 내 입장은 자본주의가 대단히 훌륭한 도구이나,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의 다른 가치들을 위해 때때로 비효율을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비효율을 선택할 때에는 그 결정이 어떤 다른 가치를 지키거나 키울 수 있는지 분명히 확인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그저 효율성이 비인간적이라고 거기에 반대한다며 비효율을 선택한다면 그 얼마나 어리석은가.
 
장강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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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