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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뷰티'를 향한 열정…아모레퍼시픽이 가꾼 '오설록'의 40년을 아시나요

지난달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도순동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돌송이차밭에서 주민들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햇차를 수확하고 있다. 햇차는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 이후 맑은 날에 새순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서 만든다.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도순동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돌송이차밭에서 주민들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햇차를 수확하고 있다. 햇차는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 이후 맑은 날에 새순을 하나하나 손으로 따서 만든다. 연합뉴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다루는 화장품 기업도 다르지 않다. 이문이 나는 사업과 브랜드는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과감하게 정리한다.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은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당장 큰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 기업이 거들떠 보지 않는 사업도 뚝심 있게 밀고 간다. 미래의 가능성, 문화의 의미, 진정한 '아시아의 뷰티'를 찾고 귀하게 여긴다. 금싸라기가 된 제주도 땅을 개발하기보다 푸릇푸릇한 녹차 나무를 심는다. 아모레가 40년간 정성으로 키운 우리 전통의 차(茶) 브랜드 '오설록'이 대표적이다.
 
 
아모레가 40년을 품은 차…'오설록'
 
지난 1일 제주도 서귀포시 오설록 서광 차밭에서는 '제12회 햇차 페스티벌'이 열렸다. '40번째 봄, 제주로부터'를 주제로 내건 이번 페스티벌은 전통 차 업계 대명사가 된 오설록이 기획한 행사였다.

많은 관광객이 5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오설록 농장을 찾아 추억을 쌓았다. 오설록 티 뮤지엄의 녹차 잔·대형 오프레도 조형물은 관광객이 즐기는 인기 포토 존이 됐다.

야외 공원에는 참가자들이 국화·라벤더·햇차 등 12종의 차 원료 중 세 가지를 선택해 본인만의 바스티를 만들어 느끼는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뮤지엄 광장 무대에서는 꽃잠프로젝트·정승환·요조 등 아티스트가 뮤직 콘서트를 열고, 티 토크를 했다. 5월 제주의 오설록 농장 녹차밭에서 열린 축제였다. 

오설록농장은 아모레 창업주인 서성환 선대 회장이 40년 전 황무지를 개간해 만들었다. 2003년 작고한 서 선대 회장은 생전 "일본의 차 문화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다듬고 가꾸어서 세계에 자랑하고 있다. 나라도 나서서 녹차를 우리 고유의 차로 다시 키워내고 싶었다"고 설명하곤 했다. 

우리네 차 문화를 되살릴 장소는 제주도로 결정됐다.

1970년대 후반 제주를 방문한 서 선대회장은 그곳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전통 차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서 선대 회장은 1979년 제주 한라산 남서쪽 도순 지역의 황무지를 녹차 밭으로 개간하기 시작했다. 돌을 일일이 걷어내는 고된 과정을 거쳐 100만 평의 돌송이차밭·서광차밭·한남차밭이 탄생했다.

황무지를 가꾸기도 힘들었지만, 안팎의 편견도 떨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제주도 주민들은 차밭 개간을 땅 투기로 오해하고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회사도 조용하지 않았다. 태평양 경영진들은 "화장품 사업으로 번 돈을 차 사업으로 날려 버릴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실제 그룹 내에서 오설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크지 않다. 수치로만 따지면 '안 하느니만 못한' 사업이다.

결국 서 선대 회장은 사재를 털어 녹차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꾸준히 도민을 설득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차 브랜드 '오설록'을 완성했다.
 
 

대를 이은 전통 차 사랑…제주를 세계 3대 차 재배지로 
 
아모레의 전통 차 사랑은 선대 회장이 작고한 뒤에도 이어진다. 서경배 아모레 회장이 아버지의 유훈을 계승하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가 글로벌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각 기업들은 이 지역에 리조트를 세우고,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모레는 다르다. 100만 평 규모의 땅이 있지만 온전히 전통 차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당연히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골프장 사업 등 다른 부가 사업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차 밭 자체를 일종의 관광지로 공개하긴 하지만, 이 역시 전통 차를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아모레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100만 평이나 되는 대규모 차밭을 직접 운영하는 화장품 기업은 아모레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저서를 통해 "차 문화는 아버지께서 반드시 복원하고 싶어 하신 격조 있는 문화였다. 일본의 차 문화가 사실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건데 그들은 다듬고 가꿔서 문화로 만들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나라 차 문화를 잘 가꿔서 보급하고 전파해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선대 회장이었던 아버지의 뜻을 되새긴 바 있다.

제주도는 중국 저장성·일본 시즈오카현과 함께 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녹차 재배지가 됐다.

제주도 오설록 차밭은 화산섬이라는 특수한 자연 조건 외에도 생육이 까다로운 차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흙···바람·안개의 5가지 요소를 갖췄다.

화산회토는 유기물 함량이 높아 차나무가 잘 자라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온기를 품은 제주의 빛과 청정수 덕분에 여린 찻잎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품질도 좋다. 오설록이 꼽는 최고의 명차인 '일로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차 품평회 ‘북미 차 챔피언십’의 덖음차(생잎 중 산화효소를 파괴하기 위해 솥에서 덖어 낸 차) 부문에서 총 4차례 1위에 올랐다.

이 밖에 1999년 중국 차 박람회 세계 명차상, 2007년 세계 녹차 품평회 은상, 2008년 세계 차 박람회 품평대회 은상, 2011·2014년 일본 시즈오카 세계 녹차 콘테스트 금상 등을 휩쓸었다. 
 
 
'아시안뷰티' 핵심녹차의 효능 
 
아모레는 자연이 품은 식물로부터 아름다움의 원천을 얻어 아시아의 미를 세계 곳곳에 알리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아모레는 자연 원료에 대한 관찰과 연구를 이어 왔다.

오설록농장은 아모레가 아시안 뷰티를 위한 연구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성과도 냈다. 15년 이상 품종 연구·개발에 매달리면서 아미노산과 카테킨 함유량이 많아 녹차 본연의 피부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원2호'와 '장원3호' 품종을 탄생시켰다. 

아모레 관계자는 "장원 3호 품종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화장품 전용 기능성 차나무로 통한다"며 "기존 차나무에는 함유돼 있지 않은 신규 기능성 성분인 '앱솔루친228K'를 고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은 주름 개선·콜라겐 분해 효소 억제 등 강력한 안티 에이징 효과와 노화 습관까지 개선한다"고 말했다. 

비단 장원 3호가 아니더라도 녹차는 카테킨·테아닌·캄페롤 등 다양한 피부 미용 효과가 있다. 카테킨은 먹거나 마실 때 강력한 항산화 작용·항암 효과·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걸로 잘 알려져 있는데 피부에도 항노화 작용이 뛰어나다. 피부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캡슐화 공정 기술을 이용해 아모레 브랜드 등 녹차를 소재로 이용하는 화장품에 대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녹차 유래의 새로운 피부 효능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연구의 범위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존에는 흔히 사용하던 차나무 잎에 연구를 집중했다면, 다양한 차나무 부위로 그 영역을 확대해 연구의 수준을 높여 나가고 있다.

아모레 관계자는 "40년 동안 이어진 녹차에 대한 기술 노하우와 재배 노하우를 근간으로 다양한 소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개발된 녹차 소재는 아모레가 글로벌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아시안 뷰티'의 핵심 소재로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차 화장품, K뷰티 업계 대표 상품으로
 
녹차를 화장품으로 담아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1989년 아모레가 출시한 최초의 녹차 화장품 '미로'는 시작점이었다. 이후 아모레는 기능성 위주의 녹차 신품종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브랜드도 론칭했다. 2000년 제주도를 컨셉트로 한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주인공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에서 난 녹차·화산송이·미역귀·발효콩·감귤꽃 등 청정 재료를 화장품 원료로 사용한다.

그 덕에 ‘이니스프리=제주’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니스프리는 피부 보습에 도움을 주는 녹차 아미노산을 다량 함유한 장원 2호와 녹차씨 오일을 통해 피부를 촉촉하고 맑게 가꿔 주는 '제주 그린티 라인'으로 사랑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니스프리가 브랜드 숍 중 선두를 달리는 것은 초기 컨셉트의 영향이 있다. 제주도라는 친자연적 이미지를 강조했고, 이 같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아모레가 처음 주목한 녹차 성분은 타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연작'은 최근 말차 파우더를 함유한 '전초 폼 클렌저'를 출시했다. 천연화장품 브랜드 '보나쥬르'의 베스트셀러는 전남 보성 녹차를 담은 수분크림 '그린티 워터밤'이다.

아모레 관계자는 "녹차는 아모레퍼시픽의 여러 글로벌 브랜드 철학의 근간이 돼 전 세계 고객에게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와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며 "자연의 선물인 헤리티지 원료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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