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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박형식 “모르는 게 있으면 끝까지 파야죠”

영화 ‘배심원들’에서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을 맡게 된 배심원들. 왼쪽 두 번째가 주인공인 청년사업가 남우(박형식)다. 해맑고 엉뚱하지만, 한번 맡은 일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 ‘배심원들’에서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을 맡게 된 배심원들. 왼쪽 두 번째가 주인공인 청년사업가 남우(박형식)다. 해맑고 엉뚱하지만, 한번 맡은 일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잘 모르겠어요. 다들 정말로 확신할 수 있어요?”
 
살인사건을 다루게 된 배심원 중 한 청년이 평결을 못 하겠다며 버틴다. 나머지 배심원들이 결정을 재촉하자 “싫다”며 맞선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은 200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삼았다. 주인공 남우는 바로 그 첫 재판에 불려온 배심원이자, 열혈 청년사업가다. 매사에 솔직하고 포기할 줄 모르는 그는 모두가 유죄라고 여기는 사건을 예측불허로 몰아간다.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들에겐 좀 눈치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남우는 일단 뭔가 하면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에요. 법에 대해 잘 모르는데, 누굴 심판하라니까 쉽게 유무죄를 결정 못 하죠. 저는 오히려 남우가 자기 선택에 책임감이 있는 거라고 느꼈어요.”
 
남우 역할로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은 배우 박형식(28)의 말이다. 드라마 ‘상속자들’ ‘힘쎈여자 도봉순’ 등과 뮤지컬까지, 아이돌 출신임에도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그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재판장 역할의 문소리 등 베테랑 배우들 틈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한 꺼풀 벗은 듯한 연기랄까.
 
아이돌 출신 배우 박형식. 다음 달 입대한다. [사진 매니지먼트UAA]

아이돌 출신 배우 박형식. 다음 달 입대한다. [사진 매니지먼트UAA]

실제 성격도 남우와 닮았다고.
“궁금한 것은 못 참고, 한번 하면 끝을 본다. 몰라서 묻는 게 창피하지 않다. 다른 배심원들은 남우를 바보 취급하는데, 전 좋았다. 잘 모르면 오히려 다수결이 맞나보다, 하고 따를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든 버티며 진상을 알려고 애쓰는 용기가 대단했다.”
 
첫 촬영은 순탄치 않았던데.
“예고편에도 나오는 ‘우리나라에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 처음 알았는데요’하는 대사를 무려 스물일곱 테이크 찍었다. 감독님이 저를 눈여겨 보신 ‘진짜 사나이’ 이후 시간이 흘렀잖나. 캐릭터 연구한다면서 제가 공격적으로 다가가니까 생각과 다른 모습에 당황하시더라. 남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설정이니까, 준비하지 말라면서. 나름 마음을 먹고 갔는데도 첫 촬영 때 멘탈이 나갔다. 옆에 있던 문소리 누나가 자기도 데뷔작(‘박하사탕’) 때 이창동 감독님이 30~40 테이크를 가셨다고, 100 테이크 가도 괜찮으니 편하게 연기하라고 토닥여주셔서 힘이 많이 됐다.”
 
이번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홍승완 감독이 그를 발견한 건 6년 전 군대체험 예능 ‘진짜 사나이’를 통해서.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하나씩 배워가는 모습이 남우와 비슷했대요.”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어리바리한 ‘아기 병사’로 출발해 뭉클한 성장을 보여줘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여러 유사 재판을 참고해 직접 각본을 쓴 감독은 “박형식에게서 남우 같은 순수함을 봤다”면서 “표정이 맑기 때문에 굉장히 엉뚱한 소리를 해도 묘하게 설득력이 생기는 힘이 있다”고 했다.
 
첫 촬영 때도 꾸밈없는 이런 본모습을 끌어내려 했을 터. “근데 제가 지난해 ‘슈츠’라는 법정 드라마에선 법전 몇 조 몇 항 다 외는 천재 변호사였잖아요.” 박형식이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 판사님이 법률용어를 말하는데 무슨 얘기인지 들리는 거예요. 아, 이걸 모른 척하는 게 힘들구나. 그래서 감독님이 공부하지 말라고 했구나, 싶었죠.”
 
영화는 법정을 무대로 한 소극장 공연 같다. 자칫 무거울 법한 소재를 배우들의 호흡으로 경쾌하게 밀고 당긴다. 주부, 무명배우, 대기업 비서실장 등 나이도 처지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배심원이 되어 좌충우돌 합심하며 죄를 심판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간다. 여기에 원칙주의자인 재판장(문소리)이 가세한다.
 
또 누군가의 대사처럼 “말이 좋아 배심원이지, 그냥 일반인들이 엉뚱한 판결로 그림 완전히 망칠까 봐” 노심초사하는 극 중 사법부도 풍자적으로 그려진다. 우리네 사회상을 옮겨 놓은 듯한 천태만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박형식은 “다른 배심원들 에너지가 장난 아니었다”며 “맨 처음엔 바라만 보다가 어느 순간 저도 너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관객 앞에서 우리끼리 만담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그를 두고 문소리는 제작보고회에서 “처음 볼 때 정말 특별한 화사함이 있었다”며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좀 비현실적인 저 맑은 아름다움이 우리 영화에서 튀지 않을까 했는데 촬영하며 어느새 권남우가 돼 있더라”고 했다.
 
9년 전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한 그는 지금껏 연기력 논란이 없었던 이유를 소탈하게 답했다. “제가 아이돌 시절엔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잘 모르셨을 것”이라며 “7년 전 드라마 ‘바보엄마’나 완전 단역으로 시작했을 때는 발연기도 많이 하고 현장에서 얼굴 빨개질 만큼 혼난 적도 많았다. 그땐 대중들이 관심이 없다가 다행히 어느 정도 연기를 할 때쯤 알아봐 주시기 시작했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다음 달 그는 ‘진짜 사나이’ 때 인연을 맺은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헌병대에 입대한다. “방송 당시 여러 군대를 경험해보니 어디든 힘들더라”며 “기왕이면 제가 재밌었던 곳에 자원하자 싶었다. 수방사는 제가 사격을 잘한다고 ‘스나이퍼 박’이라 불러주셨던 곳”이라고 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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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