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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수 준강간 무죄···이유는 여성의 '머리카락 쓸어넘기기'

힙합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상수. [일간스포츠]

힙합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상수. [일간스포츠]

힙합가수 정상수씨가 지난달 23일 준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같이 재판을 받은 업무방해ㆍ재물손괴ㆍ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지난해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뒤 1년여만에 무죄 확정
법원, "CCTV 속 여성 모습, 완전히 술에 취해 잠든 것 처럼 보이지 않아"
법조계 "준강간은 유·무죄 가리기 가장 까다로운 사건"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준강간 혐의에 대해 범죄사실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상 오해가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정씨는 지난해 4월 22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여성 A씨를 만났다. A씨 일행과 어울려 술을 마시던 정씨는 술에 취한 A씨를 택시에 태워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정씨는 A씨와 성관계를 가졌고, A씨는 3일 뒤 “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는 준강간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1분 30초 CCTV에 담긴 ‘머리카락 넘기기’
재판에서는 A씨가 항거불능 상태였는지가 쟁점이었다. 정씨의 집에는 주차장부터 엘리베이터까지 CCTV가 있었다. 법원은 CCTV 영상에 담긴 모습으로 봤을 때 A씨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것을 ‘준강간’으로 규정해 처벌한다. 이때 항거불능 상태는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뜻한다.  
 
사건 당일 오전 6시 48분쯤 택시 조수석에서 내린 정씨는 뒷좌석에 누워있던 A씨를 안아 들었다. 왼팔로는 어깨 아래 등 부분을, 오른팔로는 무릎 뒷부분을 받쳐 안았다. 법원은 엘리베이터 안 CCTV에 담긴 A씨의 모습에 주목했다. 법원은 “A씨가 술을 많이 마셔 잠이 든 사람처럼 몸에 힘이 빠져 있어 목이나 팔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A씨가 정씨의 한쪽 팔을 붙잡고 있었던 점, 정씨가 두 차례 A씨 몸을 들춰 자세를 고쳐 잡을 때도 A씨가 동일한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A씨의 손동작에도 주목했다. 안겨있던 A씨는 얼굴 위로 흘러내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귀 뒤에 고정했다. 법원은 A씨의 손동작을 “머리카락이 얼굴과 귀를 가리게 된 미세한 촉감을 느낀 여성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다시 흘러내리지 않도록 귀 뒤로 정확하게 고정하는 세밀한 동작”이라며 “도저히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볼 수 없다”고 썼다.

 
“22분, 항거불능으로 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
법원은 A씨가 정씨 집에 들어갔다(오전 6시 53분) 성관계 이후 친구 신모씨에게 전화를 건 시점(오전 7시 15분)까지 약 22분가량 걸린 점으로 볼 때 A씨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친구 신씨는 법정에서 ”당시 A씨 말투가 평소와 다른 것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만취해 항거불능 상태인 사람이 22분 만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의사소통할 정도로 회복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22분 사이 A씨가 침대에 눕혀지는 과정, A씨의 청바지가 벗겨지는 과정, 성관계까지 항거불능 상태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면 이는 더욱 이례적이다”고 봤다.

 
‘블랙아웃’이었더라도 준강간으로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여러 정황으로 비춰봤을 때 A씨가 정씨와 성관계 전후 사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것은 술을 마시고 겪는 일시적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 증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블랙아웃은 알코올 때문에 기억에 문제가 생기지만 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 활동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게 그런 증상이 있었더라도 이를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던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법조계 반응은 엇갈렸다. 성폭력 문제 자문을 주로 해온 한 변호사는 "준강간 사건은 변호사들도 가장 어려워하는 사건 중 하나"라며 "성관계 전후 소요된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무죄로 판단하는 데 무리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이지욱 변호사는 "준강간을 별도법으로 두는 것은 설사 술에 취한 사람이 의사를 말했더라도, 정상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음을 반영해서 처벌하기 위한 점이란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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