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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청와대의 정책 잘못 ‘관료 탓’, 본말전도 아닌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근 당·정·청 민생 현안 회의 시작 전 나눈 비공식 대화는 여당과 청와대의 관료사회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올해 초 국토교통부의 버스 사태를 예로 들면서 “관료들이 말을 덜 듣는다”“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4주년 같다”며 정부 관료들을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관료들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김 실장이 언급한 버스 사태는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채 밀어붙인 게 직접적 원인이다. 정부 정책으로 초래된 사태인데도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한 격이다. 본말전도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지난 2년간 대통령 공약을 지킨다며 전격 시행한 탈원전·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제 등 갖가지 혁신 정책과 그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 모두를 공무원들 책임으로 돌릴 것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로 적절치 못한 인식이었다.
 
일단 대통령 정책실장이 관료사회의 분위기를 집권 4년 차의 후반기 같다고 언급할 정도라면 현장 상황은 간단치 않을 것이다. 이 같은 관료들의 복지부동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과거 정부에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성실하게 정책을 수행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정권이 바뀌자 일일이 ‘적폐’로 규정한 게 누군가. 집권 2년이 넘어가도록 담당 공무원들을 줄줄이 단죄하는 주체는 또 어딘가. 요새 공무원들은 현 정권에 충성하면 다음 정권에서 형사처벌받기 십상이라는 걱정을 안고 산다고 한다. 오죽하면 “열심히 일하면 직권남용, 안 하면 직무유기로 처벌받을 것”이라는 말까지 시중에 돌까.
 
정부 정책과 공무원 개인 소신 간의 괴리는 복지부동의 원인 중 하나다.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의 효용성에 대해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극명하게 갈린다. 소주성 정책이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관료의 신념에 어긋날 경우 정책 집행의 추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을 내각이 아닌 청와대 참모들이 나서 밀어붙이는 ‘청와대 정부’의 행태로는 공직사회의 창발성과 적극적 자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의 일관성·연속성 부재도 큰 문제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녹색성장은 진보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계승하기 딱 좋은 이슈였지만 이를 친환경 정책으로 이어가려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전문적 능력보다 내 편이면 된다는 식의 공직 인사의 그릇된 패턴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인선에서 보듯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에 집착하면 능력 있는 관료들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숨통을 조이는 규제 혁파를 위해선 관료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나의 정책이 입법을 거쳐 성과가 나오는 데 3년이나 걸린다는 보고서도 있다. 관료들이 규제와 철밥통을 움켜쥔 채 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 이 정부 말까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국가적 경쟁에서 한없이 도태되고 말 것이다. 공무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시급하다. 선진국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해 줘야 한다. 또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허울뿐이 아니라 실제로 착근할 수 있게 권력의 줄세우기 문화도 쇄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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