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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새끼 미사일이라 괜찮다고?

    남정호 논설위원

남정호 논설위원

발트해 연안에는 본토와는 뚝 떨어진 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인, 외딴 섬 같은 러시아의 초미니 영토가 있다. 러시아 46개 주(州) 중 가장 작은 '칼리닌그라드'다. 2017년 12월 푸틴 정권은 강원도만 한 이곳에 첨단무기를 전진 배치했다. 폴란드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들여와 러시아를 위태롭게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자 폴란드·리투아니아는 물론, 독일·체코·스웨덴 등 주변 나라에서도 난리가 났다. 각 정부가 성명을 내고 언론들이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사거리 500Km에 달하는 이 첨단무기가 베를린·스톡홀름 등 이들 국가의 주요 도시를 때릴 수 있는 탓이다. "우리뿐 아니라 유럽의 절반이 위험해졌다"는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의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문제가 된 러시아의 첨단무기는 무엇일까. 바로 지난 4일과 9일 북한이 쏜 것으로 여겨지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다. 이스칸데르는 1987년 미국과 소련 간에 사거리 500~5,500Km의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기로 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체결되자 여기에 맞춰 개발된 첨단무기다. 특징은 사거리 500km 이내의 단거리 미사일이면서도 핵탄두를 실을 수 있다는 거다. 또 발사 후엔 저공 비행해 서방의 미사일 요격시스템으로도 막지 못한다. 게다가 항법장치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이라 수백km 떨어진 목표도 오차범위 5m 내에서 정확히 맞힌다. 이런 가공할 위력 때문에 이스칸데르는 그저 그런 단거리 미사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많은 군사전문가는 유럽의 안보 균형을 좌우할 '게임체인저'로 본다. 
이런 미사일이 유럽 한복판에 놓이게 됐으니 서방에서 큰 우려를 나타내는 게 당연했다.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폴란드 접경에 이스칸데르를 배치하는 건 유럽의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린 어떤가. 북한이 쏜 게 이스칸데르 같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당국은 이를 확인해 주기는커녕 발사체가 미사일이라는 사실조차 애써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봐도 틀림없는 미사일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첫 발사 후 열흘이 되도록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두 번째 발사 당일인 9일 "보다 작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못 박았는데도 말이다. 군사전문가라는 친여 성향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심지어 "단거리 미사일이지만 고양이만 한 새끼 호랑이 가지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고 그 중요성을 깎아내렸다. 북한의 위협을 어떻게든 덮으려는 의지가 가여울 정도다.  
 북한은 그간 개발해 온 핵무기와 미사일은 동족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1월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회담에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우겼다. 지난해까지 북한은 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힘썼던 탓에 이런 거짓에 혹한 남쪽 인사도 꽤 있다.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현 정부도 이런 시각에 젖어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핵폭탄 하나, 미사일 하나 안 없앤 북한을 돕지 못해 안달을 낼 리 없다. 하지만 보라. 일본에도 못 닿을 사거리 500Km 미만의 최첨단 미사일은 대체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말이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의 원칙'이란 게 있다. 1919년 미국 최고의 법사상가라는 올리버 홈스 대법관이 판결을 통해 확립한 것으로 "분명한 위험 앞에선 헌법 1조에서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그만큼 한 나라에 닥친 분명한 위험은 중히 다뤄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이 이스칸데르를 쐈다면 이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정부가 외면하려 한다면 이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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