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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비전 포럼] 일본은 중요한 안보 파트너…양국 관계 급성질환 치유해야

위기의 한·일관계 연속 진단 <3>
홍규덕 교수

홍규덕 교수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발제문
중국의 팽창과 군사력 증강으로 동북아 안보 환경이 변하고 있는 속에서 한·미·일의 안보협력과 한·일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 기조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억제하고 지금의 미·중 격차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 혼자서 할 수 없다. 현재 미·일 동맹이 확대되고 있다.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가령 미국은 F-35 설계 기밀을 일본에 주겠다고 파격 제안했다. 반면 우리에겐 AESA 레이더 기술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은 유엔사 관리, 특히 후방사 문제 하나를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군에 전시대비 비축탄(WARSA)이 있지만 일주일 이상 버티기 어렵다. 그렇다고 탄약을 더 많이 비축하는 것도 문제다. 북한이 방사포로 공격하면 피해가 주변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탄을 많이 배치할 수가 없다. 유일한 방법은 일본의 사세보 기지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형태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쟁지속능력이 타격을 받게 돼 있다.
 
한·일 안보협력은 정치적 갈등으로부터의 보호막이 있었는데 최근의 초계기 사건 때문에 그 보호막이 깨어진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2월 말 일본에서 열린 한·일 안보전략대화에 참석해 전직 방위상을 비롯, 방위성·자위대 관계자 등과 많은 논의를 했다. 실제로 우리가 사격통제용 추적레이더(STIR)를 켰던 운전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만큼은 확실한데 일본 측에선 사건 당일 발생한 상황에 대해 근원적인 불신을 갖고 있었다. 잘잘못을 가리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접근을 달리하여 향후 재발 방지에 목표를 두자는 데 의견일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만약 일본이 더 가까이 오면 엄중히 대처한다는 작전지침을 내린 게 있는 데 이를 철회하라는 것이다. 그래야지 (안보협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대응할지 국방부나 합참이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있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초계기 사건이 한·일 안보협력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비추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유튜브 국방부]

지난해 12월 발생한 초계기 사건이 한·일 안보협력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며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비추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유튜브 국방부]

“한·일 관계 복원은 양자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 협력의 차원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꽉 막힌 한·일 관계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한일 비전 포럼’ 3차 회의에서 내린 결론이다. 지난 7일 열린 3차 회의에서는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한·일 관계’를 주제로 발표한 뒤 한·일 안보협력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그동안 한·일 양국이 보이지 않게 안보협력 면에서 진전을 이뤄왔는데 그 기반이 되는 신뢰가 무너진 게 뼈아프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쌓이고 쌓인 결과다. 2월 말 일본에서 열린 한·일 안보전략대화에서 들어보니 일본 측이 한국을 불신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에 지난해 10월 제주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 일본은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게양 문제로 불참했는데 1998년과 2008년 관함식에는 욱일기를 달고 참가했다. 우리는 이를 간단하게 보지만 일본은 20년이 지난 뒤에 거꾸로 돌아간 데 대해 불만이 있다. 초계기 저공비행과 레이저 조사 사건은 원래는 방위성 수준에서 그치려고 했는데 총리 관저에서 문제를 좀 더 키우고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한 듯한 내막도 있는 듯하다.
 
2016년 힘겹게 체결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느냐 마느냐 하는 단계에 왔다. (한·일 안보 협력이) 제대로 됐더라면 양국 간에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협의할 단계일 텐데 지금 이에 대해서는 서로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란 게 아쉽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2016년 정부가 GSOMI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우리가 러시아를 비롯해 24개국과 GSOMIA를 체결 중인 사실을 우리 국민은 잘 모른다. 북한과 가까운 러시아와도 GSOMIA를 체결했는데 유독 일본과는 안 된다는 주장이 퍼지게 된 이유다. GSOMIA는 상대방으로부터 제공받은 군사정보를 제3자나 제3국에 알려주지 말라는 것이지 무슨 비밀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이것을 하면 엄청난 비밀이 오가는 걸로 오해가 생겨났다. 실제로 일본이 가진 대북 감청정보나 영상정보 중에서 좋은 것이 많다. GSOMIA 체결 이후 우리가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정보를 일본으로부터 받은 사례도 몇 건 있다고 들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북한은 유사시 일본에서 넘어오는 물자를 봉쇄하기 위해 로미오급 등 소형 잠수함을 이용해 기뢰를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운용하는 잠수함은 70여 척에 이른다. 이를 막기 위해선 대잠수함 정보와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掃海) 능력이 필수인데 우리는 많이 떨어진다. 유사시에 대비하려면 일본과 협력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안 돼 있다. GSOMIA는 내년 9월에 우리가 반대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연장된다. 그런데 현 정부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오늘날 군과 합참을 보면 반드시 일본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할 만한 장성이나 전문가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한·일 안보협력과 관련해 유엔사령부 후방기지에 해당하는 주일 미군기지 7곳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한반도 유사시 보급을 책임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기지들이다.
 
국방부는 해경 촬영 영상을 공개하며 일본 초계기가 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것이라고 맞섰다. [사진 유튜브 국방부]

국방부는 해경 촬영 영상을 공개하며 일본 초계기가 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것이라고 맞섰다. [사진 유튜브 국방부]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실제로 일본에 있는 후방기지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유사시 주일 기지의 역할과 대비 태세에) 깜짝 놀란다. 일본이 우리에게 안보적 의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상당히 많은 국민이 한·일 안보협력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걱정하는 데 그 바탕에는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 남북 관계와 한·중 관계가 안 좋아진다는 염려가 깔려 있다. 국민들 입장에선 정말 미국에 편승해야만 안전이 확보되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더 커지기 전에 헷징(hedging·위험회피)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에도 일종의 보험을 들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 안에서도 일본식 신냉전체제를 이용해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일본형 군산복합체, 중도우파를 포함한 우파 언론, 심지어 좌익 내에도 있다. 누가 봐도 긍정적이지 않은 부분인데 상호 소통이 필요하다. 동북아의 군비 경쟁이 지나치다. 한국의 국방비가 조만간 러시아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이를 억제할 만한 공동의 평화기제에 대해 현재 아무런 방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연 한·일 갈등의 원인이 역사문제나 민족주의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동참하지 않는 데서 오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중국의 부상만 보지 말고 남북 관계의 변화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미·일 관계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한·일 관계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슈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 일단 급성질환에 걸린 한·일 관계를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지난한 과제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가야 한다. 
 
◆한일 비전 포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기 위해 전직 외교관 및 경제계·학계·언론계의 전문가 16명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정리=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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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