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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오세훈 “한국당 장외투쟁, 이회창 때처럼 연중 계속될 것”

장외로 도는 한국당 아웃복싱 … 언제까지 왜?
8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의 미래’ 토크 콘서트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문 정부의 핵심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8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의 미래’ 토크 콘서트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문 정부의 핵심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정치가 꽉 막혀 꼼짝달싹 못 하는 틀에 갇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로 국회에 망치와 빠루가 등장하더니 여당은 검찰로, 야당은 거리로 달려나갔다.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그냥 실종 국회다. 자유한국당은 주말마다 이어가던 광화문 규탄집회마저 멈춰 세웠다. 대신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국을 돌며 동시 다발적으로 문재인 정권을 두들겨 팬다. 온 나라가 전쟁터다. 길을 잃은 정치는 언제쯤 정치 있는 정치판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 몰락 경험한 문 정권
철저하게 지지층 요구대로 움직여
야당에 국회복귀 명분 안 줄 테고
단독회담 거부 땐 황교안 선택 없어”

문재인 정부 2년을 바로 앞둔 지난 8일 한국당엔 포성이 요란했다. 전·현직 대표 등 차기 대권을 꿈꾸는 주자들이 여기저기서 문 대통령을 향해 일제히 포문을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좌파독재 타도’(황교안 대표), ‘문재인 정권 불복종 운동’(홍준표 전 대표), ‘대통령의 현실 인식 제정신 아냐’(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격한 비난과 공격이 온종일 쉴 틈 없이 이어졌다. 대선 레이스가 몇 년 앞당겨진 모습이었다.
 
황교안 대표는 거제 등 경남 지역을 훑고 다니며 “국회 투쟁만으론 문재인 정권의 좌파 독재, 폭정을 막아낼 수 없다”고 PK 민심에 호소했다. 전국 각지를 도는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의 일환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원주 상지대에서 1년 만의 대학 특강에 나섰다. “실패한 좌파 경제정책으로 거리에 실업자가 넘치고 경제는 폭망했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같은 시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 건국대에서 ‘문재인 정권 2년 평가 및 대한민국 미래’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지난 2년간 문 대통령 말과는 정반대의 일들이 벌어졌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던 취임사를 실감한다”고 퍼부었다. 이어 “무도한 정권과 대화로 풀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싸워 이기자”고 외쳤다.
 
행사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 당에 다양한 스피커가 있어야 하는데 오 전 시장이 힘 있는 스피커가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요란한 박수가 뒤따랐다. ‘문재인발 고난의 행군이 한국경제를 자살로 몰아간다’(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듣는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한다’(박형준 동아대 교수), ‘문 대통령 퇴임 후 구속될 수도 있다’(진성호 전 의원)는 등의 독한 말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장외를 돌며 화력을 높이는 한국당의 아웃복싱은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을 두고 시작됐다. 하지만 사실은 총선 전쟁이다. 내년 4월 총선 무렵 극대화된 에너지를 만들려면 어차피 지금쯤 정치적 동원력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은 핵심 불쏘시개다. 마침 문 정권은 ‘꺾어진다’는 집권 3년차를 맞았다. 말 한마디에 나는 새가 떨어지는 막강 파워는 시들고, 환호가 슬금슬금 잦아드는 시점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이 ‘3년차 증후군’으로 호된 시련을 겼었다. 인사와 정책 실패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권력형 스캔들에 대형 사고가 겹쳐 권력 누수를 불렀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모아졌던 기대감은 흩어지고 지지율이 흔들리는 건 공식처럼 일반화됐다. 3년차를 여는 지지율은 대략 30~40%대를 맴도는 수준에 그쳤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의 저주‘라고 표현했다.
 
그런 만큼 3년차 이후 선거에선 늘 여당이 고전했다. 1987년 이후 3년차를 지나 실시된 네 번의 지방선거는 모두 여당 패배였다. 다섯 번의 총선에서 여당 과반 의석은 이명박 정부의 2012년 총선이 유일했다. 대체로 대통령 지지율 40%가 기준선으로 제시된다. 50%를 넘으면 청와대의 강한 드라이브에 야당이 어떨 수 없이 끌려가는 상황이 연출 된다. 하지만 40%대로 떨어지면 야당 저항에 힘이 붙고 여야 간 충돌이 거칠어진다.
 
30%대로 더 추락하면 여당마저 청와대 말을 안 듣기 시작하는데 이거야말로 지금 야당이 노리는 공격 목표다. 문제는 장외 투쟁이 양날의 칼이란 점이다. 정권에 맞서는 무기여서 야권 지지층을 결집하지만 피로감으로 여론 지지를 잃는 순간 당은 내분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국당의 장외 투쟁은 어떨까. 지난 2월 전당대회서 황교안 대표에게 패한 뒤 침묵 모드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물었다.
 
한국당의 장외 투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1999년 한나라당처럼 1년 내내 이어질 것 같다. 야당이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이 반대하는 정책도 미래를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문 정권은 철저하게 지지층 요구만 따르고 있다. 노무현 정부처럼 속절없는 지지층 이반은 없을 거다. 황 대표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국회로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 않나.
“우리 당은 당장 들어갈 명분이 없고, 명분을 줄 정권도 아니다. 게다가 화가 많이 난 보수 지지층은 강경 투쟁에 박수를 친다. 속도조절론, 강약조절론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다만 한 여름 장외 투쟁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일단 다음 달 말 정도까지 장외 정치가 계속될 거다.”
 
문 대통령의 3년 차 국정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선 때 지지층 외에 문 대통령이 새로 끌어모은 중도 그룹이 대부분 이탈한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다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 지형은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초유의 탄핵 사태를 겪은 만큼 정권 초만 해도 사실상 궤멸상태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황교안 대표가 차기 대선 지지율 1, 2위를 다툰다. 한국당은 문 정권의 내리막길 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게 우선이다.
 
김대중 정부의 집권 3년차를 닮았다. 이회창 당시 총재가 이끄는 한나라당은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장외투쟁을 일상화했다. 안기부 정치사찰, 정부조직법 강행 처리, 언론대책 문건 등에 반발해 1년 내내 대구와 부산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이어갔다. 거리로 나간 황교안 대표 역시 존재감이 커졌고, 한국당은 지지율 상승세다. 국회로 돌아가자면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이나 약속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대통령과의 1 대 1 회담 자체가 불투명하다.
 
황 대표에게 중요한 건 국회 복귀보다 장외투쟁 이후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우리 편 결집을 넘어 중도층이 가세해야 한다. 이회창 총재는 김윤환·이기택 등 당내 계파 보스들을 대거 쫓아내는 파격적인 물갈이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 여론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진 정치인을 몰아내는 건 지지층을 결집하는 ‘문재인 심판’ 구호와는 다르다. 당내 분란과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최근 『보수의 재구성』이란 책을 펴낸 박형준 교수에게 물었다.
 
보수의 활로는 뭐라고 보나.
“투쟁으로 결집하고 통합으로 확장하는 길뿐이다.”
 
통합이 가능할까.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하면 이기고 못 하면 지는 거다. 결국 황교안 대표의 의지와 리더십 문제일 텐데 반반이라고 본다.”
 
황 대표는 이회창식 물갈이 공천을 할 수 있을까.
“한국당은 2008년부터 3차례의 엉망 공천으로 몰락했고, 그게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 2000년 총선 공천은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힘 있는 중진들이 많았던 탓에 당내 후유증이 컸다. 지금은 중진 의원들의 힘이 약하고 지지층이 결집하는 중이다. 객관적 조건 만큼은 황 대표가 어느 때보다 칼을 휘두르기 좋은 조건이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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