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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저성장·중산층 붕괴…이대로 가면 동남아에도 밀린다

지난 4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의 포르쉐 전시관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인 벤츠의 경우 한국 판매량이 중국-미국-독일-영국에 이어 5위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4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의 포르쉐 전시관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인 벤츠의 경우 한국 판매량이 중국-미국-독일-영국에 이어 5위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제공]

[2050년의 경고] 국회미래연구원·중앙일보 공동기획
⑪ 경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요. 베트남ㆍ말레이시아보다 우리가 더 잘 살던…. 요즘 우리 친구들은 중국ㆍ동남아로 일하러 갑니다. 뭐, 돈 잘 버는 특별한 일은 아니고요, 식당 아르바이트나 마사지사, 건설현장 노동자 같은 자리에요. 현지인들이 꺼리는. 요즘엔 국내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도 마땅히 일할 자리를 찾기 어려워요. 아버지 세대엔 동남아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려고 한국으로 몰려왔다지요. 그땐 제가 어릴 때라 잘 몰랐어요. 막연히, 그 시절 내가 처음 썼던 우리 스마트폰이 베트남에서 만들어졌다는 자랑스런 얘기만 들었어요. 지금 한국이 어떻기에 그러냐고요? 뭐, 딱히 굶어 죽을 세상은 아니에요. 거리엔‘슈퍼리치족’들이 타고 다니는 최고급 스포츠카가 즐비하고요, 나라에서 돈을 나눠주기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도 힘들지만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어요. 제 꿈이 뭐냐고요? 글쎄요…. 꿈이야, 우리 같은 사람이 꾸는 건 아니지 않나요. 이렇게 살면 되지, 뭐 아옹다옹 힘들게 살아가나요.’  
 
2050년 극소수로 부가 집중된 한국사회 
 
국회미래연구원과 중앙일보의 공동기획‘2050년에서 온 경고’의 경제부분 예측은 그간 농담삼아 했던 얘기들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한국경제의 단면은 소득수준의 정체, 중산층의 붕괴, 극소수로의 부(富)의 집중으로 요약된다. 물론, 2050년 한국경제가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의 문제점과 상황이 고쳐지지 않고 지속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다.  
 
숫자만 보면 30년 뒤 한국 경제도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018년 3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2030~33년 4만7000 달러에 진입하고 2050년엔 5만7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률 전망치에 근거한 단순 계산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빠른 속도로 식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1~2030년 사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6%이지만, 2031~40년엔 2% 아래로 떨어진 1.7%, 2041~50년엔 1.3%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이런 전망치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2018년 기준 0.98명)에 따른 인구감소의 가속화와 제도개혁의 지체,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을 막는 장벽 등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에 대한 미래전망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며“이런 요인까지 고려하면 2050년의 한국경제 상황은 현시점에서의 예상보다 훨씬 암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나눠주는 돈 있어야 생계 유지
 
시장소득을 바탕으로 한 지니계수(소득 불평등도)는 해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시장소득이란 정부의 재분배정책 이전의 경제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말한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인 지금까지는 지식노동이나 숙련노동을 제공하는 계층이 중산층을 폭넓게 형성하고 있지만, 2050년에는 세계 상위 1% 부자를 뜻하는 슈퍼 리치(super-rich)로 소득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산층에서 탈락한 사람 중 상당수는 실업상태 또는 저임금 노동 계층으로 흡수돼, 한국사회의 성장동력이자 내수를 지탱하던 허리가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에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도 소득 양극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소득이 아닌 가처분소득으로 측정한 소득불평등도는 일부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가 나눠주는 이전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계층이 급증한 탓이다. 경제 규모 면에서는 한국은 2016년 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었으나, 2030년 15위로 내려앉은 뒤 2050년에 이르면 18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가 되면 중국과 인도ㆍ미국이 나란히 세계 1ㆍ2ㆍ3위를 차지하고, 인도네시아와 멕시코ㆍ터키ㆍ나이지리아 등도 한국을 앞서게 된다. 성장률 관점에서 보면 베트남ㆍ인도ㆍ방글라데시가 연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50년까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1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2019 취업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표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13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서울시 주최로 열린 2019 취업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표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규제장벽 해소하고, 관치 시스템 탈피해야
 
한국 사회가 선호하는 이상적 미래는 뭘까. 연구팀이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소득 성장이 지속하고 소득 격차도 완화되는 혁신형 경제’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였다.
연구에 참여한 최창욱 다빈치알앤씨 연구본부장은 “혁신형 경제란 기술진보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제때 해소해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루며 나가는 경제를 말한다”며“독일이나 네덜란드ㆍ스웨덴ㆍ핀란드가 비슷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정책대안으로 ▶빅데이터와 생명공학 등에 대한 지나친 규제 등 4차 산업혁명을 가로 막는 규제 장벽을 해소로 경제의 생산성과 역동성을 회복해야 하고, ▶정부의 역할이 기존의 관치에 의한 자원배분 시스템을 탈피해서, 새로운 인적 자원 교육 시스템 개발,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 유지, 사회적 갈등의 중재 등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조세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올려, 현재의 취약계층만 아니라, 지금까지 중산층으로 분류돼온 지식ㆍ숙련 노동자까지 포함한 보편적 복지 시스템으로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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