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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숨길까…유착 논란 경찰발전위, 서울 31곳 경찰서 모두 비공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클럽 '버닝썬' 입구 모습. [뉴시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클럽 '버닝썬' 입구 모습. [뉴시스]

서울지역 경찰서 내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가 여전히 ‘깜깜이’로 운영되고 있다. 경발위는 지역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경찰 치안 행정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협력단체다.
 
하지만 유착 고리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실제 지난 2월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 초기 클럽의 지분을 보유한 특정 인사가 서울 강남경찰서 경발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커졌다. 
 
이후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에 경발위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를 확인한 결과, 경발위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었다. 
 
버닝썬 연루 강남서, 여전히 공개 거부
지난달 11일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 위원의 성(姓)을 제외한 직업, 직위 등을 파악할 수 없다. [자료 서울 수서경찰서]

지난달 11일 수서경찰서가 공개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 위원의 성(姓)을 제외한 직업, 직위 등을 파악할 수 없다. [자료 서울 수서경찰서]

중앙일보는 정부 정보공개 사이트(open.go.kr)를 통해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에 경발위원의 명단(이름·직업·직위 등 포함)과 최근 1년 사이 위원 변동 사항을 요청했다. 클럽 버닝썬으로 문제가 된 강남서를 비롯해 서부·중부·서초 등 4곳의 경찰서는 처음에 공개를 일절 거부했다. 4곳(양천·방배·강동·수서서)은 직업이나 직위를 뺀 '이OO' 등 성씨만 일부 공개했다.

 
이외 23곳도 익명 처리한 이름에 ‘의료인’ ‘개인사업’ 등 재직 중인 업체명을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서울시내 전 경찰서가 경발위원이 누구인지 구체적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정보공개 청구 이후 서울지방경찰청이 일선 경찰서에 일부 내용 공개를 권고했지만 받아들인 곳은 서부·중부·서초서 뿐이었다. 하지만 이 3곳도 위원의 이름이나 직업·직위를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의 자료만 공개했다. 공개를 아예 거부한 강남서 관계자는 “명단에 개인정보가 담겨 공개가 어렵다고 결정했다”며 “공개결정 여부는 개별 경찰서가 내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청 관계자는 “버닝썬 사건이 터지고 몇몇 국회의원이 명단을 요구했지만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어렵다고 했다”며 “실명까지 포함된 명단을 공개해 위원이 피해를 보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위원의 사진과 실명, 직책이 표기된 부산진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왼쪽)과 직업과 사업장, 직책이 구체적으로 적힌 용인동부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 모두 경찰서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부산진경찰서ㆍ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위원의 사진과 실명, 직책이 표기된 부산진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왼쪽)과 직업과 사업장, 직책이 구체적으로 적힌 용인동부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 모두 경찰서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부산진경찰서ㆍ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하지만 해명과 달리 서울 이외 지역 경찰서 중엔 위원의 실명은 물론 직장명, 직위, 조직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곳이 있다. 부산진경찰서와 경기 용인동부경찰서가 대표적이다.
 
경발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공개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관련 규정상 공개·비공개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주민과 경찰의 협력이라는 취지대로만 운영된다면 위원이 누구인지 숨길 이유가 없다”면서 “유착 의심을 끊기 위해서라도 보다 대표성 있는 이들을 임명해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정과 다르게 위원회가 운영되기도 한다. 현행 경찰청 예규는 경발위원 수를 10~30명으로 정해놨다. 하지만 3월 기준 금천서(35명), 광진서(32명), 강동서(33명)엔 30명이 넘는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현장에선 ‘나도 위원으로 활동하게 해달라’는 민원을 매몰차게 뿌리치지 못하는 지역만의 사정이 있다”고 털어놨다.
 
"유력자 모임 변질"…사업가, 기업 임직원 태반
제복을 입은 경찰관과 경찰마크 [중앙포토]

제복을 입은 경찰관과 경찰마크 [중앙포토]

사업가·의료인 등 지역 유지로 구성된 경발위의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 예규는 경발위원의 자격을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대표 등 지역 주민의 대표가 되는 관할 지역사회의 지도층 인사(공직선거 후보자 및 관계자, 정당원, 유흥업소 운영자, 종사자 등 제외)’로 규정한다.  

 
직업군이 공개된 서울지역 경발위 위원 579명 가운데 사업가는 242명(41.8%)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기업임직원(118명, 20.4%), 의료인(107명, 18.5%)이 뒤를 이었다. 예규에 위원 자격의 예로 꼽힌 교육자, 변호사, 시민단체 소속 위원은 전체의 8.1%에 불과했다. 경발위가 사실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 중심의 사교 모임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월29일 송파경찰서와 강서경찰서가 공개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 송파서는 24명 가운데 18명의 위원이 기업임직원으로, 강서서는 26명 가운데 22명이 개인사업가로 나타났다. [자료 서울 송파경찰서, 강서경찰서]

지난 3월29일 송파경찰서와 강서경찰서가 공개한 경찰발전위원회 명단. 송파서는 24명 가운데 18명의 위원이 기업임직원으로, 강서서는 26명 가운데 22명이 개인사업가로 나타났다. [자료 서울 송파경찰서, 강서경찰서]

 
이 교수는 “위원회에 소위 '사장님' 같은 유력 인사만 참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유착 창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수인종이나 빈민층 대표를 위원으로 위촉하는 미국처럼 우리도 치안 사각지대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대표할 이들로 위원 구성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실무 단계에서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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